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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5년 1월
평점 :
표지와 제목을 보고
고대 주술, 흑마법 등이 떠올라
서평단 신청을 했어요.
(아, 이 얼마나 어리석은....🤣)
.
📚
이 책은 오컬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짠내나는 소시민의 일상을 담은 일기장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은행원 남편의 부인.
생계에 도움이 되고자 맞벌이를 하고,
그 사실을 남편에게 미안해하며
완벽한 엄마이자 아내가 되기 위해
자신의 일분일초를 가족에게 희생하려고 애쓰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
50년대를 살아가는 사십대 여성,
그녀의 이름은 발레리아입니다.
우연히 담배가게에서 일기장을 사고
(당시 이탈리아에선 일요일에 담배가게어서 문구를 사는 것이 불법이었다고 합니다)
코트자락에 숨긴 채 가져와
가족 몰래 일기를 쓰게 되면서
(가족의 비웃음으로 인해)
숨쉬는 것처럼 당연하게만 느꼈던 일상이
불합리해 보이고,
자신이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부모에게 시대에 순응하며 살아온 그녀에게
이러한 불안과 균열은 사치이자 죄책감처럼 느껴져
일기장을 없애버릴 결심을 하지만
이제는 일기장에 자신을 쏟아붓지 않고는
살아가기가 힘듭니다.
그녀는 일기 속에서만
온전히 발레리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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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삶은,
지금 이 시대에도
너무나 힘들고 외롭습니다.
하물며
경제적 자립마저
남편에게 죄스러워해야 했던
전후 이탈리아,
히피문화의 유행으로
젊은이들은 부모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추구하고,
나라의 경제 상황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삶의 무게,
일기를 쓰는 것조차
이해받지 못 하고 조롱거리가 되는 삶,
새벽에 화장실에 숨어서 일기를 쓰기 위해
늦게까지 깨어 있거나
혹은 자다가 일어나야 하고
번번히 일기장을 어딘가에 숨겨야 하지만
발레리아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것들을
일기에 쏟아부으며 위안을 삼습니다.
제가 발레리아와 비슷한 나이이고
기혼여성이자 맞벌이생활을 하고 있어서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