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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이동환.김은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평점 :
이 책은 자신의 책방 운영을 맡긴 저자와 그 책방 운영을 맡게 된 저자 2명이
함께 쓴 이야기이다. 나는 오로지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과 행복한 삶의 관계는 나의 오랜 고민 중 하나여서 이 책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책방을 열고 난 후에 책방에 있는 시간엔 항상 뭔가 가득한 마음으로 내 공간에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매일 아침마다 만나는 책은 낯설었다.
추위에 벌벌 떨다 따듯한 물에 몸을 녹는 것과 다르게 갑자기 찾아온 봄에 미지근한 차 한잔은 어색하면서도
꽤나 지루한 하루가 되어버렸다. (p. 43)
내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공간도 나의 일상이 되어버리면 처음 보았던 그 빛깔이 좀 바래지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서점을 향해 가서 문을 열고 그곳을 온전히 느끼는 것과, 나의 일터가 되어 항상 그 공간에 존재하며 때로는 조금 지루하고 따분하고 하기 싫을 때조차 일을 해야 하는
상황… 글쎄. 후자가 되면 좋아하는 일을 해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써 즐기던 게 일이 되어버리면 여전히 그것을 즐겁게 느낄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 그것이
해야 하는 일이 되었을 때는 즐기기 힘들지 않겠나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과연 내 생각이
맞을까. 두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이 책을
덮고 나면 나의 생각은 바뀌어 있을까. 아니면 책을 펼치기 전의 생각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될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는 두 작가의 따뜻한 시선, 잔잔한 문체, 그리고 마음을 편히 쉬게 해주는 일러스트로 어우러진 책이다. 시끄러운
마음을 고요한 물결로 만들어주는 책이다.
두 명의 작가가 함께 쓴 이야기지만 마치 한 목소리인 듯 서로가 잘 어우러져 있다. 몇몇편은 이게 누가 쓴거였지? 라며 앞부분에 글쓴이를 확인하고 다시
읽기도 했다.
잔잔하게 휴식 같은 글들을 읽고 있다가 잠깐씩 마주치는 일러스트들은 산책을 하던 도중에 예상치 못하게 만난 경치
좋은 풍경 같은 느낌이었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바라고 있던 선물을 받은 기분이랄까. 그냥 좋았다. 도드라지듯 보여도 조화롭고 따뜻한 색감, 부드러운 그림체를 가진 강한 작가님의 그림은 이 책과 너무나 잘 어울려 보는 이에게 편안함을 선물해준다.
일상에 지친 마음이 이 책으로 쉬어가고 재충전 되었다.
본격적으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글쓰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사람들의
글을 읽는 것도 내 글을 읽어주는 것도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기쁨이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중력이
가벼워진 것 같았고 날개가 달린 기분이었다.(p. 79)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모습이 이렇겠지. 이 길에 대해서 앞이 잘
보이지는 않아도, 어디로 나아가게 될지는 몰라도, 그래도
재미있어서 즐거워서 계속 하게 되는 것 말이다.
책을 펼치면 어느 이름 모를 서점 속 공간이나 푸릇푸릇하게 물든 한적한 공원을 산책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잔잔하게 나오는 음악소리도 들리는 듯하고, 두 저자의
목소리가 나긋나긋 울려 퍼지는것 같고… 서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아, 가서 가지런히 정돈된 책들 속에서 책냄새도 맡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한잔 마시고, 여유롭게 돌아다니며 오늘
끌리는 책 앞에 서서 책도 펼쳐 보고싶다.
‘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거야.’
마음먹기에는 너무 큰 결심, 너무 중대한 문제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러나 삶에는 너무 다양한 변수가 있어서 진로 선택 정도는 삶의 방향을 조정하는 수많은 요소 가운데 단지
하나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우리가 탄 뗏목이 어디로 가 닿을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p.
82~84)
무난한 지금의 삶이, 안정된 삶이 앞으로도 그대로일 것이라는 보장은
있는가? 별 변화없는 삶이라고 해도, 예전의 내가 지금의
삶을 예측할 수 있었나? 어차피 우리의 뗏목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중대한 결심이라고 보여지는 ‘좋아하는 일을 할거야!’라는 선택도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갈림길 중에 하나의 방향을 정하는 것 뿐이겠구나. 모두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 말에 용기를 얻었다.
무겁고 중요한 결정처럼 보였던 일이 생각보다 가벼운 문제로 보이기 시작했다. 가벼워지니
결정도 조금 더 쉬워진다.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어버리면 그것을 즐길 수 없어서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보지 않은 길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사람들이 별일 없이 사는 것 같아도 같은 삶은 하나도 없다. 각자의
하루에 엄청난 구체성을 가지고 있다. 시 같지 않은 일상 속에 시가 숨어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특별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유튜브로 만들고 누군가는 그것을 시로 쓴다.(p. 178)
시는 어디에나 있다. 그것을 보려고 하는 이에게만 보일 뿐. 행복이 뭐 별거인가. 내 일상의 ‘시’를 발견하는 순간, 그런 순간들이 모여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태도였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여 행하는 것이 나에게 성취와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를 일이다. 우리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존재들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에서 직업적 성공을 하더라도, 그것이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지 아닐지도 알 수 없다. 일상 속에서
숨어 있는 ‘나만의 시’조차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고 하여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결국 행복이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안하고 와는 상관없는 일인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전에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삶의 태도가 먼저 갖추어져야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책 속에서 나만의 답을 찾았다. 이번에도 역시나
적절한 순간에 나타나준 책에게 감사하다. 지금 내 앞에 나타나 나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 이 책도
나의 행복이자 나의 ‘시’ 이다.
책의 가장 마지막 글은 작가가 스쿠버다이빙을 처음 시도해 본 에피소드였다. 작가는
스쿠버다이빙은 커녕 수영도 못하지만, 주변에서 말리자 오기도 생기고 마치 오래전부터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싶었던 것 같은 마음이 생겨나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좋아하는 것에 대한 도전도
이 글과 같지 않나 싶었다. 작가는 ‘해도 되나?’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에이 모르겠다’의 생각을 옮겨가며 실행하고 나니 물위에서는 보지 못했던 물고기와 산호초의 아름다운 광경도 보고, 물 위와는 다른 감각을 느끼며 다른 시각으로 그 시간을 느끼게 된다. 비록
끝까지 가지는 못했어도 처음의 목표보다 10m는 더 들어갔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만큼 끝까지 아래로 내려가지는 못했으나 처음 목표보다는 훨씬 많이 갔고,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고, 새로운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하고
싶지만 두렵다고 시도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었던 것들이다. 주변사람들은 걱정했지만 작가는 멋지게 첫
도전에 성공했다.
이 마지막 부분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었다. 가고 싶어하는 그 길의 끝은 모른다. 그러나 발걸음을 떼고 걸어간다면
시작하기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풍경이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호흡도 어색하고 뭔가 서툴고
이질감을 느끼겠지만, 그것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되어 저절로 해결될 문제이다.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쌓고, 새로운 생각이 자라날 수 있다. 그 끝이 어디든 시작만 한다면 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는 일상에 지쳐 다른 길을 꿈꾸는 사람에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책 한 권으로 마음의 휴식을 얻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도록 이 책이 이끌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