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는 90초
조앤 I. 로젠버그 지음, 박선령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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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불쾌한 감정을 다루는 능력을 키워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비결은 바로로젠버그 리셋에 있다고 한다. 이는 저자의 이름을 딴 공식으로하나의 선택, 여덟가지 감정, 90초의 시간이라는 간단한 내용이다. 이것은 자신의 감정과 신체적감각을 피하지 않고 충분히 느끼는 것인데, 겉으로 드러나는 8가지 불쾌한 감정(슬픔, 수치심, 무력감, 분노, 당혹감, 실망, 좌절, 취약성) 중 하나를 90초간 신체적 감각의 파도를 타며 온전히 느끼고 극복해 나가는 것이라 한다. 로젠버그 리셋은 우리가 익히 들어온 마음챙김과도 유사하다고 한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나를 괴롭히는 불쾌한 감정 8가지와 그 불쾌한 감정을 조절하여 내가 원하는 삶을 이루어내는로젠버그 리셋공식에 대한 개념 설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나의 기분을 망치는 요인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내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부정적 패턴을 확인하고 이를 바꿀 방법들을 알려준다. 그리고 마지막 파트에서는 개인마다 가지고 있을 상처 속의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경과학자이자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의 저자인 질 볼트 테일러 박사는 분노 같은 감정이 촉발되면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이 혈류로 밀려들면서 신체 감각이 활성화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약 90초가 지나면, 그 화학물질이 혈류에서 사라진다. 이런 감정은 마치 파도처럼 생화학물질이 급속히 밀려오면서 시작됐다가 밀려가면서 끝이 난다. 이렇게 화학물질이 파도치듯 밀려오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얼굴이 붉어지거나 팔에 열이 오르거나 가슴이 무거워지는 등 불편한 신체 감각이 생긴다. 이게 바로 핵심이므로 반복해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감정적으로 느끼는 건 먼저 몸이 신체적 감각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간단히 말해, 불쾌한 감정이 들 때 몸도 좋지 않은 감각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p. 65)





내가 불쾌한 감정을 어떤 감각으로 느끼고 있는가를 알아보는데 저자가 소개하는인지실습방법이 유용했다. 과거의 상황을 통해 특정 감정을 떠올리고 어디에서 어떤 변화를 느꼈는지 찾는 것은 조금 어려웠다. 그 상황에서 두 가지 이상의 감정이 섞여 느껴졌던 때가 많아서 그런지 느꼈던 감각도 겹쳤다. 그래도 이것은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느낌과 감정 사이의 관계를 알아채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동안은 어떤 감각이 느껴지면 그것이 바로 어떤 감정으로 연결되었는데, 감각 자체에 집중하니 바로 감정으로 넘어가지 않아 이전보다 마음의 파도가 조금 낮게 치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는 불쾌한 감정의 경우 사람들이 감정 자체를 느끼기 싫어한다기보다는 그것을 깨닫도록 도와주는 신체적 감각 그 자체가 불편하기 때문에 그것을 무시하고 피하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을 이겨내고 신체적 감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어야만 로젠버그 리셋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리셋을 설명할 때마다 내 기분은 90초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는 것 같은데, 왜 그런 걸까요?” 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증가해도 그런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보통은 생각을 자꾸 되새기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거의 비슷한 생화학적 파도가 발생하는데, 이는 곧 그 감정이나 기억, 상황과 관련된 신체적 감각을 거의 똑같이 경험한다는 뜻이다.


처음 사건이 발생한 뒤 몇 분, 몇 시간, 며칠, 몇 년, 심지어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 이어지는 것은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감정의 기억이다. 기억이 처음 느꼈던 것과 비슷한 생리적 경험이나 신체적 감각을 끌어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그때의 감정도 다시 살아난다(몸에서 느껴진다). 다행히 우리는 뭘 생각할지 선택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르는 감정 또한 선택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일단 의식하면 그때부터 바꿀 수 있다. (p. 69)



나도 처음에 같은 의문을 가졌었다. 화학물질의 작용은 90초가 지나면 끝난다지만, 나는 감정이 그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던데? 90초는 무슨, 하루 종일 그 감정에서 못 벗어나는데... 그러나 저자는 이것이 그 당시의감정의 기억을 떠올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감각 자체는 사라지고 감정도 아주 짧은 순간의 현상이지만, 계속해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그때의 감각이 다시 살아나고 우리는 그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불쾌한 감정을 극복하는 게 왜 그리 중요한 걸까? 앞서도 말했지만, 살아가면서 나는 할 수 있다는(또는 감정적으로 강하다는) 믿음과 신념이 불쾌한 감정을 경험하고 극복하는 능력과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 범위 전체에 대한 인식과 수용력을 증가시키는 순간, 자신에 대한 느낌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런 감정에 대처하는 능력을 발전시키면, 삶의 모든 측면에서 더욱 온전한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유를 얻게 된다. (p. 86)





이 책을 읽고나니 나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심리 상담을 받고 온 기분이 들었다. 저자가 읽는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것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불쾌하고 기분 나쁜 감정들에 대해 뭉뚱그려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따로 떼어내서 생각하고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그동안 내가 특정한 감정들을 무시하거나 피하는 식으로 대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구체적으로 파고들어 표면적인 감정 반응 아래에 숨겨놓은 감정들을 찾아내고 이름 붙이도록 도와주었다. 더이상 그런 감정들을 피하지 않고 맞서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었다. 감정을 세세하게 분류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이전에는 구분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는 어렴풋이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읽어나가며 저자가 지시하는대로 자신을 깊이 바라보고 관찰해 나간다면, 분명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내가 달라졌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인생을 바꾸는 90>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이 책 속 내용이 너무나 궁금했었다. “내 안의 불쾌한 여덟 가지 감정을 단 시간에 없애고 원하는 삶을 만드는 법이란 소개문구를 보며 어떤 기막힌 방법이 소개되어 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덮고 난 뒤 생각해보니, 이 책은 불쾌한 감정을 해소하는데 그 어떤 꼼수 없이 그 감정들을 피하지 않고 정통으로 부딪혀 해결하자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자세한 설명으로 비슷한 감정들 사이의 차이점과 내 생각의 비논리적인 부분들을 스스로 깨닫고 찾아낼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책을 서너시간 만에 읽어내기만 한다고 해서 바로 나의 삶이 기적처럼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자동적으로 해오던 부정적인 사고를 보다 건설적이고 낙관적인 방법으로 바꿔가는 데에는 사람에 따라서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바뀌겠다는 굳은 의지로 하나하나 천천히 바꿔나간다면, 언젠가 우리도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그 위에서 여유롭게 서핑을 즐길 수 있을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한국경제신문)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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