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 뇌과학과 정신의학이 들려주는 당신 마음에 대한 이야기
전홍진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7월
평점 :

‘가끔 내가 너무 예민하다고 느낀다.’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설사나 변비에 시달린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답답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지 항상 걱정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위 항목에
해당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 보길 권한다. 예민한 사람들이 궁금해 할만한 것들과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 가득한 책이다.
나도 책 소개글에서 이런 분들에게 추천한다는 체크 리스트를 살펴보니 5가지가
다 해당되었고 새삼 내가 예민한 사람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예민한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은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 있을까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다.
저자는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우울증을 오랫동안 진료하고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진료실에서 다양한 사연들을 가진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오면서, 그런 사연들의 가운데에 ‘매우 예민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예민함은 적절한 수준으로
잘 다스리면 자기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루는데 도움이 되는 기질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민함으로
자신을 지치게 만들고 그 때문에 힘들게 삶을 살아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기 자신의 예민함, 또는 주변 인들의 예민함에 대해서 보는 시각을 넓혔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예민한
마음을 약간 평평하게 해주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매우 예민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1부)를 시작으로, 예민성을 잘 극복한 유명인들(2부)과 매우 예민한 일반 사람들의 상담 사례들(3부)을 차례로 들려주며 우리 주변의 예민한 사람들의 다양한 경우들을
보여준다. 2부에 나오는 예민함을 잘 극복한 사람들에는 스티브잡스, 뉴턴, 처칠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예민함을 가진 사람들도 마음을 적당히 잘 다스린다면 얼마든지 뛰어난 성취를 이뤄낼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들은 자신의 예민함 때문에 고생을 했지만, 또
그 예민함 덕분에 자기 분야에서 이런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4부로 넘어가면서는 예민성을 잘 극복한 일반 사례들을 보여준다. 앞서 2부에서 유명인들의 사례를 들려주기는 했지만, 너무나 뛰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라 ‘저건 저사람들이니까 가능한거고~ 난 못해~’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저자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일반 사람들의 상담 이후 성공 사례들을 보여준다.
일반인들의 성공 사례를 들려주며 ‘자~ 이것봐요~ 어렵지 않죠?’라며 이 책을 읽고 있는 우리 모두 이렇게 할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준 뒤에, 5부에서 나의 예민함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방법들, 6부에서는 걱정을 정리하는 효율적인 방법, 그리고 마지막 7부에서는 예민함으로 에너지가 다 소진되지 않도록 생활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에너지를 적절히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민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아마도 5장 ‘나의 예민함을 업그레이드하자’ 일 것이다. 예민함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방법들은
앞서 사례에 대한 처방들과 마찬가지로 쉽고 일상 생활속에서 몇 가지 가벼운 변화들로 실천할 수 있는 정도의 것들이라 매우 유용하다.
6부 ‘걱정을 정리해보자’ 에서, 만나면 편한 사람과 불편한 사람에 대해 항목을 정해 점수화
하여 보기 쉽게 정리해 봄으로써 나의 예민함이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 찾아보는 부분이 매우 유용하게 느껴졌다. 막연하게
좋은 사람과 싫은 사람으로 나누어 생각했던 것이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그랬던 것인지도 알게 되었고, 내가
어떤 식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지도 파악하게 되었다.
예민함에 대한 책들은 꽤 나와 있지만, 외국의 책을 번역한 경우에는
예민함의 특징이 문화권에따라 다르다보니 한국인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또 번역서가 아닌
경우에도 감성적인 이야기 위주의 책이 많아서 예민함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기가 어려웠었다.
이런 두가지 면에서 봤을 때, 이 책은 한국인의 예민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전문의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처방들이 가득한 책이어서 예민함 때문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78페이지에 예민함의 정도를 평가하는 표가 있으니, 자신이 얼마나 예민한 사람인지 한 번 평가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안면 기형을 가리고 살아가는 그룹은 자신의 기형이 드러나지 않을까 걱정을 오랫동안 해온 탓에 예민하고 날카로운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트라우마로 인해 부정적인 자아상이 형성된 것이다. 이 때문에 우울증을 앓는 비율이 대조군에 비해서 7.1배나 높았다. (p. 30)
컴플렉스를 감출수록 들키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며 더 예민해진다. 그냥
컴플렉스를 드러내버리면 처음엔 신경이 많이 쓰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하지 않게 되고 무뎌지게 된다.
2.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문화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족관계의 영향을 많이 받고,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며, 남과
자신을 곧잘 비교해 서양인과는 다른 양상을 나타냅니다. (p. 77)
3.
예민한 사람들은 ‘현재’에
집중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잊어버리는 과거의 기억을 연상해서 현재와 연결 짓는 것은 스스로를 더
예민하게 만듭니다. 과거 일이 자꾸 생각나면 내가 예민하지 않은지 먼저 체크해야 합니다. 이때는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게 도움이 됩니다. 새로운 책을
읽거나 운동을 시작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관심이 전환되면 자연히 기억의 연상과 화는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p. 84)
이런 식으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의 상담 사례에 대해 문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나와 비슷한 사례들을 찾아보고 저자의 개선 방안을 듣는 것이 매우 유용했다.
많은 조언들 중에서도 ‘현재’에 집중하라는 것이
크게 와 닿았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복잡해 힘들었을 때, 필사가
많은 도움이 되었었다. 좋아하는 책을 필사하면서 잡생각도 없어지고, 좋아하는
책 글귀에 집중하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기분도 좋아졌던 기억이 난다. 필사도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방법 중 하나였던 것 같다.
4. 예민함을 줄이는데는 ‘완전히
쉬는 능력’이 도움이 된다. 쉰다고 해서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웹서핑을 하거나 모바일 게임을 하는 것은 완전히 쉬는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 있더라도, 갖은 걱정을 하며 누워 있는 것도 완전히 쉬는 것이 아니다. 완전히
쉬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떠한 일을 할 때에 생각이 단순해지고 근육이 이완되며 호흡이 편안해 지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한다. 나의 경우에는 독서, 명상, 요가를
할 때가 해당하는 것 같다. 시간이 별로 없을 때에는 ‘긴장
이완 훈련’을 권한다고 한다. 이는 몸에 힘을 빼고 천천히
복식호흡을 하는 것인데, 쉽게 말해 천천히 심호흡을 한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5.
베일런트에 의하면 50대 이후 사람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47세 무렵까지 만들어놓은 인간관계라고 했다. 우리에게 일어났던 과거의
불행한 일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노력을 통해서 미래를 바꿔나갈 수 있다. (p. 313)
예민한 사람이 스스로의 예민성을 잘 다루고 조절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그 성격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예민한 사람들이 보는 세상은 덜 예민한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다. 비교하자면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를 장착하고 매우 복잡한 프로그램이 많이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와 같다.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한다. 모든 것에 이렇게 예민하면 뇌는 과부하에 걸릴 것이다. (p. 369)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민한 사람 스스로의 노력이다. 자신이 예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p. 370)
그러므로 이 책을 읽어서 예민함을 적절하게 잘 조절하는 법을 알고 이를 활용한다면, 매우 유익할 것이다.
이 책은 앞부분 보다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예민한 나를 위해 필요한 내용들이 많이 나오니 책을 펼쳤다면 꼭 끝까지
읽어 보길 권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예민함의 특성을 잘 반영해서 쓰인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은 예민함이라는 것을 저자의 말처럼 평평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자신이 가진 예민성을 적절한 수준으로 잘 조절하여 예민함이 나의 긍정적인 부분으로 바뀔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또 자신이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내 가족이나
주변의 예민한 사람을 좀 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해주고 그들을 좀 더 잘 대해줄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자신의 예민함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또 가족이나
친구 중에 예민한 사람이 있어서 그들을 이해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