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이야기 -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효게쓰 아사미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김은하 옮김 / 담푸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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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화장실에서 읽는, 화장실을 위한, 화장실 이야기입니다. 크든 작든 골라 읽을 수 있도록 1분짜리 짧은 이야기와 5분짜리 긴 이야기로 가득 채웠답니다. 앞으로는 화장실에 갈 때면 이 책과 함께해 주세요.” (p. 3)




우리는 누구나 매일 화장실에 간다. 이 책은 우리 모두의 삶에서 뗄 수 없는 장소인화장실을 소재로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중에는 무서운 이야기도 있고, 다소 민망한 이야기도 있고, 심지어 sf와 러브스토리도 있다.



책을 펼치자 가장 먼저 목차에 이야기의 길이를 숫자로 표시해둔 부분이 눈에 띄었다. 1분짜리의 글은 숫자 ‘1’, 5분짜리 글은 숫자 ‘5’로 표시해 두어 필요에 따라 이야기의 길이를 골라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사용시간에 맞게 골라 읽을 수 있고, 외출 시에도 가방에 넣어두고 여유시간이 생길 때마다 짬짬이 꺼내 읽으면 좋을 것 같았다.



31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마지막 편지>였다. 인질극이 벌어진 사이에 화장실에 숨어 아이들에게 편지를 남긴 아빠의 이야기였다. 아이들에게 보내는 한 장 분량의 짧은 편지글이었는데, 인질범의 눈을 피해 유일하게 자유로운 몸이었던 주인공은 이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고 그래서 자신만의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제목에 붙은마지막이 말 그대로 마지막이 되지 않았길 바라며, 끝이 난 이야기의 뒷부분을 나만의 결말로 상상해보았다. 그런데 재밌었던 것은 다른 단편에서 이 이야기가 신문기사로 짤막히 소개되어 결말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책은 이런 식으로 연결되는 이야기가 몇 편 더 있었다. 이로 인해 스토리 외의 예상치 못한 소소한 재미까지 발견하게 되어 책을 읽는 시간이 더욱 즐거웠다.




화장실이란 공간에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니. 그리고 짤막한 이야기로도 사람을 이렇게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니. 31편의 이야기는 읽는 이의 마음을 울고 웃게 하기도 하고, 격하게 공감하게도 하다가 때로는 무섭게 만들기도 했다. 일본에서는화장실의 무라카미 하루키로 불린다는 저자의 수식어가 이해가 갔다. 또한 이 책은 요시타케 신스케의 삽화가 함께 실려 있어 그의 귀엽고도 유머러스한 그림체를 좋아했던 사람은 더욱 반가울 것이다.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님의 《이게 정말 사과일까?》나 《그것만 있을 리가 없잖아》의 제목을 빌려서 말씀드리면, ‘화장실도 꼭 볼일만 보는 장소는 아닌 듯합니다. 때로는 눈물을 훔치는 장소가 되거나 때로는 친구나 가족의 애정을 확인하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공간이 되기도 하지요.

날마다 사용하는 화장실인 만큼, 그곳에는 갖가지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p. 190)




화장실에 갈 때 읽을거리가 꼭 필요한 이에게, 특이한 소재의 단편집을 찾고 있는 이에게, 그리고 가볍게 읽기 좋은 짧은 소설집을 찾는 이에게 이 책 <화장실 이야기>를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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