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도 지지 않고 시 그림이 되다 1
미야자와 겐지 지음, 곽수진 그림, 이지은 옮김 / 언제나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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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너무나 예쁜 책이었다. 초록 초록한 색들이 다가올 계절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하고, 집안 생활이 늘어나 갑갑해진 마음을 조금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했다. 오로지 그림에 반해 만나게 된 책이었지만, 책을 읽어보니 책 속 그림들의 뼈대가 된 시도 그림 못지않게 참 좋았다.




책 속 시는 일본의 동화작가이자 시인, 농업과학자인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라는 시이다. 시인은 서른일곱의 젊은 나이에 급성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 시는 그의 유품을 정리하던 동생이 수첩에서 발견하여 발표한 것이라고 한다. 소박한 삶’, ‘타인을 위한 삶을 노래했던 시인의 작품들은 안타깝게도 생전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 각지에서 그를 위한 기념 행사가 열리고, 박물관과 기념관, 마을 등이 조성될 만큼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나와 연결된 주변의 시름과 고민에 귀 기울이는 삶.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알고, 주변의 소음에 흔들림 없이 내가 믿는 것을 행하는 삶. 그가 노래하는 삶의 자세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잔잔한 위로로 다가온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애쓰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시였다.


시와 그림을 함께 읽으니 시인의 마음이 더 가까이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언어로만 전달할 때 부족했던 부분을 그림들이 메꿔주는 것 같았다.







‘바람에도 지지 않고


어둡고 추워 보이는 풍경 가운데 밝은 빛을 품은 집과 주인을 마중 나온 멍멍이가 보인다. 밖에는 바람이 불어대지만 저 공간 안으로 들어가면 따뜻하고 안전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쌩쌩 부는 바람을 이겨내고 밝은 빛이 새어 나오는 집으로 돌아가는 남자. 따뜻함으로 자신을 녹여줄 집이 있기에 그는 바람에도 지지 않는 힘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런 힘을 줄 수 있는 집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밝고 따뜻한 존재가 되고 싶다.







‘모든 일에 내 잇속을 따지지 않고


욕심을 버리고 주어지는 것에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삶. 고기를 많이 잡는 날은 많이 잡는 대로, 적게 잡는 날은 적게 잡는 대로 매일의 상태에 만족하는 삶. 편안한 그림과 글에 따라오는 편안한 생각에 내 마음도 조금씩 가벼워졌다.







‘모두에게 바보라 불려도 칭찬에도 미움에도 휘둘리지 않는


비를 맞고 있는 고양이에게 쓰고 있던 우산을 내어줄 수 있는 마음. 주변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내 주변의 아픔에 공감하고 도움의 손길을 뻗는 마음. 글이 품고 있던 따뜻한 마음을 그림은 더 자세히 전달해주었다.






<비에도 지지 않고>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시와 그림을 감상하며 마음의 휴식을 가지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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