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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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빛을 이용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아티피셜 프렌드Artificial friend(AF) 4세대 버전 B2 모델인클라라는 가게의 쇼윈도에서 바깥 세상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쇼윈도 밖에서조시라는 여자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그 아이에게 선택받는 소망을 품게 된다. 가게 매니저는 아이들의 헛된 약속을 믿지 말라고 했지만, 얼마 뒤 조시는 정말로 엄마와 함께 가게를 다시 방문하였고, 신모델 B3가 새로 나왔음에도 구형모델인 클라라를 구매해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면 다른 것도 좀 물어보자. 이런 걸 묻고 싶어.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만약에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말이야. 그렇다면 조시를 제대로 배우려면 조시의 습관이나 특징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걸 알아야 하지 않겠어? 조시의 마음을 배워야 하지 않아?” (p. 320)




미래에 매우 발전된 기술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될까? 인공지능 로봇이 어떤 한 인간을 아주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따라 한다면, 우리는 로봇을 그 인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진짜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일까. 오직 인간만이 특별하게 가질 수 있는 영역이 있기는 한 걸까. 이 소설을 읽으며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에 대해서 그저 과학기술적인 측면에서 서술된 글을 읽을 때보다 훨씬 더 깊게 고민해 보게 되었다.




소설은 에이에프인 클라라의 시선으로 담담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들 사이에서 그들을 세심히 관찰하며 자신에게는 없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이성적으로 이해해 보려 하는 클라라의 모습은 어딘가 안쓰럽기도 하고 서글퍼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 모습을 통해 관찰자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사람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감정들이 어떻게 보일지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해 보는 경험도 얻게 되었다.



조시를 관찰하고, 잘 돌보고,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 위한 목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클라라의 모습은 때때로마음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마음의 경계가 어디까지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어려운 무언가를 해내는 것도 마음이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클라라의 행동도 그와 비슷하지 않은가란 생각이 들었다.




가시기 전에 한 가지 더 말씀드려야겠어요. 해가 저한테 아주 친절했어요. 처음부터 늘 친절했지만 조시와 같이 있을 때는 특별히 더 친절했어요. 매니저님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p. 443)




주어진 정보에 한해서만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내기 때문에, 항상 이성적이고 똑똑한 말만 할 것 같은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도 어린아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클라라가 말도 안 되는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우리 인간들도 클라라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희망앞에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비이성적인 믿음과 판단을 내릴 때가 있지 않은가. 태양이 우리를 보살펴 주리라 믿는 클라라나, 힘든 일 앞에서 신에게 기대는 인간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클라라와 태양>을 읽으며인간적인 것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얻었다. 이 책을 통해 먼 미래에 우리가 하게 될 고민일지도 모르는 생각들을 미리 맛보았다. 희망을 잃고 흔들리는 인간들 사이에서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그리고 한 인간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클라라는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쓴 SF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인공지능 로봇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 소설책 한 권과 함께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태양빛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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