-
-
죄인이 기도할 때
고바야시 유카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평점 :
소설은 한 주간지에 실린 기사를 소개하며 시작되었다. 제목은 ‘11월
6일의 저주’였는데, 이 미스터리한 사건은
중학생 S의 자살에서 시작되어, 다음 해 S의 어머니가 자살을 하고, 그다음 해에는 S와 같은 반이었던 Y가 자살하면서 이어지게 되었다. 그들은 기묘하게도 모두 11월 6일에
죽었고, 그래서 이 사건은 ‘11월 6일의 저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리고 소설은 이 기사를 읽은 주인공 ‘도키타’의 모습을 이어서 보여준다. 고등학교 1학년인 그는 같은 학교 아이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면서
조금 전에 읽었던 미스터리한 기사를 떠올렸다. 그를 향한 집단 괴롭힘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져갔고, 그는 뉴스에서 폭행으로 사망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다음 차례는 자신일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고통과 공포 속에서 차라리 죽여달라는 생각을 하던 그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피에로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 그들의 시선 끝에 피에로가 서 있다.
키가 작고 마른 체형이라 영 듬직하지는 않았는데 등을 꼿꼿이 펴고
있는 모습은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듯한 오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인간이 분장한 게 아니라 느닷없이
다른 세계에서 나타난 기묘한 생명체 같았다.
컬러풀한 복장 탓일까? 옅은
보랏빛 구름이 흘러가는 저녁노을 진 하늘에 위화감 없이 녹아들었다. 】 (p.
17)
어릴 적 영화에서 본 ‘페니
와이즈’를 닮은 피에로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가해자 일당을 제압했고, 도키타는
자신을 ‘페니’라고 소개하는 이 피에로와 대화를
이어가게 된다. 그런데 주인공은 페니와의 대화에서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 “안타깝네. 상대만 죽이면 되는데.”
“사람을 죽이면 감옥에 가고, 그다음 인생은 어차피 힘들 테니까······ 살아봤자 의미가 없잖아요.”
“완전범죄를 하면 되지.”
“완전범죄? 그건 무리죠. 일본 경찰은 우수해요.”
“내가 죽여줄게.” 】 (p. 25)
살해 계획을 세우면 도와주겠다는 페니는 그 대가로 도키타의 목숨을
가져가기로 약속했다. 과연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지...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에
관한 이야기라서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다. 소설 속 이야기이지만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욱 몰입했던 것 같다. 학교폭력 문제를 쉬쉬하고 소극적인 대처만 하는 학교와 가해자의
부모는 가해자들을 바른길로 인도하기는커녕 잘못을 인식하게 조차하지 못했고, 촉법소년 때문에 그들은 죄를
지었음에도 제대로 된 처벌조차 내려지지 않고 있었다. 촉법소년의 강력 범죄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고 학교폭력
또한 심해지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건지...
소설 속 이야기도 현실도 모두 안타깝기만 하다.
【 “제가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해서 그 애들이 소년원에 들어간들 그 애들은 전과도 생기지 않아요. 사회에 돌아오면 이름을 바꿀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죽을 때까지, 아뇨, 죽은 뒤에도 사진이 돌아다닐 거예요. 그거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 (p.
169)
소설은 매우 몰입감 있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뒷이야기가 궁금해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다. 스토리는 흥미로우면서도
무게감이 있었다. 소설 속 사건에서 진짜 죄인은 누구일까.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잘못을 반복했던 가해자인가, 그런 가해자를 키워낸 부모인가, 그들을 처단한 살인범인가, 아니면 잘못된 것을 묵인한 방관자들인가. 나는 이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죄인이 기도할
때>는 재미있는 스토리 속에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들을 잘 녹여 놓은 소설이었다. 장면이 잘 그려지는 소설이라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저자는
실제로 시나리오를 쓴 경력이 있다고 한다). 이번 작품을 매우 흥미롭게 읽어서 저자의 이전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몰입감이 좋은 미스터리 소설을 찾는 이에게, 학교 폭력이나 피해자의 복수 같은 소재에 흥미가 있는 이에게,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들이 녹아 있는 소설을 찾는 이에게 이 책 <죄인이 기도할 때>를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