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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평점 :
【 “아주아주 오래전에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추운 밤에 개를 끌어안고 잤대. 조금 추운 날엔 한 마리, 좀 더 추우면 두 마리, 세 마리······. 엄청 추운 밤을 그 사람들은 ‘개
다섯 마리의 밤’이라고 불렀대.” 】
(p.209)
소설은 한 살인 사건의 현장검증 장면에서 시작된다. 남루한 폐가의 풀숲에 눕혀져 있는 마네킹. 포승줄과 수갑으로 묶인
사내가 마네킹의 목에 손을 올리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기자들은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어 댔다. 아이들을 둘이나 죽인 범인은 지금 현장검증을 하고 있는 바로 그
남자, 태권 도장의 권 사범이었다. 잠시 뒤 그들은 시신을
암매장했던 야산으로 떠났고,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주인공 박혜정은 집으로 돌아온다.
싱글맘인 혜정에게는 백색증을 앓고 있는 ‘세민’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세민이 엄마와 저녁을 먹는 동안 텔레비전에서는 그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세민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엄마에게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나
혜정은 어린 녀석이 뭘 아냐며 아이의 말을 가로막아 버린다. 그녀와 그녀의 아들은 그 사건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듯했다. 과연 그들은 그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 그는 두렵다. 약해서, 약해빠져서
결국은 악해질 수밖에 없는 순간, 그 순간이 올까봐 두렵다. 그는
두렵다. 】 (p. 138)
홀로 아픈 아이를 돌보며 살아온 그녀의 어두웠던 과거, 어릴 때부터 새겨진 그들 내면의 상처, 그리고 앞으로도 밝아질 것
같지 않은 그들의 미래는 소설을 내내 어둡게 만들었다. 어두운 분위기에 소설을 읽고 있는 내 마음도
함께 어두워졌지만, 그럼에도 이어질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손을 놓기가 어려웠다.
소설은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거리들을 보여주었다. 왜 저런 곳에 빠지는 걸까. 그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그런 삶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던 적이 많았다. 이 소설은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삶을 들려주며, 그들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보도록 이끌어 주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그들은 외로웠다. 그들은 서로의 아픔을 알아보고 서로를 위로해
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서로의 상처가 서로를 더욱 아프게 했고 그들의 관계는 갈수록
틀어졌다. 약했기에 더욱 잔인해진 그들이 내내 안쓰러웠다.
【 ‘이미’ 충분한 고통이 ‘아직’ 오지 않은 구원을 어떻게 소환해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은
이 소설만의 값진 개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이 소설의 통각에 통감하면서 심사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수상을 결정하였다. 】 (p. 271,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심사평>중에서)
흡입력이 굉장한 소설이었다. 개
다섯 마리를 끌어안아야만 보낼 수 있었던 추운 밤의 시간들. 그들의 아픈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 이
책 <개 다섯 마리의 밤>을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