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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평점 :
이 책은 고 박완서 작가의 10주기를
기념하여, 그녀가 남긴 글들 중 베스트만 추려 펴낸 것이다.여기에는
그녀의 에세이 35편이 실려있다.
책 속에 실린 박완서 작가의 글은 솔직하고, 재미있고, 따뜻했다. 그녀의
표현력은 항상 놀랍다. 별거 없는 일상을 이야기할 때조차 그녀의 글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많은 이들이 그저 흘려보낸 생각과 감정을 사라지지 않게 부여잡고 캐어내는 사람 같았다. 감추고 싶었던 부끄러운 마음도 그녀는 솔직하게 꺼내 보인다. 그래서
그녀의 글이 좋다.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떤 때는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다가도, 또 어떤 때에는 세대를 넘어 그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로 들리기도 했다. 그것은 이전 세대의 삶이나 지금 세대의 삶이나 많이 바뀐 듯 보여도 포장을 벗겨낸 알맹이는 여전히 비슷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그녀의 말은 시대를 초월해 지금의 나에게 닿았는지도 모른다.
공중전화 에피소드 같은 과거를 추억할 만한 소재들이 심어져 있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였다. 좋은 글들로 가득했지만, 그중에서도
그녀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쓴 부분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손주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좋은 것, 바른
것으로 마음이 차올랐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책을 꼽으라면 이 책을 고르고 싶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쉽게 읽히고 재미있지만 무게감
있게 여운을 남긴다. 날이 선선해질수록 이 책은 온기를 더욱 따스히 뿜어낼 것만 같다. 그래서 겨울이 오면 이불 속에서 귤을 까먹으며 이 책을 천천히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