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3.0 - 뇌공학자가 그리는 뇌의 미래
임창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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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읽었던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에서뉴럴링크에 대한 내용을 짧게 접했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개발하고 있다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새로운 기술의 이야기에 많이 놀랬었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뇌에 칩을 이식하는 장면이 진짜 우리의 미래가 되다니… sf영화에서 암울하게 그려냈던 미래의 이미지들 때문인지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 왠지 두렵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런 생각이 뇌공학, 인공지능에 더욱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그런 와중에 [브레인 3.0]이란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 책은 그런 나의 관심과 의문, 걱정에 대한 올바른 답을 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브레인 3.0]의 저자 임창환은 현재 한양대 공대 생체공학 교수로 재직중이며 한양대 뇌공학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공학 문화의 확산과 과학 대중화를 위해 강연과 방송 출연을 하며 ‘뇌공학과 뇌과학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책 표지의 저자소개에서 일부 발췌)고 한다. 이번 신간은 저자의 이전 책인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2015), <바이오닉 맨>(2017)에 이어지는 뇌공학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이 책은 2017~ 2019년까지 진행했던 저자의 강연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강연 중 받았던 중요하면서도 흥미로운 질문’들에 대한 답들이 이 책 안에 담겨있다고 한다. ‘우리 신체를 인공 장기로 대체할 수 있다면 과연 신체의 몇 % 정도가 기계로 대체됐을 때까지를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요?’(p. 52-57), ‘로봇과 자동화시스템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의 설 자리가 점점 부족해지는 시대,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p.110-115), ‘시간이 지나면 구글이나 타임의 예상처럼 인공지능이 과연 인간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세요?’(p. 123-129), ‘기계가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요?’(p. 147-154) 등 재미나고도 흥미로운 질문들이 열일곱 가지나 실려 있으니 저자가 들려주는 큰 줄기의 이야기에 곁들여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강연의 구성을 닮은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1부인 브레인 1.0’에서는 경이로운 인간의 뇌에 대해 소개합니다. 2부인 브레인 2.0’에서는 인간이 만든 또 하나의 뇌인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해 알아봅니다. 마지막으로 3부인 브레인 3.0’에서는 뇌공학을 바탕으로 인간이 가진 자연지능과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기술에 대해 소개합니다.” (p. 9~10)



나는 이 책을 통해 뇌공학 전문가가 알려주는 쉽고 재미있는 뇌공학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맞이하게 될 미래의 모습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그려보고 싶었고, 잘 알지 못하기에 생겨나는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싶었다.




♣ ♣ ♣ ♣ ♣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을 소개해면 아래와 같다.




1.




이 호문쿨루스라고 하는 사람의 형상은, 우리 신체의 각 부위가 우리 대뇌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역의 면적에 비례해서 사람을 다시 그려 놓은 것입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손으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정교한 손놀림이 필요하고 따라서 진화 과정에서 손의 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교한 입의 움직임이 필요했고, 의사소통에 능한 인간이 생존에 보다 유리했을 것이므로 진화 과정에서 입과 관련된 뇌 부위가 커지게 되었겠죠.” (p. 37)


이렇게 시각적으로 표현해 놓으니 우리의 대뇌에서 담당하는 각 신체 부위의 비중이 잘 와닿고 기억에도 오래 남았다. 다른 부위에 비해 손의 움직임과 관련된 부분이 저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몰랐다.





2.


영구자석이 인간의 뇌를 자극할 수 있다는 사실은 2010년대에 들어와서야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영구자석이 N극과 S극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은 모두 알고 계시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머리에 N극을 가져다 대거나 S극을 가져다 대거나에 관계없이 자석 바로 아래에 있는 뇌 영역의 활동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실험에서 관찰됐습니다.” (p. 74)


저자는 영구자석을 뇌졸중, 우울증, 편두통 등의 뇌질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만성 통증이라는 질환을 예로 들어 설명해주었다. 이 질환은 신체 특정 부위가 이유 없이 계속 아픈 증상을 보인다. 이는 해당 부위의 감각을 담당하고 있는 뇌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통증을 느끼는 것이며, 이때 영구자석을 문제가 있는 뇌의 영역 위에 올려 두기만 해도 그 영역의 활동성이 저하되어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3.


나이가 들면 정말 뇌가 굳는 걸까? 흔히들 나이가 들수록 매일매일 뇌세포들이 죽어가기 때문에 머리가 나빠진다고 믿기도 한다. 뇌세포는 나이가 들어서도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은 현재까지도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뇌세포를 만들어낸다는 주장이 가장 최근의 발견으로 알고 있었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2018년에 새롭게 이를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고 한다. 이 연구에서는 ‘13세 이후에는 해마 부위에 새롭게 생겨나는 신경세포의 숫자가 급격히 감소해서 관찰이 어려워진다’(p. 80)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나이가 들어도 노력만 한다면 여전히 쌩쌩한 뇌를 가질 수 있다고 믿어왔는데 찬물을 확 끼얹는 결과에 조금 우울해졌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 뇌의신경가소성을 이야기하며 우울해 할 독자를 위로해준다.


앞서 소개한 메첼리 교수의 연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신경가소성은 나이가 들면 점점 약해집니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똑 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어릴 적에 비해 배우는 속도가 느린 이유죠. 하지만 나이가 든다고 해서 신경가소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흔히 뇌의 신경가소성을 운동을 통해 근육을 발달시키는 과정에 비유하는데요. 나이가 들면 똑 같은 운동을 해도 젊을 때보다 근육 발달이 잘 되지 않지만 꾸준히 운동을 해 온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젊은 시절의 근육을 유지할 수 있죠. 우리 뇌도 꾸준한 훈련을 통해서 얼마든지 젊을 때의 뇌기능으로 회복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pp. 84~85)


꾸준한 노력으로 젊은 뇌를 유지해야겠다. 더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써야지...





4.




인공지능이 발달한 미래 사회에서도 그것들은 단순한 지식을 입력해 수행하는 분야에 한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일을 할 때 인간의 감정이 그다지 요구되지 않는 그런 분야 말이다. 예술과 같은 분야에서는 여전히 인간이 우세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가 소개한딥 드림deep dream’이란 인공지능이 그려낸 그림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들려주는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들은 놀라웠다. 이미 일본의 약국에서는 처방전의 QR코드를 이용해 자동으로 약을 포장하고 제대로 조제되었는지 확인까지 하는 기계가 보급되어 있다고 한다. 음악계에서는 인공지능과 협업해 작곡한 노래(프로듀서알렉스 다 키드 IBM의 왓슨이 함께 만든 ‘Not Easy’란 곡)가 빌보드 록 인기차트에서 1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인공지능 기자가 신문기사를 쓰기 시작한지는 벌써 수년이 흘렀다’(p.105)고도 한다. 인공지능은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그리고 가까이 와 있었다.





♣ ♣ ♣ ♣ ♣



편안하고 차분하게 설명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조금 어렵다 볼 수 있는 주제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나 편안한 문체 속에 담긴 내용은 매우 흥미로웠다. 읽어 나갈수록 눈이 반짝여지는 느낌이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더 놀랍고 흥미로웠다. SF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던 것들이 더이상 상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시작된 새로운 변화들 사이에서 미래의 우리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걱정이 들도록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뇌공학 기술이 생각보다 많이 발전된 것에 대해 놀라신 분들도 계실 것이고 뇌공학 기술의 발전이 초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해 걱정이 되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여러분들에게 이런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이 강연의 가장 중요한 목적입니다. 여러분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셨다면 성공한 강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뇌공학을 연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뇌공학에 관심을 가지고, 이 기술이 잘못된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또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주셔야 합니다.” (p. 227)



[브레인 3.0]은 뇌공학이나 인공지능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뇌공학자의 쉽고 재미있는 설명을 듣고 싶다면, 앞으로 변화될 우리의 미래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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