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애틋하게 - 네버 엔딩 스토리
정유희 지음, 권신아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함부로 애틋하게>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제 마음은 애틋해졌습니다. 함부로, 라는 부사와 애틋하다, 라는 형용사로 조합된 단어가 주는 의미는 약간은 엉뚱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기에서 전해져오는 느낌만은 제 마음속에서 다시금 따뜻하게 자리잡고 애틋해집니다.

 

정유희와 권신아, 그들이 지난 10년간 paper 잡지를 통해 연재했던 글과 그림을 엮어만든 책,

paper잡지가 제게 주는 느낌은 <감성잡지>라는 느낌이었는데, 이 책 역시 감성을 마구 돋게끔 해 줍니다.

정유희님의 글은 참 다가가기 쉬우면서도 또 한편으론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 싶을 정도의 글도 있었답니다. 역쉬, 글도 그냥 적는다고 되는 게 아닌거야! 라는 생각과 그녀의 그런 발칙한? 상상력에 무한 감동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권신아님의 일러스트의 그림은 한번씩 만났던 적이 있더라구요. 가장 최근이 "에쿠니 가오리의 나의 작은 새"를 통해 만났었어요. 그 때도 그림에 소질이 전혀 없는 나는 "어쩜 이런 느낌의 일러스트를 그릴 수 있지?" 라고 생각했고, 그의 실력이 내심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자신만의 색채가 딱 나타나는 그녀의 작품은 이 책에서도 여지없이 그 실력이 발휘되어지고 있었답니다.

 

몽환적 느낌을 주는, 그리고 한번쯤은 상상해봤음직한 일들이 이 책에서는 그것이 마냥 일상인듯한 착각을 주며 종종 일어납니다. 오랜만에 보는 이런 느낌의 글들이 읽는 내내 지금 현실을 벗어던져버리고픈 제게 기분좋은 엔돌핀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어느 한 추억들이 기억에서 슬글슬금 나와 잠시금 그 추억에 젖어들게끔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사랑의 시작이 주는 설렘, 사랑을 하고 있을 때의 감정 그리고 세상이 끝난 듯한 이별의 아픔까지 고스란히.

기억하고픈 추억, 기억하기 싫은 추억까지. 다시금 지난 제 자신의 추억들을 살금살금 꺼내보았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추억을 있지 않을까요? 그 누구도 모르는 나만의 <함부로 애틋하게> 하는 추억이....

 

이 두 콤비의 글과 그림은 참으로 환상적인 조합이라는 걸 증명하는 듯 했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함부로 애틋한> 그래서 남들에겐 꺼내고프지 않은 그들의 세상으로의 행복한 여행을 마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p.76 - 내가 너라는 기록을 완전하게 삭제할 수 있는 확률은 네가 사막에서 고래를 잡을 수 있는 확률만큼 미미해.

 

p.170 - 사랑이 빛의 환한 속도와 발맞추는 거라면 이별은 어둠의 막막한 가속도와 비례하는 것.

 

p.172 - 말없이 등을 쓸어주며 존재를 위로해주는 시린 영혼의 무릎에 따뜻한 손을 얹는 사랑은 왜그리 어려운 걸까.

 

p.212 - 사람들은 참 어리석기도 하지 "인연"이란 걸 빙자해서 애써 관계를 연명해가곤 하니 말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