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제, 처음 듣는 이름은 아니었다. 사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라는 작품의 도입부를 읽다 말다를 반복한 결과, 작품속 주인공 이름이 같다고만 생각했다. 이런 무지를 어찌할꼬!!!

프랑스 소설, 막연히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고만 생각했기에 읽어볼 엄두조차 내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역시나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도무지 아홉명의 관계도가 정리되지 않고 계속 헷갈리기만. 머릿속이 복잡해 이거, 끝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책에 대한 정보를 좀 찾아서 읽다보니, 그리고 노트에 그들의 이름을 적고 화살표를 직직 긋다보니 어렴풋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고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가 있었다.

 

200페이지도 안 되는 얇은 책. 이 속엔 아홉명 주인공들의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사랑이야기가 나온다.

조제와의 과거 인연으로 사랑했던 감정을  끊지 못하는 작가 지망생 베르나르, 그리고 그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하는 부인 니콜.

사랑의 위약함을 잘 알고 있는 매력적인 조제, 그의 연인 의대생 자크.

오랜 결혼생활이 가져다주는 권태일까?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50대 부부 알랭과 파니.

사랑 따윈 안중에 없지만 그를 사랑하는 남자들은 많은. 매력적인 여배우 베아트리스,그런 그녀를 오로지 순수하게 사랑하는 알랭의 조카 에두아르 말리그라스, 그리고 베아트리스의 성공의 발판이 되어주는 쉰살의 앙드레 졸리오.

 

책을 읽으면서 편협한 나의 마음으로는 이들의 사랑이 용서가 되지 않았다. "내가 하면 사랑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라는 로맨스 따윈 나에게 통하지 않으니 말이다. 부인이 있음에도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고, 조카와 삼촌이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런 조카와 숙모가 서로에게 또다른 위안의 존재가 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관계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하지만, 책장을 덮어 버리고 오는 이 감정. 과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였다.

 

사랑. 살아오면서 그 달달함과 씁쓸함의 양면성을 경험해봤다. 항상 아름답고 분홍빛으로 물들거 같은 사랑이었지만, 어느순간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깜깜한 긴 터널에 홀로 남겨진 사랑. 하지만 그 끝나지 않을 거 같은 터널도 어느순간 끝이 나고, 우리에게 다시 분홍빛으로 물들일 수 있는 세상이 나타나게 된다.

 

함께하는 아름다운 사랑이 아닌 사랑의 덧없음을 작가는 담담하게 이 9명의 주인공들을 내세워 이야기하고 있는 거 같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작품 속에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 자체도 아주 자유분방하게 살아간 것을 알 수 있었다.

항상 사랑을 찾아 헤매인 작가처럼 우리 또한 평생 사랑을 찾아 헤매일 것이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의 힘듦보다 더 많은 느낌을 가져다준 그녀의 소설,

그녀의 대표작< 슬픔이여 안녕> 뿐 아니라, 도입부만 읽고 놓기를 반복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 정말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시간이 있는 사람은 결코, 아무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눈(目)을 찾는다. 그것으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p.77

 

* 그는 그녀와의 이별에 모호한 안도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극히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듯이.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상대방과 헤어진 다음 행복을 음미할 시간을 갖는다.-p.123

* "일 년 후 혹은 두 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그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 오직 그녀, 조제만이 시간에 대한 온전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격렬한 본능에 떠밀려 시간의 지속성을, 고독의 완전한 중지를 믿으려고 애썼다.-p.136

 

*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질 거예요. 그렇게 되겠죠. 그리고 한 해가 또 지나가겠죠...."
"나도 알아요." 조제가 말했다.
"조제, 이건 말이 안 돼요. 우리 모두 무슨 짓을 한 거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이 모든 것에 무슨 의미가 있죠?"
조제가 상냥하게 대답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러면 미쳐버리게 돼요."-p.1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