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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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희곡은 주인공 아나톨 피숑이 죽음 뒤의 사후세계 재판정에서 형벌을 받고 다시 태어나게 될 지 윤회의 고리를 벗어날지를 심판 받는 이야기이다. 주호민 원작의 <신과 함께>라는 영화가 연상되는 이야기였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지난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전생, 환생, 자유의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내리는 무의식적 선택은 카르마와 관련이 있지만, 자신의 자유의지로 그것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번 소설을 읽고 나서정해진 틀자유 의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 이번 역시 무엇이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진실은 확인해 볼 수 없으니까. 그저 자신의 생각대로 믿는 것이 각자의일 것 같다.



재판정에서 주인공 아나톨의 과거 행적들을 샅샅이 뒤져보면서 잘잘못을 가리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더라도 정말 아무도 보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작가가 경고하는 듯 들렸다. 정말 읽을수록 프랑스판 <신과 함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숑씨, 당신은 배우자를 잘못 택했고, 직업을 잘못 택했고, 삶을 잘못 택했어요! 존재의 완벽한 시나리오를 포기했어요······ 순응주의에 빠져서! 그저 남들과 똑같이 살려고만 했죠. 당신에게 특별한 운명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p. 128)


자신을 믿지 못하고, 각자만의 특별한 길을 찾지 못한 죄. 작가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단호하게 잘라 말하며) 성경에 나오는 달란트의 비유대로 이렇게 물어보겠습니다. <최후의 심판에서 너는 단 하나의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너는 너의 재능을 어떻게 썼느냐?> (손가락으로 아나톨을 가리키며) 당신은 당신의 재능을 어떻게 썼죠? 전혀 쓰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형 ······ 아니, 다시 말해 삶의 형을 구형합니다.” (p. 133~134)


“너는 너의 재능을 어떻게 썼느냐.” 가 중요한 문제였다. 내 삶의 끝에서 이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나는 나에게 찾아온 문제들과 넘어가야 하는 산을 어떻게 대했고 어떤 선택들을 해 왔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는지, 문젯거리 뒤에 가려진채로 나에게 찾아온 기회를 어렵다는 이유로 시도하지 않고 놓쳐버린 것은 아닌지 말이다.




인간들은 자신의 행복을 일구기보다 불행을 줄이려고 애쓰죠.” (p. 142)


지난 나의 불충실했던 과거를 설명해주는 말처럼 느껴졌다. 나도 불행을 줄이기 위한 선택을 했던 것이다.




우리가 지금 정하고 있는 건 당신의 카르마에 해당하는 25퍼센트라는 사실을 알아 둬요. 당신이 무의식의 소리에 계속 귀 기울일 때 펼쳐지게 될 인생 경로인 거죠.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징표들이 끊임없이 이 삶의 여정을 당신에게 일깨워 줄 거예요.” (p. 197)




희곡 속의 묘사처럼 지금 나의 삶도 하나하나 설계된 것일까? 그 당시에는 나빴던 일들이라 생각했던 것도 지나고 나서 보면 나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삶의 불행들조차 이미 모두 정해 놓고 시작했던 것이라면. 불행들을 심어 놓은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것이라면.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신의 뜻이 아니라 나의 뜻이라면... 나는 지금 나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한 두 시간 내로 읽어내는 분량의 희곡이다. 비슷한 내용이었던 이전 작품 <기억>보다 여운은 덜하다. 그러나 환생이나 사후세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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