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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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환경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던 게 아닐까. 새로운 시각에서 환경 파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이었다. 얼마 전까지 베스트셀러였던 책 <팩트풀니스>의 환경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듯하다.



요즘은 정치적으로도 환경과 관련된 이슈들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데, 이 책은 이런 것들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문제를 더 크고 위험하게 부풀림으로써 누군가는 이익을 얻고 있었다. 책에 쓰인 모든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고 환경에 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조율하는 것은 괜찮을 것 같다.





그 주제에 대해 연구한 옥스퍼드대학교 생태학자들에 따르면, 아마존의 식물들은 스스로 생산해 내는 산소의 60퍼센트 가량을 호흡 과정에서 소비한다(식물은 낮에는 광합성이 호흡보다 활발해 산소를 방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밤에는 호흡만 해서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이 생화학적 과정으로 식물들은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나머지 40퍼센트는 열대우림의 바이오매스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몫이다(바이오매스는 생태학에서 단위 시공간 내에 존재하는 생물의 총체를 뜻하지만, 에너지분야에서는 각종 유기물과 유기체 가스, 땔나무와 숯에서부터 화학적으로 추출한 메탄 같은 바이오가스, 에탄올 같은 바이오알코올, 바이오디젤에 이르기까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모든 생물 자원을 가리킨다-옮긴이). “따라서 (식물만이 아닌) 아마존 생태계전체를 놓고 볼 때 아마존이 세계 산소에 기여하는 양은 사실상 제로다.” 옥스퍼드대학교 생태학자들은 이렇게 지적한다. “인간의 관점에서 유의미한 시간 단위 (100만 년 미만)에서 보자면 이는 지구상의 어떤 생태계든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p. 87~88)





좋은 소식이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숲이 차지하는 면적은 점점 넓어지는 중이다. 화재 발생 빈도도 낮아지고 있다. 1998년부터 2015년가지 매년 화재로 소실되는 숲의 면적은 25퍼센트나 줄어들었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경제성장 덕분이다. 경제 성장은 도시 일자리를 만들고,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은 화전민 생활을 청산하게 된다. 경제 성장은 농부가 불을 지르는 대신 기계를 이용해 숲을 개간할 수 있게 해 준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35년간 사라진 것보다 더 많은 숲이 새로 생겼다. 그 면적을 합치면 텍사스와 알래스카를 합친 정도가 된다. 1995년부터 2015년까지 유럽에는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덴마크를 합친 것과 비슷한 면적의 숲이 새로 생겨났다. 그레타 툰베리의 나라인 스웨덴에서는 지난 100년간 숲이 2배로 늘어났다. (p. 92~93)





대기 오염 관점에서 보자면 분명히 그렇지 않다. 캘리포니아는 비닐 봉투를 금지했고 그 결과 종이봉투와 두툼한 가방인 에코백의 사용이 늘어났다. 문제는 이런 제품을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탄소와 소비되는 에너지 양이 비닐봉투보다 더 많다는 데 있다. 종이봉투가 비닐봉투보다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버리기 전까지 44회 이상 재사용해야 한다. 비닐봉투는 해양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 고작 0.8퍼센트를 차지할 뿐이다.

유리병은 음료를 마실 때 느낌이 더 좋을 수는 있지만 유리병을 생산하고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유리병은 플라스틱병에 비해 생산 과정에서 170~250퍼센트의 에너제를 더 소비하며 200~400퍼센트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발생시킨다. 제작 공정상 들어가는 열에너지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p. 140~141)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환경에 보탬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의 대안들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심지어 문제를 더 나쁘게 만들기도 했다. 책에서 예시로 든 것 중 바이오플라스틱에 대한 부분도 있었는데, 이것 역시 원재료가 친환경적이라고 해서 훨씬 환경적일 것이라 여겼던 것일 뿐, 실제로는 일반 플라스틱보다 더 인간과 자연에 해롭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환경 보호라는 말을 앞세워 행동했던 것들 때문에 환경을 더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아니다. 할 일은 많다. 문제는 그 방향이다. 현재의 긍정적인 흐름을 더욱 키워 나가야 한다. 저에너지 농경 사회로 돌아가자는 퇴행적 움직임으로 지금까지 이룩한 발전을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는 기후 변화와 삼림 파괴, 멸종 등을 둘러싼 분노와 공포 조장을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환경 운동이 키우고 있는 슬픔과 고독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 환경 운동의 많은 부분이 잘못되었다. 해소할 길 없는 불안을 퍼뜨리고,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이념을 유포하며, 실재하는 증거를 호도하거나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p. 538)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진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싶다면, 지금의 환경 운동들의 문제점을 알고 싶다면 이 책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추천한다.



이 책의 내용들은 놀랍고, 흥미롭고, 매우 논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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