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오묘한 심리학 -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김소희 지음 / 센세이션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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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이 아는 그 빡침 포인트. 책을 읽기전부터 벌써 감이 오기 시작했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 알 수 없는 것들… <엄마의 오묘한 심리학>은 같은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감이야말로 진정한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힐링에도 여러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명상을 하거나 평화로운 전원풍경을 보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맑아지는 힐링, 좋아하는 게임이나 스포츠에 몰두하면서 스트레스를 발산시키는 힐링도 있지만, 이 책은 그것들과는 달리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느낌의 힐링이다.

 

직장 내 힘들었던 인간관계는 내 삶의 전환점이 되었고, 육아지옥을 헤맨 덕분에 편협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과 행복감은 별개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겪어 보지 않았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일들을 계기로 경험한 만큼 내면이 확장되었고, 그것은 추락이 아니라 깊어짐을 의미한다는 것을! (p. 6~7)


육아는 안 겪어보면 절대로 모르는 일이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그려졌던 것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어떤 상상을 해도 그 이상인 것이 바로 육아다. 살면서 그 어떤 경험도 나를 이렇게 극한의 감정적 순간까지 몰아넣은 적은 없었다. 내가 얼마나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내 나름대로는 성숙한 인격체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러나 나를 극한으로 몰아넣은 이 경험이 나를 가장 성장하게도 만들었다. 그래서 힘들지만 가치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나는 나날이 이전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가는 중이니까.

 

출산 전 실전에 대비해 리허설 하며, 선행학습을 했다. ‘아 그렇구나. 똥꼬에 수박 끼인 느낌이 들 때 힘을 주는 거구나.’ 그러나 막상 실전에서는 열심히 쉬쉬거리며 익힌 라마즈 호흡법이나 자연주의 출산이니 르봐이예 분만이니 다 필요 없었다.

저 그냥 수술해 주시면 안되요?” (p.19~20)


그렇다.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과 실전은 달랐다. 출산 뿐만 아니라 육아과정 전체가 그런 것 같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훈육방식은 분명 좋은 방법이겠으나 마음이 여린 큰 아이에게는 맞지 않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초보맘이였던 나는 아이의 성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남들이 좋다는 방법대로 아이에게 적용했던 것이다. (p. 23)


육아를 해보면 알 수 있다. 이건 이론이 아니라 실전이라는 걸. 그러고 보면 내 아이에게 완벽하게 들어맞는 방식이란게 있을까 싶다. 애초에 인간은 그 어느 개체도 동일한 것이 없는데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독서, 사색, 글쓰기, 언젠가 다시 시작하리라 마음 먹었던 그림, 홀로 훌쩍 떠나는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모임 등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내게 거의 해주지 못했다. 내 안에 가득한 이야깃거리를 펼쳐내고 싶었지만 애 엄마에게 그런 것들은 사치고, 그 일에 몰두하다 보면 가정은 엉망이 될 거라는 고정관념을 들이대며 애써 외면해 왔던 것이다.

결혼을 해서 행복하든 행복하지 않든, 이혼을 했든 영원히 결혼하지 않든 그런 배경의 이름표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내가 행복해야 누구와 함께해도 행복할 수 있다. 오직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남도 사랑할 수 있다. (p. 96~97)

 

나도 나를 위한 시간이 정말로 필요하고 갖고 싶다. 독서, 사색하기, 그림도 시작해보고 싶고, 베이킹이나 재봉틀, 자수 등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최근 들어 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그냥 조용히 아무도 말 걸지 않는 상태로 온전히 내 시간을 쓰고 싶다. 나에게도 종종 나만의 시간을 선물로 주어야겠다.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내 아이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법이니까.

 

사소한 일부터 중대한 일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크고 작은 선택을 하고 결정한다. 이렇게 사람들은 주어진 상황에서는 선택하면서도 오직 자신만이 유일하게 행사할 수 있는 감정을 선택할 권리는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외부 상황은 타인과 얽혀 있는 일이 많고 선택의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만, 내부의 감정은 그저 나만 알고 느끼기에 소홀하게 여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p. 207)


온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감정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임을 잊지 말고 행복하기를 선택하길 바란다. (p. 212)

 

그렇다. 감정은 저절로 주어지는게 아니라, 사건에 대한 나의 해석을 바탕으로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몰두하여 우울해하지 말고, 나에게 주어진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이 책은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들로 쓰여 있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 속에서 느껴지는 유대감과 진정한 마음의 위로를 느낄 수 있다. 내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여유가 없어 생각해보지 못했거나, 꺼내보지 못했던 마음의 조각들을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엄마의 오묘한 심리학> 덕분에 나를 다시 돌아보고 다독이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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