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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읽고 그림으로 기억하다 - 일러스트레이터 김지혁이 그림으로 그려낸 30권의 책
김지혁 글.그림 / 인디고(글담)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마음으로 읽고 그림으로 기억하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난 작가가 너무 부러울 따름이다.
어릴 적부터 미술과는 담을 쌓고 지낸 나, 그림 그리는 걸 너무 싫어하는 나였는데도 엄마는 무슨 미련인지 그렇게 미술학원을 고집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일까? 더더 미술시간에 거부감을 느낀 나.
요즘 책들을 보면 이쁜 일러스트와 함께 하는 책이 많아졌다. 책에 그려진 일러스트를 보면서 "아, 나도 저 정도면 그릴 수 있을 거 같아." 하면서 따라 스케치 해 보지만, 이건 왼손으로 그린 것도 아니고 발로 그린 그림이 나오곤 하는 결과물에 "역시 난 미술엔 소질이 없어"하면서 쿨하게 연필을 놔 버린 기억도 있다.
내가 못하는 부분에 대한 환상, 동경? 그 때문이라도 이 책은 나의 구미를 아주 강하게 당겨주었다.
자신만의 글에 자신의 일러스트를 표현함으로써 더 자신있는 그림이 나온 것일까? 하나하나가 어쩜 다 이쁘고 감성을 자극시킨다.
한권의 책을 읽고 그 느낌을 그림으로 나타내고 있는데, 어린시절 봐 왔던 어린왕자,빨간머리 앤의 그림은 참으로 반갑기 그지 없었다.
읽어보지 못한 책에 대해서는 공감을 느낄 순 없었지만, 일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대강의 느낌은 짐작이 될? 정도이니 그림을 그릴 때 하나하나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다 쓰는구나! 라고 생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거 같다.
책의 어느 부분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텍스트를 영화화 하는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 한단어에 담긴 느낌마저 연기를 해야하는 그 일이 쉬운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 글을 읽으면서, 난 "작가님이 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닌 거 같아요" !!라고 마음속으로 말을 했다. 언뜻보면 나도 그릴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그리게 되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는 거. 그건 그만큼 그 일에 열정을 쏟고 온 마음으로 그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30여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그 책을 접하게 된 동기라든지, 일상생활에서 온 경험,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노래, 취향등을 바탕으로 책을 소개하는데 그걸 읽으면서 이 책들은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에 위시리스트를 주루룩 적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중에 소개되고 있는 책들을 한권씩 읽을 때마다 이 일러스트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으로 읽고 그림으로 기억하는 작가의 책. 오랜만에 따스한 감성을 여유있게 즐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