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것들 - 잘난 척 인문학,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최초의 것들>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의식주의 기원을 알아보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이 책 속 내용들은~ 그건 말이야~’하면서 대화 중에 아는 척하기 딱 좋은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를 읽어보면 흥미로운 소제목들이 가득했다. ‘기독교도의 금지 1호였던 가발’, ‘멋쟁이의 필수품이었던 생선 등뼈’, ‘불로장생의 식자재, 버섯’, ‘로마 시대에 봉급으로 주었던 소금’, ‘창문이 많으면 세금도 많이 냈다등 재밌는 내용들이 많아 보여 기대 가득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이 책은 1(), 2(), 3()로 나뉘어 각 주제에 맞는 작은 이야깃거리들을 담고 있다. 하나의 이야깃거리는 2-3장정도의 분량으로 되어 있어 부담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책에는 총 132가지의최초의 것들이 실려 있다. 각각의 분량은 짧아도 가짓수가 많다 보니 이 책의 두께도 꽤 묵직하다. ( 552페이지다.) 목차를 살펴보며 궁금한 것들, 관심 가는 주제부터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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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주제들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결혼반지는 왜 생겼을까’ (p. 26~30)


200년경의 신랑 들러리가 지니고 있던 것은 결혼반지만이 아니었다. 신부의 가족이 그녀를 되찾으려고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무기를 휴대하고 있었다. 들러리는 신랑 옆에 서서 결혼식 내내 무장한 채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신방까지 가서 감시를 서는 일도 있었다. (중략) 그 증거로 고대의 많은 민족(훈트, 고트족, 서고트족, 반달족 등)의 교회 제단 밑에는 곤봉이나 칼, 창 따위의 무기가 숨겨져 있었다. (p. 26~27)


결혼반지의맨 처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었지만, 나는 결혼반지의 유래보다는 오랜 옛날에 존재했다는약탈혼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먼 과거의 시대에는 자기 마을에 결혼할 여자가 없을 경우 근처 마을에서 신부를 약탈해오기도 했다고 한다. (2세 북유럽 게르만계의 한 부족인 고트족을 예시로 들어 설명함) 이때 신부를 약탈하기 위해 신랑의 친구와 함께 무장 2인조로 신부를 훔쳐오던 것에서 신랑 들러리의 관습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또한 결혼식에서 신랑의 왼쪽에 신부가 서야 하는 전통 역시 이 약탈혼에서 뿌리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납치당한 신부를 되찾기 위해 결혼식장에 신부의 가족들이 습격할 경우, 신랑은 왼손에는 신부를 안고 오른손으로는 무기를 들고 싸워야 했던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로맨틱함의 상징인 결혼식 장면에서 범죄 액션 장르가 숨어 있었던 이야기는 놀랍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다.







2. ‘초콜릿의 비밀을 누설하면 사형’(p.275~277)


남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인 코코아나무 열매에서 채취하는 초콜릿은 마야, 아스테카, 톨텍 등 세 문명권에서 제사 때 사용하는 액체였다. 코코아는 그들이 원래부터 중시하는 과일이라서 한때 그열매는 화폐로 쓰이기도 했다. 아즈텍족은 열매를 단지 속에 넣어 발효시킨 후 가열했다. 그리고 씨를 깨뜨려 그 핵을 부수고 물을 부어 액체로 만들어, 쓴맛을 없애기 위해 바닐라나 다른 향료를 적당히 첨가해 달콤하게 만들었다. 아즈텍족의 언어로 그것을 부르는 말도 직역하면 쓴 물이었다.


초콜릿은 당시 16세기 초 콜럼버스가 처음으로 유럽에 소개했다. 유럽인들은 당시 코코아라고 불리던 그 액체에 적당량의 설탕을 가미했다. 난생처음 초콜릿 맛을 본 에스파냐 왕족들은 금세 그 맛에 매료되었다. 아라곤 왕국의 페란도 2세는 그 새로운 음료를 혼자만 즐기려고 공표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누구라도 새로운 음료가 생겼다는 비밀을 누설하면 사형에 처한다는 명이었다. (p. 275~276)


맛있는 것은 나 혼자만 먹겠다는 욕심에서 생겨난 이 금지령으로 인해 초콜릿이라는 맛있는 음료는 100년 동안이나 비밀속에 묻혀 있었다. 다른 경로를 통해 이웃 나라들에 알려질 때까지 에스파냐 안에서 만큼은 비밀이 철저히 지켜졌다고 한다. 하긴... 맛있는 것이 넘쳐나는 요즘에도 초콜릿은 여전히 맛있는 디저트인데 그 옛날에는 오죽했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도 급 초콜릿이 먹고 싶어져 초콜릿 포장을 뜯고 있다... ㅎㅎㅎ







3. ’창문이 많으면 세금도 많이 냈다’(p.411 ~ 412)


창문세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재산세였다. 창문의 재료인 유리가 대량생산이 되지 않아 워낙 비쌌기 때문에 창문 없는 집에 사는 사람도 많은 시절이었다. 창문 수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자 곳곳에서 파장이 일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창문 수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바람에 주택의 외관은 기형적으로 변해버렸다. 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어둠을 택한 것이다. (p. 411)


세금을 많이 걷기 위해 창문세를 만들어 돈을 받아가다니... 신박하면서도 어이없는 발상에 웃프다. 당시 런던에서는 창문세를 피하기 위해 창문 없이 사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일조량 부족으로 우울증과 각종 전염병이 만연했다고 한다. 사실 창문세는 영국이 처음은 아니고 1303년 프랑스의 필리프 4세가 왕권 강화를 목적으로 처음 고안해낸 것이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곧바로 폐지되었지만 이것이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갔고 영국에서 특히 오래 시행되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약 150년 간 시행됨)







4. ‘집 안으로 들어온 화장실’ (p.522~526)


18~19세기경 영국에서는 가발에 가루를 뿌리는 것이 유행해 상류층 가정의 침실에는 대개 파우더방(powder closet)이 있었다. 이곳은 가발에 가루를 뿌리기 위한 공간으로 직역하면 화장하는 방인데, 가루를 뿌린 뒤 손을 씻어야 하므로 물을 비치하게 됐고 이후 화장실이 변소를 의미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p. 522)


가발에 가루를 왜 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유래에 조금 놀랐다.


중세의 신사들은 여성을 동반할 때 검은색 모자와 코트를 입고 길 안쪽에 세워 에스코트를 했는데, 이 풍속도 화장실이 없어 아침마다 창밖으로 버려지는 대소변을 피하기 위해 생겨났다. (p. 524)


신부가 신랑의 왼쪽에 서는 것이 약탈혼에서 유래된 것에 이어, 여성이 길 안쪽으로 걷도록 에스코트 하는 것이 대소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그저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차에 부딪히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이유였음에 놀라고 또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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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나니 입이 근질거린다. 새롭게 쌓아올린 지식들이 너무나 재미있는 내용들이라 어서 이것들을 입 밖으로 뽐내고 싶어졌다. “~ 너 그거 알아?!” 라는 말과 함께 우리 주변의 것들에 대한 기원을 줄줄 이야기해주고 싶다. ㅋㅋㅋ 이 책 제목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놀라움은 신선하고도 재미있었기에 이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참 즐거웠다.



우리의 의식주의 기원에 대해 궁금한 사람, 모임에서 새로운 지식을 뽐내고 싶은 사람, 평소에 주변의 것들에 궁금한 것이 많았던 사람에게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최초의 것들>을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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