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스터 북 by 신모래 아트 포스터 시리즈
신모래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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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는 신혼 여행지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하와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뭔가 행복의 시작이 연상되고 들뜬 사랑의 분위기가 떠오른다. 그런데 신모래 작가님의 하와이에 관한 그림들은 어쩐지 밝지가 않다. 그림 속 인물들은 뚱-해보이는 표정을 지은 채 힘없이 앉아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씁쓸하고 마음이 답답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여름, 바다, 하와이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들과는 다른 분위기의 그림들이 신선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이번 8월의 더 포스터북 신간이 더 궁금했다.







[waiting room] 해가 저물어가고 바깥은 붉은색으로 물들고 있다. 빈 의자들만 쓸쓸히 창밖을 바라보는 가운데 바닥에는 편지가 하나 떨어져 있다. 사랑이 끝난 뒤 텅 비어 버린 마음 속에 전하지 못한 말이 남아 작은 편지에 담겨있다. 전하지 못한 말은 누구를 향한걸까. 무슨 말이 하고 싶었을까.








[안녕] “파랗고 눈부신 바다는 잘 기억나지 않아. 쓸쓸하고 다정한 노을만이 그리워.생각해보면 열정적인 사랑의 순간들은 우리 인생에서 여름처럼 느껴 지기도 한다. 눈부신 하늘, 뜨거운 공기, 파란 바다. 뜨겁고 선명한 여름의 시간들은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시간과 닮아 있다. 그러나 작가는 파란 한 낮의 바다가 아닌 저녁 무렵 노을을 보여준다. 쨍쨍한 여름 하루의 끝 무렵. 뜨겁던 하루가 지나가고 노을을 보며 사랑이 저물고 난 자리를 멍하니 바라본다. 다정한 노을이 쓸쓸해 하는 주인공에게 낮의 시간과는 전혀 다른 핑크빛 바다를 보여준다.








그림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Ice cream night] [I always knew] 였다. 비슷한 분위기의 배경의 두 남녀가 차례로 나오는 그림이다. [Ice cream night] 에서는 남자가 냉장고 위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I always knew]에서는 여자가 직접 등장하지 않고 넘어진 냉장고 위에 놓여진 액자 속에서 초상화처럼 등장한다. “덥고 긴 밤알 수 있었지만 알려고 들지 않았던 것들이란 작가의 말에서 생략된 것들을 상상해본다.



사랑의 순간들이 여름이라면 그 시간 속에서 서로를 아프게 하는 시간들은 덥고 습한 열대야 같기도 하다. 기분 나쁜 감각들로 잠들기도 어렵고, 그렇지만 여름이라면 꼭 겪어야만 하는 것들. 남녀 주인공도 그런 시간을 보낸 듯하다.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알아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그저 그 상황을 답답하다고만 여겼던 것 같다. 아이스크림으로 뜨거워진 공기와 감정을 식히고 싶었던걸까. 그러나 먹고 있는 그의 표정을 보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듯하다.





[say waikiki!]는 낮 시간동안 바다에서 열심히 놀아 지쳐 보이는 커플의 모습이다. 아직은 햇볕이 둘을 비추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그들도 그늘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뜨거운 햇볕에 우리 몸은 벌써 다 말라서 소금기만 까끌하게 남았지만 어쩐지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었다.” 뜨거운 햇볕아래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둘에게는 이제 소금기만 남아 서로에게 까끌함을 전한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런데 그들은 왜 그냥 앉아 있는 걸까. 소금기는 그저 물로 씻어버리면 해결 되는데. 이젠 마음이 지쳐버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걸까.





[흩어지는 것] 에서는 멍하게 풍선껌을 불고 있는 주인공 뒤로 선풍기 바람에 날려가는 사진들이 보인다. 사랑하는 이에 대한 기억들이 흩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답답하고 눅눅한 감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을 보고 있으니 한숨이 자꾸 나온다.








그림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들로 인해 마치 씁쓸한 결말의 연애소설을 한 편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내 여름의 씁쓸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끝날 것 같지 않았지만 결국은 끝났던 열대야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지금은 잊혀져 사라진 줄 알았던 기억들이 이번 더포스터북과 함께 다시 찾아왔다.








지나간 사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더 포스터 북 신간을 추천한다. 그림에서 많은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새로운 시선의 바다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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