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티 씽 - 반짝이는 것은 위험하다
자넬 브라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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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들의 흠잡을 데 없는 표면을 벗겨내면 언제나 훨씬 복잡한 내면이 드러난다. (p. 137)




소설의 주인공니나는 대학에서 예술사 학위를 따고 지금은 그녀의 남자친구라클란과 함께 도둑 및 사기꾼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가 열심히 그녀만의 작업을 하는 이유는비호지킨림프종이라는 지독히 돈이 많이 들어가는 병에 걸린 그녀의 엄마 때문이다. ‘이번 치료만 끝나면 완치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비싼 치료를 받아왔지만, 매번 치료는 실패했고 치료 비용은 나날이 늘어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니나가 잠깐 집을 비운 사이에 경찰이 그녀를 찾아오는 일이 생겼고, 그녀는 잡히지 않기 위해 집을 떠나야만 했다. 그녀는 남친 라클란과 함께 타호 호수를 새 목적지로 정하고, 그곳과 관련되는 새로운 범죄 타깃을 찾아냈다. 바로 웨스트코스트 리블링의 상속녀이자 인스타그램 패션 인플루언서인바네사 리블링이었다. 그런데 이 새로운 표적인 바네사와 니나는 약간의 연결고리가 있었다. 바로 니나가 10대 시절 잠깐 타호 호수에 살았었고, 그때 바네사의 동생과 친하게 지냈었다는 사실이었다. 니나는 그녀의 작업에 덧붙여 과거의 일과 관련된 복수를 꿈꾸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니나와 라클란이 아닌애슐리 스미스마이클 오브라이언이 되어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려 한다. 페이스북과 개인 웹사이트 등을 새로 만들어 정말로 그들이 존재하는 사람인 것 처럼 꾸며 내기 시작했다. 바네사는 이 사기꾼 커플을 정말 의심 없이 믿게 될까? 이번에도 그들의 작업은 성공할까? 타호 호수에서 니나는 과거에는 어떤 사건을 겪었던 것일까? 주인공 니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많은 궁금증이 생겨났다. 지난 과거의 일과 관련되어 앞으로 뭔가 더 큰 사건에 휘말릴 것만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고, 계속해서 흥미진진하게 스토리가 전개되어 장편소설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우리가 바네사만을 위한 소셜 미디어 계정을 부지런히 구축했다는 사실을 바네사가 알아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인터넷상에는 마이클 오브라이언과 애슐리 스미스가 수천 명이나 존재한다. 그러니 우리가 구축한 가상 공간을 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바네사가 충분히 노력한다면 인터넷에서 우리를 찾아낼 수 있을 테고, 혹시라도 느낄지 모를 두려움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대중이 자신을 해부해 속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꺼이 온라인상에 자신을 펼쳐놓지 않으면 정직하지 못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한다. (p. 76)





소설은 편집이 잘 된 영화처럼 장면들이 흘러가 재미있게 잘 읽혔다.





컵케이크, 우리는 정갈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리는 리블링이야. 그 누구도 우리 내면을 들여다봐서는 안 되고 우리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서는 안 돼. 바깥에는 우리가 약하다는 징후를 보이기만을 기다리는 늑대들이 우글거린다. 스스로 강하지 않다고 느낄 때는 절대로, 절대로 그 모습을 사람들에게 들켜서는 안 돼. 그러니까 네 사람으로 돌아가서 다시 멋진 네가 되어야 해. 이 일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가야 하는 거야.” (p. 214)





소설은 니나와 바네사의 시점을 옮겨가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렵게 살아온 니나와 달리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바네사는 아무런 걱정이 없이 살았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도 그녀대로 힘든 삶을 살아왔다. 그렇지만 바네사는 힘든 내색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약점을 드러내서는 안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애슐리라는 가상의 인간을 꾸며내어 연기하는 사기꾼 니나와 즐겁고 밝은 모습만을 연출하던 인스타그램 속 바네사의 모습은 전혀 다른 삶이지만 어딘가 닮아 보였다. 그들은진짜 내 모습이 무엇인지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 그런데 그것은 SNS 좋아요의 바다에서 뭔가 모를 공허함을 느끼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몇 초도 되지 않아 사진 아래에 나를 위로하는 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바네사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 “너무 슬픈 사진이에요.” , “바네사, DM을 보내줘요. 랜선포옹을 보내줄게요.” 관대한 이방인들이 친절한 댓글을 달아주었다. 하지만 그들이 달아주는 댓글은 영화관 차양에 적힌 글자처럼 허무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내 글에 답글을 단 사람들이 몇 초도 되지 않아 나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음 게시글로 넘어가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p. 241)







우리는 SNS 너머에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기척도 없이 우리 삶을 지켜보고 있음을 너무나도 쉽게 잊어버린다. 팔로어들이 아니라 그저 관찰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는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섞여 있는지, 그들이 우리를 관찰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절대로 알지 못한다. (p. 461)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재미있었다.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소설은 아마존에서 드라마화가 예정되어 있다고 하며, 니콜 키드먼이 주연으로 내정되었다고 한다. 니콜 키드먼이 어떤 역할로 출연하게 될지, 소설 속스톤헤이븐대저택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인스타그램 속에서 자신의 행복한 일상을 올려 둔 많은 사람들의 실제 삶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그들의 진짜 삶은 SNS의 사진 속 삶과 얼마나 가까울까? 그들은 SNS 속 자신의 모습을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할까? 그리고 그 생각은 이내 나를 향했다. 나는 SNS 속 내 모습을 진짜 나라고 생각하는가? <프리티 씽>은 단순히 스토리만 재미있는 소설이 아니라 인생에서 정말로 가치 있는 것에 대해, 그리고 진정한 나에 대한 고민을 하게끔 이끌어준 책이었다.




반전이 이어지는 흥미진진한 범죄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인플루언서의 삶과 관련된 소재가 끌린다면, 인스타그램의 이미지 바깥에 가려져 있던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하고 싶다면 이 소설 <프리티 씽>을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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