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작년, 무기재 곶의 찻집을 참 따뜻하게 읽었던 기억이 났다. 각자의 인생 속에서 역경을 만나 힘들 즈음, 찻집에 찾아와 마음에 온기를 다시 불어넣고 가는, 그렇게만 되는 따스한 찻집의 이야기.

전작의 따스함이 기억되는 작가의 이야기라 당신에게 또한 기대감이 자연스레 상승되었다.

사별한 아내가 띄운 마지막 편지. 그 편지를 따라 아내의 고향으로 향하는 구라시마.

교도소에서 직업훈련 교사로 일하는 구라시마에게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아내 요코가 있다.

늦은 나이에 만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요코의 시한부적인 삶은 하루하루가 참 안타깝게 여겨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요코는 하늘나라로 떠나게 되고, 장례를 치른 후 요코의 편지를 받는 구라시마.

편지에는 유골을 고향 바다에 뿌려달라는 요코의 유언이 있고, 고향의 우체국에서 받아야만 하는 한통의 편지가 더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 한통의 편지를 받을 수 있는 기한은 12일. 그렇게 구라시마의 혼자만의 여행이 시작되게 된다.

아내의 병을 알기 전, 함께 여행을 떠나기 위해 준비한 캠핑카를 다시 고쳐 그는 아내의 유골을 옆좌석에 태운채,그녀의  고향으로 향하는 여행을 시작한다.

한없이 소심하고 자신의 생활반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았던 구라시마.

혼자만의 여행을 결심한 것도 큰 변화중에 하나였다. 그 큰 변화에 동반되는, 여행을 시작함으로써 만나게 되는 길 위의 사람들.

과연 그들과 어떤 인연의 끈이 있을까?

그리고 그들로 인해 그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죽은 아내의 편지를 받아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에 자연스레 영화 " 편지" 가 떠올랐다.

펑펑 울면서 봤던 영화의 기억. 사랑하는 사람들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 남겨진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정말 몇 안 될 것이다.

그 사람을 오래 기억해주고, 천천히 보내주는 것.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이 책을 읽으니 또 자연스레 소설속의 주인공은 내가 되어 있었다.

나 또한, 나의 생활반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데, 내 삶의 큰 축인 그가 없다면 과연 나는? 어떨까?

책 속의 구라시마가 여행을 통해  변해가듯이 그를 쫓아가는 나 또한 내 삶에 대해 나의 반려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당신에게, 나도 그런 당신이 되어야겠다고. 항상 그를 믿어주고, 그 자리에서 그를 응원할 수 있는. 그런 당신이 되어야겠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