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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 할아버지의 낡은 여행 가방 - 인생을 바꿔 주는
앤디 앤드루스 지음, 강주헌 옮김 / 뜨인돌 / 2018년 4월
평점 :
이 책은 몇 년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는 너무 좋아서 구매해
두었던 책이다. 다시 읽으려고 구매해 놓고는 책장에 꽂아 둔 채 오랜 시간이 흘러버렸다. 책을 읽으며 좋았던 기억은 남아있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흐릿해져
가물가물했다. 잊힌 자극을 다시 받고자, 이 책이 주었던
밝은 마음을 다시 가져보고자 새로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부모를 잃고 실의에 빠진 채로 해변가 근처의 동굴에 살고 있던 ‘앤디’는 어느 날 정체불명의 한 노인 ‘존스’를 만나게 된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앤디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존스 할아버지는 그에게 책을 가져다주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앤디가 좀 더 밝은 곳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결국 앤디는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자신에게는 은인과도 같은 존스가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게 된다. 앤디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존스를
만나고 싶어 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그러던 20년이 지난
어느 날, 앤디는 과거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한 카페에서 존스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되고 거기에서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방식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과 똑같네. 그러니 배리는 할 수 있는 만큼 한 셈이지. 기회가 닿을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했으니까. 하지만 잰은 그걸 이해하지
못했어. 남편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을 알지 못했으니까. 잰, 당신의 사랑 표현법은 말이 아니라 배려와 행동이거든.” (p. 66)
사람들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그리고 그 각자의 표현방식대로 사랑을 느낀다. 이 부분을 읽으며, 사랑하는 사이에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는 사랑을 표현하고 느끼는 방식의 차이가 크게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서는 그 방식을 고양이, 카나리아, 강아지, 금붕어의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또한 이는 사랑하는 사이를 넘어선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이야기 같았다. 서로의 소통 방식을 이해하고 배려하여 행동한다면 훨씬 더 편안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갈매기 다섯 마리가 부두에 앉아 있네. 한 마리가 딴 데로 날아가겠다고 결심했네. 그럼 몇 마리가 부두에
남아 있겠나?”
“네 마리요.”
“틀렸네.
아직 다섯 마리야. 날아가겠다고 결심한 것과, 실제로
날아간 것은 엄연히 다르니까. 잘 듣게. 일반적인
속설과 다르게 들리겠지만, 변화는 의도만 있어서는 무용지물이네. 갈매기가
딴 데로 날아가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결심할 수는 있겠지.
또 멋지게 날아오르면 정말 재밌을 거라고 다른 갈매기들과 얘기를 나눌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갈 때까지는 여전히 부두에 있는 거야. 날아갈 생각을 하는 갈매기와, 아닌 갈매기는 조금도 다르지 않아. 결국, 앞으로 다르게 살아 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그런 생각을 눈곱만큼도 하지 않는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네. 우리는 남들에 대해서는 행동으로 판단하면서, 정작 우리 자신은
의도만으로 판단하는 습관이 있지.”
(p. 182)
변화하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실수를 하면, 대체로 사과 한 번으로 원상회복시킬 수 있지. 하지만······ 왜 어떤 사람은 사과를 해도 그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그들이 ‘실수’를 저지른 게 아니기 때문이네. 그들은 ‘선택’을 한 것이네. 선택과
실수의 차이를 모르고 있는 셈이지.” (p. 193)
책은 쉽게 잘 읽힌다. 존스
할아버지로 인한 마을 사람들의 변화도 궁금하고, 존스 할아버지의 정체도 궁금해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
넘겨보게 된다. 술술 잘 읽히지만 여기에 담겨 있는 내용은 삶 속에서 매우 중요한 것들이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책이라 좋았다.
3년 전 봄에 읽었을
때는 보이지 않던 문장과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기술들이 더 잘 보였다. 이 책을 만난 이후 비슷한
류의 책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전에 읽을 때는 그저 책 속 문장으로만 느껴졌던 말들이
몇 년 동안의 경험 속에서 진실의 말들로 와닿게 되었다. 이 책과의 만남은 잊고 있었던 중요한 것들을
다시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지금 자신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사람, 따뜻하고 밝은 이미지의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존스 할아버지의 낡은 여행 가방>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