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와이프
JP 덜레이니 지음, 강경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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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꿈을 꾸고 있었다. 인도의 축제 기간. 붐비는 거리와 정신없는 소음 사이에서 한 남자가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낸다. 그녀는 꿈속의 남자가 자신에게 청혼할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 그녀는 가슴 벅찬 행복감을 느끼며 꿈에서 깨어난다.


행복했던 꿈과는 달리 온몸의 불쾌한 감각을 느끼며 깨어난 여자는 이곳이 병원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어떻게 병원에 오게 된 것인지 기억이 없었기에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 추측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과 아들도 함께 사고가 난 것은 아닌지, 그들은 무사한지 걱정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그녀의 눈앞에 남편 팀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아이가 무사하다는 대답을 듣고는 안도감을 느끼며 남편에게 조금 전에 꾸었던 꿈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한다.


여보, 내가 설명할 게 있어.” 그가 당신의 손을 감싸 쥔다. “무척 어려운 이야기지만 당신이 당장 알아야 하는 거야. 당신이 꾼 건 꿈이 아니야. 업로드였어.” (p. 12)


그녀는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5년 전에 이미 죽었던 것이다. 남편은 아내를 잃은 후코봇이라는 컴패니언 로봇을 개발하였고, 아내의 기억을 코봇에 업로드하게 되었다. 공감이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인 코봇은 사별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으로, 사랑했던 사람의 외형을 그대로 복제하고 그들의 개성 역시 그대로 살려낸다고 한다.



우는 대신 당신은 할 말을 잃고 당신을 가만히 본다. 당신이라는 그 흉측한 물건을. 당신은 충돌실험용 인체 모형이다. 가게 진열장의 마네킹이다. 머리 뒤에는 전선 다발이 포니테일마냥 기괴하게 매달려 있다.

그가 당신 얼굴 위로 다시 고무를 씌운다. 이제 당신은 다시 당신이 된다. 그러나 그 무표정한 플라스틱의 끔찍한 기억이 당신의 마음에 화인처럼 찍힌다. (p. 18)




소설은 시작부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내어 금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오래전에 실종되어 죽었다고 여겨졌던 여자, 애비 컬런. 그녀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로봇은 그녀(어떻게 보면 자신)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세상이 바라보았던 대로 애비를 죽인 것은 그녀의 남편 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불행한 사고였을까. 남편이 이미 죽은 그녀를 이렇게라도 부활시킨 목적은 무엇일까. 그녀의 죽음의 진실, 남편이 숨기고 있는 것들 등 소설은 계속해서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만들었다.


남편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애비는 분명하게 로봇이다. 그러나 겉보기에 이 로봇은 인간이었던 애비와 너무나 닮았고, 그녀의 기억도 가지고 있으며, 그녀만의 생각이 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창조물은 과거의 애비의 연속된 존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걸까. 그저 사람을 흉내 내는 기계에 불과한 걸까. 소설은 우리가 미래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를 질문들을 미리 생각해 보는 기회도 주었다.


소설은 계속해서 로봇 애비를당신으로 지칭하며 그녀를 관찰하는 듯이 서술된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관찰자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는데, 여기에는 매우 놀라운 반전이 숨어있다.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라 이 부분에선 갑자기 정신이 바짝 드는 기분이 들었다.


<퍼펙트 와이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고 계속해서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는 흥미로운 sf 심리 스릴러를 찾고 있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이 소설 역시 영상화가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표현될지 매우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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