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 치료감호소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정신질환과 범죄 이야기
차승민 지음 / 아몬드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우리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모두 대변할 마음도, 능력도 없다. 또 이들을 그저 불쌍하게만 보아달라는 것도 아니다. 이 병원에 오기까지 그들이 겪었던 정신질환 증상은 무엇이었는지,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의 끝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들려주고 싶었다.” (p. 9~10)




저자는 국립법무병원, 우리에게는치료감호소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곳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뉴스에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심신미약, 정신질환으로 감형을 받는 것을 보며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유야 어찌됐든 죄는 죄가 아닌가 싶기도 했고, 감형을 받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은 아닐까 의심도 되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이 책에서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뉴스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말들, 내가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범죄자들이 죗값을 치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며, 정신질환으로 인해 죄를 짓게 된 경우 일단 질환을 치료해 그 병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생겨났는지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아야 반성할 수 있고 처벌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범죄자는 무조건 심신미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저자가 감정했던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단순한 정신질환 이력보다는 정신질환의 증상이 범행에 영향을 주었는지’(p.29)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형사정신감정과 관련해서 피감정인이 의사를 속이려고 할 때 어떻게 알아내느냐”(p.55)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한다. 나 역시 궁금했던 부분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저자는 형사정신감정은 한 달 동안의 관찰을 기록하고 그 사이에 수시로 면담도 진행하기 때문에 거짓말로 의사를 속이기란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



치료는 범법 정신질환자 개개인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아니다. 이들을 치료하는 일은 결국 재범 방지로 이어진다.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의 깊이를 감히 헤아리긴 어렵지만 재범을 막는 일은 대개의 피해자가 원하는 일일 테고, 사회 안전을 위해서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p. 31)



저자는 이 곳에서 일하며 민원이나 고소 때문에 시달리는 일도 꽤나 겪었다고 한다. 조현병 환자의 망상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했고 앙심을 품은 성격 장애 환자 때문에 벌어진 일도 있었다. 평균 급여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곳에서 무서운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일을 하는 것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쓴 이 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이 국립법무병원에서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으며 대체 어떤 곳인지, 왜 요즘 들어 정신질환 범죄자가 더 늘었는지, 그들이 어떻게 치료받으며 사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다고 정신질환자가 친근한사람으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저 정신질환자들도 나와 같은 인간이구나 하고 잠시 생각해볼 여지를 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p. 310)



제목 그대로 저자는 자신의 무서운 환자들을 애처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생각 외로 책은 술술 잘 읽혔다. 저자가 감정했던 케이스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흥미로웠다. 그리고 우리가 정신질환자들에 대해, 국립법무병원이 하는 일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많은 부분들을 바로 알게 되는 기회가 되어서도 좋았다.


국립법무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경험하고 느꼈던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에게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을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