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드세요

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한동안 음식에 관한 책들이 유행처럼 출간되었다. 그 시기에 에세이로, 소설로 다양한 음식 이야기들을 접했었다.

진부할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각각의 음식은 저마다 특색이 있듯이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추억을 안고 있었다.

어느 누군가에게 보편적인 음식이 어떤 이들에겐 소울푸드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소울푸드는 뭘까?? 하는 생각을 해 봤지만, 아쉽게도 아직 이렇다할 음식이 없었는데.

요즘 생각하면 하나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떡볶이"  임신을 한 탓에 매콤한 것이 먹고 싶고, 몇 번을 먹어도 계속 생각나는.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 떡볶이에 관한 추억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엄마가 해 준 떡볶이를 먹고 장염에 걸려 난생 처음 응급실에 갔던 기억이. 초등학교 다닐 무렵이어서 그런지 그 땐 응급실이 참 무섭게 느껴졌었는데.

나의 첫 응급실의 추억을 떠올리면 바로 "떡볶이"가 함께 떠오른다.

책의 따스한 표지만큼이나 책 제목 또한 "따뜻함을 드세요". 핑크색 돼지와 노신사의 브루스가 참으로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7가지의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어떤 이야기들 보다 가슴 뭉클하게 따뜻함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와의 추억이 있는 빙수, 아버지가 자주 가셨던 식당에서 애인과 함께 먹는 삼겹살 덮밥, 유치원 시절 엄마를 여의고 그때부터 아버지께 끓여준 된장국, 거동이 불현했던 남편과의 추억이 있는 레스토랑에서 하트콜로릿을 주문하는 할머니, 돼지와 함께 파리를 여행하고 만찬을 즐기는 신사의 이야기, 아버지의 49재에 아버지가 가장 좋아했던 기리탄포를 만들어 먹는 엄마와 딸.

다른 어떤 이야기들보다 부모님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가슴이 한층 더 뭉클해지는 거 같다.

그리고 흔히 우리가 접한 음식들이지만 다른 어떤 이에겐 어느 추억보다 소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게,

책을 읽는 내내 정말 따뜻함이 마음속으로 전해졌다.

아는 음식도 있고, 사실 이름조차 생소한 음식들이 있었다. 상상만으로 머릿속에서 그 음식들을 탐닉하는 기분.

그 기분 또한 쏠쏠했다. 기회가 된다면 기린탄포는 꼭 한번 맛보고 싶다. 

멋지게 완성될 거 같았는데 아니어서 더 그런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