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유 - Everyone Says
이미나 지음 / 갤리온 / 200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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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마음에 드는 착한 제목이다.

사랑 안에 있는 착하고 예쁜, 귀엽고, 행복한

그런 생각과 느낌들로 세상이 가득하다면-

모두가 사랑해 사랑해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뭐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어떤 상황이 맘에 들면, Lovely!! Lovely!! 하던데..

온 마음 다해 일 평생 너만을.. 보고싶어 하고, 그리워 할 거야.

라는 뜻.만.으.로. 사용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설령, 사랑해라는 말이.. 취향이나 선호도를 나타내는 의미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벼웁다 하더라도,

우선은 긍정적인 뜻이니까.

싫어. 맘에 안 들어. 보다는

좋아. 맘에 쏙 들어 가 많은 세상은

쫌,, 눈 풀린 바보 같아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나 작가는, 참 예쁜 사람 같다.

꽤 많은 돈을 번,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고

(사실 정말 부러운 건, 성 DJ랑 친한 것 같다..)

내가 아는 이미나 작가는 여수여고를 졸업한 동문 선배님..

배철수의 음악 캠프, 신해철의 음악도시? 등등

라디오 듣는 것을 밥 먹는 것보다 좋아했던 라디오 키드.

어느 DJ이가 했다는 말처럼, 그녀는 라디오 작가가 되었고

이소라의 음악도시,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에서

라디오 작가로 활동하다 떠남, 여행. 그리고 이 책을 출간했다.

 


내가 정말 정말 사랑하는 푸른밤에서는

매일 밤 1시에 S.E.N.S.의 Like wind를 배경음악으로

사랑을 말하다. 라는 코너가 있다. 3분 정도 될까.

사랑의 다양한 면들을 담아 낸  한 편의 짧은 글을

성 DJ가 감성어린 목소리로 읽어준다.

 

듣다보면, 나는 철부지처럼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멘트 뒤에 이어지는 너무 잘 어울리는 노래에

완전 공감하고는 입을 쩌억 벌리고 꺼억 꺼억 울기도 한다.

노래가 끝난 후, 성DJ가 사랑은.. 이라고 말하는 짧은 멘트는

아아.. 그렇구나. 맞아맞아 하면서

눈은 지긋이 감고, 고개는 끄덕끄덕, 뇌는 시경 향해 인사하게 하고

한 편의 영화처럼. 700여 쪽짜리 두꺼운 책처럼.

포장마차에서 이마가 닿을락 말락 가까이 앉아 소주잔 들이키며

그제야 꺼내놓는 진짜 얘기처럼-

매일 밤 청취자의 가슴을 적셨다. (진부한 표현ㅋ)


 

바로 그 푸른밤. 사랑을 말하다의 원고를 썼던 작가가.

매일 밤 청취자의 가슴을 적시던 사말 원고의 상황 속에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고, 직업도 있고, 이름도 있는

등장 인물을 넣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원고의 상당부분이 이미 라디오를 통해 나왔던 것이라..

글을 읽다보니. 애청자였던 나의 머리 속엔 그 글을 읽어주던

성 DJ의 목소리가 떠올라

 

술주정 이렇게 했었는데..웃기도 하고,

호흡 섞어, 힘들어허- 하는 부분에선 또 한 번 눈물 그렁그렁.

그랬다.


 

라디오 대본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기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픈 예쁜 말과,,

사랑하는 사람과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예쁜 장면들.. 가득하지만

사실, 그녀의 말처럼 작은 크기의 멜로드라마에 가깝고,

소설적인 서사는 부족하다.

전체 소설을 아우르는 구성이 탄탄하지는 않아서

보통 소설을 읽고나서 느끼는 가슴 미어지는 아픔이나 한탄,

절대적인 공감과 수긍, 혹은 또다른 커다란 물음표는 찾기 힘들다.


 

그렇지만, 핸드폰도 있는데.

아무 때나 전화해서 말하면 되잖아!

왜 저렇게 사랑하면서도 엊갈리는지.

어쩜..내 마음과 내 상황 속 말을 저렇게

명확하고 아름답게 정리하여 들려주는 지

싶었던 그 글들에, 목소리에 ..

 

속상한 마음은 나 혼자만의 것인듯, 눈가에 눈물 맺히고

엉뚱한 귀여움엔 나도 모르게 웃음나서,

라디오 쳐다보며 되지도 않는 윙크하던

그 밤들의 기억도 더불어 선물해 준 예쁜 책 같다.


 

문득, 궁금한 건..

 

이런 예쁜 글투의 소설들을 남자들은 어떻게 읽을까..










기억에 남았던, 몇몇.. 본문 중에서

 

“나를 사랑했니? 그런데 왜 그랬니?”

묻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은 그런 것이라지요.

‘아주 잠시 욕심이 나 어쩔 줄 모르다가 금방 식어 버린

 너의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오래오래 사랑하자 해 놓고, 잠시만 내 곁에 머물렀던

 너의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누군가를 잠시만 사랑할 수 있을까요?

혹은 누군가를 50퍼센트만 사랑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서른 둘이 된 동희는 이제 나름의 답을 가지게 되었다.

뽀뽀하고 싶고 맛있는 걸 사 주고 싶고 같이 더 있고 싶으면

그건 사랑이다.

단 뽀뽀만 하고 싶고 밥은 알아서 먹고 나오라고 말하고 싶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동희도 누군가에게는 전화를 하지 않는 사람이겠지.

사람들은 누구나 상처를 받으면 그 상처를 어디선가 푸는 법이니까.

패스트푸드점에서 친절하게 인사하는 저 여학생도 집에 가면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며 짜증을 부리겠지.

사람들은 어디선가 상처를 풀어야 하니까.


 

“하나만 더, 혹시 다른 사람이 생긴거라면...”

거기까지 말한 동희는 울음을 필사적으로 참아 내며 말을 이었다.

“나도 만나면 안 돼? 나만 만나는 거 말고, 나도 만나면 안 돼?”


 

어쩌면 모든 것은 금방 식어 버릴지도 모른다.

배가 고플 땐 먹고 싶은 음식을 수십 개도 적을 수 있지만

1000원짜리 김밥 한 줄이면

그 맹렬하던 식욕이 금방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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