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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짓읍니다
박정윤 지음 / 책과강연 / 2020년 11월
평점 :
이 책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따뜻한 음식 에세이였다. 저자는 음식을 매개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풀어내고, 그 이야기의
끝에는 저자만의 레시피도 알려준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에게 음식은 ‘외롭고 쓸쓸했던 지난 시절들의 정신적 허기를 채워준 위로’(p. 5) 였다고
말한다. 저자의 첫 번째 책인 <십이월의 아카시아>에 이어 이 책을 펼친 지라, 저자가 말하는 외롭고 쓸쓸한 삶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 주신 저자의 할머니. 저자는 할머니가 사랑을 담아 만들어 주셨던 음식들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녀를 위로해 준 음식들, 그 음식들과 이어진 기억과 추억이 궁금했고, 글이 전하는 분위기도 기분 좋게 느껴져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계속해서 책장을 넘겨갔다.
【 된장이며 두부며 호박이며 양파며 고추며 대파도 본디 제가 있던 곳이 있었을 텐데 그곳을 떠나와 한 그릇 안에서
만나 서로 엉켜 있는 것 같았다. 사람과의 만남도 된장찌개 안의 그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운명과 같은 만남으로 각자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서로의 삶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서로 엉키고 엉켜서 더 이상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 된다. 】 (p. 20)
【 할머니 집 마당에서 사람들과 북적거리며 김장을 하던 날들의 추억은 춥고, 맛있고, 따뜻했다. 그날들 이후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김치를 매일 먹지만
그때 할머니 김치처럼 맛있는 것을 아직까지 먹어보지 못했다. 앞으로도 할머니의 맛을 흉내 내려고 애를
쓰겠지만 불가능할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느 누구도 그때의 할머니처럼 나를 사랑할 수 없고, 그만큼 정성을 다한 음식을 만들어주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슴으로
기억할 수밖에 없어서 더 간절히 그리운 그 맛. 나 역시 그만큼의 간절한 사랑으로 가족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먹이고 싶다. 내가 곁에 없을 때에도 그 맛과 그 마음을 기억할 수 있도록. 】 (p. 159)
할머니의 음식을 그리워하고 있는 나와 비슷한 마음을 발견해서인지
저자가 할머니의 이야기를 할 때에는 유난히 그 마음에 공감하며 읽었다. 저자의 말처럼 그 음식이 특별했고
그리운 것은 그 속에 담겨있던 마음을 함께 먹어서 였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앞서 읽었던 <십이월의
아카시아>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온기 가득한 한 그릇의
음식을 먹고 난 것처럼 마음에 따뜻함이 차올랐다. 저자의 글을 읽고 있으니 내 기억 속 사람들이 자꾸만
그리워졌다. 마음이 가득 담긴 한 상, 다 같이 모여 앉아
즐겁게 먹고 이야기 나누던 시간. 당연한 것이고 영원한 것인 줄 알았던 그 시간들은 지나고 보니 당연하지도
영원하지도 않았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가장 특별했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위로를 주는 따뜻한 감성의 음식 에세이를 찾는 이에게, 책 한 권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싶은 이에게 이 책 <밥을
짓읍니다>를 추천한다.
이
글은 박정윤 작가님으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