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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리커버 에디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ㅣ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8.0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몇 해 전 베스트셀러였던 <그림의 힘>이 개정판으로 새 옷을 갈아입고 출간되었다. 구판의 표지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이었는데 이번 개정판에서는 모네의 그림(Lady in the garden)으로 바뀌었다. 이 책의 표지가 너무나 예뻐서 책을 받아보고는 한동안 표지만 바라보았다.
<그림의 힘>의
저자는 미술을 전공한 후 미술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일본에서 임상미술사 자격을 취득한 후 지금은 차의과대학 미술치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중일 임상미술치료학회장, 제주국제평화센터장, 대한트라우마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미술 치료 분야에서
권위 있는 전문가가 심리 치료에 도움이 되는 그림들을 골라서 쓴 책이라 그런지 이 책 속의 그림들이 주는 마음의 위로가 크게 느껴졌다.
첫 번째 그림으로 나오는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는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그림이었다. 은은한 별빛의 하늘
아래 노란 불빛의 카페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는 밤 시간을 그린 그림이어서
그런걸까. 그림을 보고 있으면 웅성웅성 적당한 말소리들도 들리는 것 같고, 가을바람처럼 선선한 바람도 어디선가 불어올 것만 같다.
바실리 칸딘스키의 작품은 정말 에너지가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다양한
원이 겹쳐진 그림의 형태와 대비되는 색깔이 주는 힘이 느껴졌다. 원이 움직이고 있다가 사진을 찍는 순간
멈춰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저자는 파란색은 사람에게 진정효과를 주고 빨간색은 사람을 흥분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우울하고 처지는 기분이 들 때 붉은 색을 활용 해봐야겠다.
이 사람이 그렇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림을 보는 우리에게 왜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그림을 보고 느껴지는 감정이 시지각 경로를 통해 뇌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보는 순간 감정과 마음이 연결되면서 우리는 울거나 기뻐하며 몸으로도 감정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미술치료에서는 일차적인 감정의 건드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스트레스
해소 면에서도 느낌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p. 27)
그림을 보며 그림 속 이야기에 우리의 마음도 함께 움직인다. 각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어떤 그림은 나에게 그림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느끼는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어떤 그림은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속에 사랑과 따스함이 가득 차도록 만들어 주기도
하고, 어떤 그림은 상실의 슬픔을 느끼게 하기도 하며, 또
어떤 그림은 내가 대면하고 싶지 않았던 가려진 어두운 면을 꺼내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조르주 드 라 투르의 <작은 등불 앞의 막달라 마리아>는 요즘 유행하는 ‘불멍(불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하는 한 여성의 모습이다. 어두운
방 안에 켜져 있는 촛불은 그림을 보고 있는 이도 촛불을 향해 시선을 모으도록 한다. 저자는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의 그림을 보는 것도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무언가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때는 이 그림을
꺼내 보며 집중하는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그림 속 주인공은 왜 해골을 쓰다듬고
있는 것일까.)
런던 대학교 세미르 제키 교수는 유명 화가의 미술작품을 감상한 대상자에게 ‘아름다움’ ‘보통’ ‘추함’ 등으로 느낌을 표현하도록 유도하고 뇌 활성도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아름답다고 평가했을 때는 뇌 전두엽의 보상계인 내측안와전두엽이 활성화되는 것이 발견됐습니다. 보상계란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즐거움과 쾌락을 느끼는 뇌의 영역입니다.
시각으로 인지된 그림이 사람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를 좌우하는 뇌에도 영향을 미쳐 행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얘기입니다. (p. 87)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즐거움을 느끼는 이유, 미술관에 가는 것이 행복했던
이유가 이것이었나 보다.
이중섭의 <해와 아이들>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예전에 이중섭 작가의 편지와 그림을 엮은 책을 본 적이
있는데, 그의 편지들 속에 묻어나던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이 떠올라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니 그의
마음이 보이는 듯했다.
미술치료와 관련된 한 논문에 의하면 화가가 자기 치유 과정에서 희망, 상상, 자유, 변화, 가능성, 다양성을 표현한 작품은 감상자로 하여금 자신의 심리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유도해 우울감을 해소시킨다고 합니다. (p. 96)
작가의 마음을 치유해 준 그림은 우리의 마음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클로드 모네의 <임종을 맞은 카미유>는 모네가 죽음을 앞둔 아내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뭔가에
파묻혀 보이는 듯한 사람의 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까, 상실의 고통일까. 그런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공기가 이 그림 속
주인공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조선 전기의 그림 <매화초옥도>는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이었다. 그림의 색감도 그렇고, 눈송이처럼
귀엽게 달려있는 매화도 그렇고, 산 속 집의 모양도 그렇고, 주황색
옷을 입고 걸어오는 방문객의 모습도 그렇고 모든 게 귀엽고 편안한 인상을 주는 그림이었다. 그 페이지에
한참을 머물러 그림을 감상했다.
크리스티안 롤프스의 <블루 마운틴>은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의 푸른 산이 시원하고 에너지 넘치는 기운을 전해주는 것 같아 너무 좋았다.
<그림의 힘> 속
명화들을 감상하고 저자의 위로의 말을 들으며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림이 가진 힘을 다시
한번 느낀 책이었다. 두고두고 마음이 지칠 때 꺼내 보고 싶은 책이다.
책의 표지도 그저 세워 두기만 해도 그림 액자 같은 느낌이라 집안 인테리어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림의 힘>은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명화감상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나면 제목처럼 그림의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