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나의 고장난 시간
마가리타 몬티모어 지음, 강미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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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18세 소녀우나 록하트이다.


그녀는 1982년의 마지막 날을 기념함과 동시에 자신의 열아홉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온 친구들과 파티 중이었다. 그녀는 코리, 웨인, 그리고 남자친구인 데일과 함께 밴드를 하고 있었고, 최근 쇼케이스를 마친 후 팩토리 트웰브의 스프링 투어 오프닝 무대의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투어가 너무나 좋은 기회였지만 우나는 선택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사실 그녀의 또다른 친구과 함께 런던으로 가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 앞에 놓인 우나는 머릿속이 복잡한 상태에서 1983년으로 향하는 카운트다운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숫자 ‘1’이 지나자, 그녀는 전혀 다른 곳에서 의식을 되찾게 된다.



그 곳에는켄지라는 이름의 한 남자가 있었다. 우나의 개인 비서로 고용되어 있다는 그는 혼란과 공포에 빠져 있는 우나에게 이곳이 어디인지, 이 상황이 무엇인지 이야기해준다.



그러니까 그게······ 1982년의 당신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요.”

“나도 알아요. 지금은 1983년이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새해 첫날이 맞긴 하지만 지금은 2015년이에요. 당신은 이제 막 열아홉 살이 됐지만, 생일 축하해요, 어쨌든 당신의 물리적은 몸은 2015년에 해당하죠. 그래서 나이로 치면 당신은······.” 그는 말하다 말고 숫자를 계산하기 시작했지만 우나가 더 빨랐다.

“쉰하나?” (p. 48~49)



18세에서 하루 아침에 51세가 되어버린 우나. 그녀는 자신의 집이라고 불리는 곳을 무작정 뛰쳐나와 지하철을 타게 되고, 지하철 안에서 주머니 속에 있던 편지를 꺼내 읽게 된다. 그 편지는어제의 우나오늘의 우나에게 쓴 것이었다.



해마다 네 생일이 돌아오면, 그러니까 정확히 자정에 넌 시간 여행을 하며 네 삶의 각기 다른 시점으로 가서 그때의 네 몸에 살게 돼. 정확히 일 년 동안. 그러고 나면 네가 전에 살아보지 못한 (더 늙거나 더 어린) 또 다른 나이대로리프하게 돼. 물론 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하지만 단지 뒤죽박죽인 성인기를 경험한다고 생각하렴. (p. 59)




우나는 생일때마다 다른 시간대의 자신의 삶으로 타임리프 하게 된다. 언제 어디로 갈 지는 알 수 없다. 내가 만약 그런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삶을 포기한 채 살아갈까? 뒤죽박죽 엉망이 된 것 같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갈 이유를 찾아낼까? 주인공 우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미래이기도 하고 때로는 과거이기도 한 그녀의 앞날들은 어떻게 이어지게 될까?





매 해마다 우나는 다음 번의 우나를 위해서 메모를 남긴다. 그러나 새로운 시간대에 오게 된 우나를 위한힌트들이 적혀 있는 메모는 매번 소용이 없게 된다. 우나처럼 뒤죽박죽인 시간을 흘려 보내는 사람에게도 꼭 거쳐야만 하는 경험들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그런데 그것이 나쁜 경험이라 할지라도 나를 더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면 그것을 정말 나빴다고 볼 수 있을까. 자신의 타임라인을 앞뒤로 돌아다닐 수 있든 아니든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배워 나가고 더 나은 나로 거듭나는 과정은 같아 보였다.





어쩌면 네 열병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을지도 몰라. 지금 네게 필요한 건 2003년의 우나가 필요로 했던 게 아닐 수도 있어. 작년의 네가 뭘 준비해놓았든 지금의 네가 꼭 그걸 따를 필요는 없잖니.” (p. 294)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그동안의 경험들에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우나처럼 타임리프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을 훌훌 털고 새롭게 시작할 수는 있다. 시간을 옮겨 다니는 우나의 삶은 그것을 지켜보는 독자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네 삶을 세세한 것까지 챙기려 들지 말고 그냥 살아봐. 그러면 기쁨과 의미가 절로 따라올 테니까. 대담한 것도 좋지만 책임을 피하려 들지 말고 그 중간에서 행복을 찾아. 그런 균형 감각을 길러.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너한테 잘해줘. 특히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때는 더더욱.

-사랑해, 내가- (p. 322)





소설 속 우나는 미래의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했다고 해서 과거로 돌아갔을 때 그 사건을 피하지는 않았다.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의 결정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뻔히 보이는 미래일지라도 한번 뛰어들어보는 것. 당장 맛보게 될 달콤함 뒤에 씁쓸한 맛이 함께 따라오더라도 한 번 해보는 것. 다가오는 파도를 보며 고개만 절레절레 하고 있지 않고, 좋은 서핑보드를 챙겨와 용감하게 파도를 타보는 것도 삶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사는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을 이겨내면 보드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우리의 삶도 그와 다르지 않다. <우나의 고장난 시간>은 나에게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하고, 따라오는 결과는 온전히 받아들이며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삶에 대해 알려주었다.





【 우나는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연속성과 의미를 추구할 테지만 지금처럼 행복한 순간들을 포착해 즐기기도 할 터였다. 세월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아예 흘러가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시간도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아무리 좋은 일도 끝나기 마련이었다. 다만 주어진 시간을 마음껏 즐길 뿐이었다. 우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었다. (p. 515)





매년 자신의 생일마다 다른 시간대의 자신으로 옮겨가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재미있고도 감동적인 소설을 만나고 싶다면, 의미있게 삶을 살아내는 자세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다면 <우나의 고장난 시간>을 추천한다.





이 글은비전비엔피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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