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어른

우는 어른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ㅣ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항상 소설로만 만나왔던 그녀의 에세이 출간 소식이 사뭇 반가웠다. 에세이는 작가의 단면적이지만 생활과 생각을 엿볼 수 있기에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약간은 그녀와 가까워 질 수 있는 이 책이 기대되었다.

울지 않는 아이에서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라고 하는 글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그리고 먼저 우는 어른의 책장을 펼쳤다.

두 책의 제목이 주는 느낌이 의아했지만 그 의아함 마저 그녀라면! 이라는 알 수 없는 믿음? 이 생겼다.

우는 어른은 울지 않는 아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소개하고 난 뒤의 5년 동안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우는 어른"이 되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울 수 있다. 라는 것은 그만큼 마음을 놓고 울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는 뜻이기도 하겠다는 그녀의 말에 지극히 공감이 갔다.

사실, 어른이 되면 우는 것은 절제해야 한다고.그래야 어른스러워 진거라고. 당연히 생각했던 나.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한 나이기에 사실 제목이 나를 말하는 것 같기도.

아직, 나는 내가 억울하거나 내 몸이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로 아플 때엔 꺼이꺼이 울음이 먼저 나온다. 참으려 해도 그게 잘 되지 않음이다.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 <어릴 적 생각은 나이가 들면 무조건 어른이 된다 생각했다> 울음마저 통제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요즘 내가 생각하면 어릴 적 나의 순진한? 모습과 생각에 웃음이 날 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우는 어른이 된 그녀. 그녀는 욕조에서 목욕하는 것을 좋아하고, 거기서 추리소설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 사실 욕조목욕이라는 것에 익숙치 않은 나는 과연 그 느낌이 어떠할까? 궁금하다.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면 지갑만 들고 거리를 방황하는 그녀. 그리고 찾아 들어간 깊은 밤의 북센터. 손수건 구입을 좋아하는 그녀. 올림픽 경기를 외국의 놀이공원이라 표현하기도.

그녀의 일상을 엿보는 느낌에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그녀가 생각하는 남성친구. 결혼 전엔 나 또한 남성친구가 꽤나 있었던 거 같은데 그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엔 내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일까?

과거의 연인마저 남성친구로 만든 그녀가 속내 부러웠다. 가끔은 여자 친구에게 하지 못하는 고민들. 남자 친구에게 하면 편할 때도 있다는 기분을 알기에 살짝 드는 아쉬움도 생기더라는.

이런 일상의 이야기와 마지막편에 남긴 독서일기. 중간 중간 나오는 노래제목들이 내가 모르는 노래들이기에 그녀의 취향들을 알기 위해 밑줄을 긋는 행위마저 범했다. <사실 책을 읽을 땐, 깨끗하게 읽자고 하는 주의이므로.>

그녀의 에세이는 이전에도 출간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 내가 처음 접한 이 책은 그녀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내 느낌이 어느 정도 맞았지만 사실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 놀람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 놀람마저 나는 반가웠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한발짝 더 다가갔다는 느낌이 들었으므로.

그녀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그녀의 더 솔직한 면을 느낄 수 있는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