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싸이월드 - 내가 그의 이름을 지어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일촌이 되었다 아무튼 시리즈 42
박선희 지음 / 제철소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각별하지만 남세스럽고 애틋하지만 오글대는 그것. 어딘가에 안전하게 간직하고 싶지만 ‘굳이’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지는 않은 그것.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기를 바라지만 ‘딱히’ 자주 들여다보고 싶지는 않은 그것. 그래도 절대로 사라지지만은 않으면 좋겠는 그것.

나의 이십대, 나의 청춘. (p. 14)




추억의 싸이월드를 소재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시작부터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반짝이던 시간의 기쁨과 슬픔이 모두 녹아있는 싸이월드. 이제 와 돌아보니 촌스럽고 오글거리는 것들로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그것들은 동시에 그립고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이제는 싸이월드가 새롭게 문을 연다고 해도 이전처럼 많은 유저들로 북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예전처럼 싸이월드를 주된 공간으로 이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그럼에도 그곳은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언제든 그때가 그리울 때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속물주의자가 사람을 브랜드로 분류하고 책 덕후가 사람을 책장으로 짐작하듯이, 싸이월드에 빠진 사람들은 상대를 BGM으로 가늠했다. 이자벨 마랑과 유니클로가 다른 것처럼 보르헤스를 읽느냐 하루키를 읽느냐는 달랐고, 라디오헤드를 듣느냐 웨스트 라이프를 듣느냐는 완전히 달랐다. (p. 57)


정말 그랬다.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은 단순한 노래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BGM은 미니홈피 주인의 마음 상태를 드러내기도 하고, 성격이나 취향을 짐작게도 만들었다.




나는 그리운데, 그들은 어떨지. 나는 이런데, 당신들의 마음도 같을지. 시간은 얼마나 흘렀고,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지. 우리의 마음은 그래서 얼마나 또 불쑥불쑥 요동칠지.

이제는 페이스북의 알 만한 분이나 인스타그램 추천 팔로워에도 뜨지 않는 사람들. 현대 소셜 네트워크의 알고리즘조차 추적하고 묶어내지 못할 만큼 느슨하게 멀어진 관계. 하지만 기계는 측정할 수 없을지언정 교차된 시간으로 끈질기게 연결된 우리. 기억만이 증명해주는 각별한 우정들. 세월은 어물쩍 흐르고 관계는 거기 뒤섞여 떠내려간다. (p. 69)


이제는 연락이 끊긴... 나의 일촌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디카 시절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광고 카피가 유행했다. 실제로 그랬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고, 사진은 추억을 지배했다. 싸이월드란 말을 들으면 아직도 마음 한편이 아련한 것,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이 회사가 망하는 것만은 덤덤하게 지켜볼 수 없는 것. 그것은 싸이월드에 보관된 170억 장의 사랑보다 아름다운 어떤 추억이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p. 93)




지난번 아무튼 시리즈에 좀 실망을 해서... 이번 책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펼쳤었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생각 이상으로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그때의 우리만 아는 이야기여서 일까. 싸이월드를 그리워했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픈 마음이 가득해서 였을까. 격한 공감 속에서 단숨에 책을 읽어냈다.



싸이월드를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에게, 그리고 그때의 싸이월드는 당시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졌었는지 느껴보고 싶은 젊은 세대에게 <아무튼, 싸이월드>를 추천한다. 싸이 세대에게 이 책은 많은 공감과 함께 그리운 마음을 전해줄 것이다. 그리고 젊은 친구들에게는 왜 한물간 플랫폼 복구에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지 그 이유를 들려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