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친구가 될 식물을 찾아 주는 식물 사진관 - 포토그래퍼의 반려식물도감
이정현 지음 / 아라크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 수가 적은 친구를 사귀는 것과 비슷합니다. 식물도 하나하나 성격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인간보다 훨씬 섬세하고 인내심이 깊은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그리고 말없이 아름답지요. 누가 이런 친구를 마다할 수 있을까요. (p. 7)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스스로를식물킬러라고 칭하는 것에 남일 같지 않은 동질감을 느꼈다. 나 역시 우리 집에서는식물 저승사자로 불려 지기 때문이다. 우리집에 온 식물들은 꽤 있었지만(튤립, 프리지아, 파리지옥, 애플민트, 로즈마리, 장미, 토마토, 이름을 잊어버린 야생화, 해피트리, 연산홍, 선인장들까지...) 대부분(거의 다...)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이렇게 나쁜 손을 가졌음에도 왜 나는 여전히 식물을 키우고 싶어하는걸까.




어느 날, 식물을 찍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전혀 아니었는데 말이죠. 돌아보면 그즈음 제 주변에 그런 생각이 들게 할 만한 일이 슬금슬금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식물이 좋아졌다는 사람이 늘었고, 식물을 담은 멋진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에 은근히 식물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식물을 찍겠다고 마음먹자 식물이 좋은 피사체일 것이라는 느낌이 왔고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p. 17)



이 책은 식물에 관해 완전 초보인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식물 킬러였던 저자가 식물에 관한 사진을 찍게 되면서 관심과 애정이 싹트며 우정이 돋아난 이야기이다.




익숙한 식물도 카메라를 통해 보면 언제나 새로운 면이 있습니다. 모두 초록색인 것 같지만 같은 초록색은 하나도 없고, 한 줄기에서 자란 잎사귀도 완전히 똑같은 모양은 없지요. (p. 35)







책 속 제일 첫번째 식물은괴마옥이다. 예전에 이 식물을 처음 보았을 때 파인애플을 닮은 모양에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모양과 썩 어울리지 않는 이름에 한번 더 놀랐었다. (괴마옥의 뜻은귀신을 쫓는 옥이란 뜻이란다. 그저 귀요미 파인애플 같아 보이는데?!)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괴마옥의 잎을 자세히 보며 한번 더 놀랐다. 괴마옥은 아무래도 식물의 아래 부분이 특징적으로 생기다보니 아래에만 시선이 가는데, 위쪽의 잎사귀 부분만을 찍은 사진을 보니 내가 알던 그 친구가 아닌 것 같아 새롭게 느껴졌다.





이 식물이 저 식물 같고, 푸른 건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식물 까막눈이었던 제가 식물에 관심을 가지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식물의 이름이었습니다. 늘 보던 식물도 이름을 알고 나면 완전히 달라보였습니다. 최근에 알게 된 사람의 얼굴을 예전부터 갖고 있던 사진에서 우연히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 같은 것이랄까요. 식물은 달라진 것이 없지만, 저에게는 이제 예전의 그 식물이 아니었습니다. 시의 한 구절처럼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나에게로 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죠. (p. 72)



내가 돈나무라고 알고 있었던 식물의 이름은 염자였다. (염좌, 화월이라고도 함) 오래전부터 우리 집에 있었던 식물인데, 식물에 별 관심이 없던 때에도 이 친구는 이상하게 좋았다. 오동통한 잎이 귀여웠달까. 책 속에서 다시 보니 반가웠다.





식물 초보라면, 일단 작은 성공의 기쁨을 맛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그저 살아남게 하는 것을 넘어 더 풍성하게 키우는 단계에도 도전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장미허브는 정말 좋은 치어리더입니다. 하지만 혹시 장미허브 키우기마저 실패해도 너무 실망하지는 마세요. 반드시 자신만의 특별한 치어리더를 만나게 될 겁니다. 더 어려운 식물이 치어리더가 되어 주려고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p. 95)



나에게 치어리더는 스킨답서스였다. 실내에서 키워도, 무심하게 물컵에 꽂아 두어도 너무나 잘 자란다. 나에게 와도 잘 자라주는 식물이 있다니 너무나 고맙고 기특했다.





책을 읽으며 식물에게 물을 주는 것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저 정해진 횟수대로 물만 주었을 뿐인데 왜 자꾸 죽을까 했더니, 물 주는 것조차 그때그때 상태를 잘 살펴서 주어야 했던 것이다. 여름과 겨울에는 물의 온도도 신경 쓰는 것이 좋고, 졸졸졸 적은 양을 찔끔 주는 것이 아니라 화분 아래로 물이 흘러나오도록 흠뻑 주어야 한다고 한다. 물을 주는 것은 단순히 식물에 수분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뿌리 주변의 노폐물을 씻어주는 역할도 한다. 나 역시 저자처럼 물 주는 타이밍을 잘 못 읽어 애매한 양의 물을 식물들에게 주곤 했는데 이것이 식물들을 죽게 만든 원인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식물들의 사진을 쭉 보다 보니 신기하게 생긴 식물들이 있었다. 몬스테라 아단소니의 경우 책에서가 아닌 실제로 처음 식물을 보았다면 벌레 먹은 게 아닐까 생각했을 것이다. 잎의 중간 중간에 구멍이 뻥뻥 나 있다. 정글에서 사는 식물이라 햇빛이 부족한 울창한 숲속에서 아래부분의 잎도 빛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라고 한다.




책을 읽고 있으니 새로운 초록이들을 더 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사철나무와 산세베리아를 키워보고 싶다. 생명력이 강한 편이라는 말에 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예전에 다른 책에서(어딘지 기억이 안남;) 보았던 내용인데, 사람은 녹색을 보는 것 만으로도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자연의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그 효과가 더 커진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 속 식물들의 사진을 보는 것도 읽는 이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어 외출도 마음껏 하기 어려운 시기인데, 책을 통해 녹색을 맘껏 보니 한결 기분이 가벼워진다. 얼마 전에 구입했던 자연의 소리 앨범과 함께 들으며 읽으니 더욱 좋다. 식물원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저자의 잔잔한 이야기들을 읽고 있는 것도 상쾌한 분위기에 한 몫을 한다. 산책길에서 저자와 도란도란 사진과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같기도 하다.




책 속 식물들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원래 알고 있던 식물이라도 이상하게 이질감이 느껴지면서얘가 원래 이렇게 예뻤나?’ 라는 생각이 든다. 전에는 왜 이 귀여운 친구들을 자세히 보지 못했을까. <식물 사진관>은 익숙하다 여겼던 우리집 식물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고,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던 그들의 매력을 발견하도록 한다. 우리집 식물친구들에게 애정의 눈길이 가도록 만드는 책이다. 계속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는데 왠지 오늘은 친구들이 더 귀엽게 느껴진다.







(이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것입니다.)



저자의 감성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우리집 식물친구들을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괜히 몇 장 찍어본다. (그러나 책 속에서 느꼈던 감성은 없다. 그냥 식물 사진일 뿐이다. )

살아남기 힘든 우리집에서도 잘 버텨준 이 친구들이 고맙다. 그런 마음을 담아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내가 찍은 사진에서는 그런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반려 동물에 비해 반려 식물들은 손이 덜 간다고 생각했었다. 햇빛, , 온도, 바람만 적절히 잘 맞춰주면 알아서 잘 자란다고 생각했다. 동물처럼 놀아줄 일도 없고 산책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오히려 식물들은 소리를 내지 못하고 표현을 하지 못하니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아야 했다. 햇빛, , 온도, 바람만 하더라도 식물마다 선호하는 정도가 다 다르고 같은 식물도 그때그때 처한 환경이나 컨디션에 따라 또 달라진다. 식물들도 동물을 키울때 만큼의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잘 자라나는 것 같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니 나에게 가장 부족했던 것도 식물들에 대한 관심이 아니었나 싶다.




<식물 사진관>은 식물 초보, 식물킬러, 식물 저승사자들에게, 반려식물 가꾸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익숙한 것에서 낯설음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싱그러운 에너지를 가진 조용한 친구를 사귀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 책 한권으로 식물 기르기를 완벽하게 마스터할 수는 없지만, 집에 있는 식물들이 이전보다 더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질 것만은 확실하다. 식물은 당연히 살아있는 생물이지만 책을 읽고 나니 이들이 더 생생하게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