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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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결혼식날 밤, 앞으로 눈앞에 펼쳐질 행복들을 뒤로 한 채, 주인공 애니는 사고로 죽게 되었다. 천국에서 사미르란 청년을 시작으로 애니는 자신의 과거와 관련된 사람들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이런 소설 속 설정은 미치 앨봄의 이전 작품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과 비슷하다. 실제로 작가도 이 소설 역시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삼촌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에디 삼촌처럼 사랑하는 이들이 이승에서 못 누린 평온을 찾기를, 소중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우리 모두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깨닫기 바라는 마음이다. (p. 7)



작가는 이런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우리는 살면서 서로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고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그런 관계 속에서 때로는 오해가 쌓이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다른 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기도 한다. 작가가 소설속에서 그려내는 천국은 이런 오해들을 털어내고,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내 삶이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외롭고, 부족하고, 별 볼일 없다 여겼던 삶이어도, 천국에서 내가 보지 못했던 삶의 가려진 면들을 보고 나면, 내 생각보다 내 삶이 가치 있었구나를 깨닫게 된다. 살아서 그런 사실을 알고 행복과 사랑을 온전히 누리며 살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나의 천국은 어떤 모습일까. 거기서 나는 누구를 만나게 될까. 이 책은 작가의 이전 작품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과 연결되는 느낌이다. 애니 역시 전작의 주인공 에디처럼 천국에서 다섯 사람을 만나 다시 한 번 과거의 경험을 보고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나의 삶에 영향을 주었지만 내가 모르고 있었거나, 알았더라도 오해했던 것들의 진짜 모습을 보며, 외롭고 힘들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삶이 사실은 가득 차 있었음을 알게 된다. 마치 내가 살면서 풀었던 인생이란 시험을 삶이 끝난 뒤에 해설서와 맞춰 보며 어떤 부분에서 내가 잘 못 생각 했었는지 깨닫게 되는 것 같았다. 주인공이 자신이 몰랐던 자신의 인생의 가려진 진짜 모습을 보게 되고 깨닫게 될수록 읽는 이의 마음도 행복과 사랑으로 충만해지게 된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과 사랑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내 삶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알게 모르게 촘촘히 엮여져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 자신이 상처받은 것에만 매달려서 자신이 가진 것과 받은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



당장 눈앞의 것 밖에는 보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 때문일까. 좀 더 넓게 바라보면, 한발짝 떨어져서 보면 더 잘 보일 텐데.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을 함께 바라보게 되면 내가 그들에게 받은 감사한 것들이 보이고, 나 또한 그들에게 준 것들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텐데 말이다.

 

 





이 소설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도록 이끌어간다. 별볼일 없다고 여겨졌던 삶이라도, 정말 별볼일 없는 삶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우리가 뭔가 세울 때는 앞서간 이들의 어깨 위에서 세우는 겁니다. 우리가 산산이 부서지면 앞서간 이들이 우리를 다시 붙여줍니다. “ (p. 78)



우리는 우리가 이전 세대에 비해 뭔가 대단한 것을 이루어 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전 세대의 어깨 위에다가 세워서 그리 높게 보일 뿐이다. 이전 세대가 이룩해놓은 것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우리가 새롭게 이루어 냈다고 여기는 것들을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머리 위 하늘이 겨자색에서 자두색으로, 숲 같은 초록빛으로 변했다. 이처럼 천국에 온 후 창공을 물들인 색깔들은 애니가 살면서 느낀 감정들을 보여주었다. 이승의 삶이 재연되는 감정들이 재연되고 있었다. (p. 90)




천국의 모습을 묘사해서 그런지 환상적인 이미지가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그림들을 감상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애니, 우린 외로움을 두려워하지만 외로움 자체는 존재하지 않아. 외로움은 형태가 없어. 그건 우리에게 내려앉는 그림자에 불과해. 또 어둠이 찾아오면 그림자가 사라지듯 우리가 진실을 알면 슬픈 감정은 사라질 수 있어.”

진실이 뭔데?”

애니가 물었다.

누군가 우리를 필요로 하면 외로움이 끝난다는 것. 세상에는 필요가 넘쳐나거든.” (p. 113)



감정이란 텅 빈 공간에 어느 순간 떠올랐다가 그대로 흘러가게 두면 어느샌가 또 사라지고 만다. 그렇게 사라질 감정을 붙잡아 둔 채로 괴롭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그것을 그대로 흘러가도록 두자. 그저 그런 감정이 마음 속에 떠올랐구나 느끼고 아는 체 해주기만 하자.


이 부분을 읽으며 그래서 인간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구나 싶었다.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느낄 때, 내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느끼기도 한다.

 

 

 

 

 

 

왜 전에는 이런 감정을 못 느꼈을까요?”

애니가 속삭였다.

우린 치유하기보다 상처를 안고 있으니까. 다친 날은 정확히 기억해도 상처가 아문 날을 누가 기억하겠니?” (p. 176)



우리는 행복한 순간들과 불행한 순간들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행복보다는 불행에 집중하고, 내가 가진 상처만을 크고 중요하게 여겨 그것에 가려지고 밀려난 행복은 보지 못한다.

 


그녀의 삶은 이렇게 사랑과 감사로 가득했는데, 왜 그녀는 그것들을 보지 못하고 외롭다고 힘들다고만 생각했던걸까. 지난 힘들었던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이제 사랑하는 이와의 행복한 날들만을 기대했겠지만, 그 기다리던 삶을 하루도 다 채워 살아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저 젊은 나이에 아깝게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미완의 삶처럼 느껴졌던 주인공 애니의 삶이 언제부턴가는 이미 완성되어 있던 것처럼 여겨졌다. 모르고 있었을 뿐, 매일 매일 그녀의 하루하루가 사실은 그랬을 것이다.

 



타인과 연결되어, 내가 받은 것들에 감사하고, 그 속에 감춰진 사랑을 느끼며, 주인공의 삶은 완성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삶에서 무언가 몇 개의 퍼즐 조각이 없어 완성되지 못했던 그림들이 천국에서 사람들을 만난 후로 완성된 하나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구원이 일어나는 거란다. 우리가 저지른 잘못은 바른 일을 할 문을 열어주지.” (p. 210)



마치 카르마를 씻어내기 위해 선행을 쌓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소설은 불교의 가르침이 떠오르는 부분이 많았다.

 




 

이 책은 제목처럼 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나의 말과 생각보다도 더 따스히 나를 다독여주는 소설이었다. 책의 마지막장까지 다 읽은 후, 내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 자신의 삶이 보잘것 없게 여겨지는 사람,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사람, 미치 앨봄이 그려 내는 천국이 궁금한 사람, 책 한권으로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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