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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
서소 지음, 조은별 그림 / SISO / 202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는 당연히
‘보통의’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심코
책을 읽어나갔는데, 몇 페이지 읽다가 책을 덮고는 다시 표지를 살펴보았다. ‘어? 이 책이 소설이었나?’ 라는
의문이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산문집’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페이지로 돌아와 읽어 나갔다.
이 책의 주인공은 38세
회사원 서소 씨다. 그는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뭔가 억울해 보이는(?) 이유로 회사에서 정직 처분을 받아 몇달 동안 휴식기에 들어갔다.
서소 씨는 휴식기의 첫날 서점에 갔다. 그곳에서 시간과 돈을 쓰고 나면 게으르지 않게 하루를 보냈다고 느낄 것 같았다고 한다. 그는 휴식기 동안 묵혀 둔 책과 새로 산 책을 합해 총 85권의
책을 읽어낼 계획을 세워 열심히 읽어 나간다. 그는 읽다 보니 쓰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고, 에세이를 쓰는 독서 모임에 가입하게 되면서 자신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 다만, 휴식
기간은 아직 두 달 남짓 남았으므로 일단은, 계속 쓸 것이다. 그가
겪었던 기가 막히는 사연과 ㅡ 이를 테면 시버러버 같은 ㅡ 시시한 사연들을 모아 이백 자 원고지 딱 천 매만큼은 써보고 회사로 돌아가고 싶었다. 삼십 대 후반 즈음의 회사원 남자가 갑작스레 갖게 된 오 개월간의 특별한 쉼을 기록하고 싶었다. 일단은 거기서부터, 시작을 해보고 싶었다. (p. 226) 】
【 나이를 먹어갈수록 버려야 하는 선택지는 많아지고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적어질 것이다. 신중해야겠지만, 서소 씨는 날이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평범한 선택을 해도 평범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p. 365) 】
그가 들려준 그의 삶은 적당히 잔잔하면서도 사이사이에 적당히 사건이
버무려져 있었다. (‘시버러버’ 에피소드는 빼고..) 그런 보통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 좋았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이
책은 왠지 그 시간과 잘 어울렸다. 서소 씨의 일상은 뭔가 짠하면서도 잔잔한(때로는 커다란) 유머가 흐른다. 재미있는
소설 한 편을 읽은 것 같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만큼은 자꾸 웃게 되었다. 그것이 지쳐 있었던 나를 토닥여 주었다.
소설같은 에세이 한 권을 읽어보고 싶다면, 친구의 재미있는 썰풀이를 듣는 듯이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을 추천한다.
이 책은 나에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주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