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8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정영훈.김세나 옮김 / 메이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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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유럽 최고의 '지혜의 대가'다. 그의 책은 평생 곁에 끼고다녀야 할 인생의 동반자이자,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면서 음미해야 한다."

- 쇼펜하우어

 

오래 전 서점에서 발타자르 그라시안 저의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조언"이라는 책을 읽어 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사회초년생이었던지라 혈기에 넘쳐, 책의 문구가 뭘 의미하는지도 몰랐다.

그저 고리타분한 자기계발서 중 하나겠거니 어림 짐작하고 몇 문구만 읽고 다른 책을 펼쳐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회사 속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결혼을 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면서, 조금이나마 느끼는 바들이 쌓이게 되었고, 그 당시에 우연히 읽었던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명언을 좀 더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조언"이라는 책은 절판되었지만,

다행히 유사한 내용을 가진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수업"이라는 책이 있었다.


 


 

목차가 꽤 빽빽하다. 목차를 보면 대략 한 페이지당 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구조는 한 페이지당 그라시안이 생각을 한 줄로 보여주고, 그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찌보면 주제가 파편화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보면 읽을때마다 그때그때 내키는 주제를 바로 찾아보기에 좋은 것 같다.

 

나는 책을 읽을 때 감명깊게 읽었던 부분에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이는 습관이 있다. 붙인 부분만 골라내어 나중에 다시 읽을 심산이었는데, 이 책은 초반부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이게 되었고, 결국 붙이기를 포기했다.

 

아래는 책을 읽고 공감한 부분과 왜 공감하게 되었는지를 써보고자 한다.


 

⊙ 자신을 도울 줄 알아야 큰 어려움을 이겨낸다.

큰 위험에 빠졌을 때, 다부진 심장보다 더 좋은 반려자는 없다. 심장이 약해지면 주변의 다른 부위가 심장을 도와주어야 한다. 자신을 도울 줄 아는 자에겐 어려움도 작아진다. 또한 운명에 무기를 들이대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운명은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불운에 처했을 때 자신을 전혀 돕지 않음으로써 그 불운이 곱절이 된다. 그건 그들이 불운을 견뎌낼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이미 할 줄 아는 사람은 깊이 생각함으로써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낸다. 현명한 자는 모든 것을 물리칠 줄 안다. 심지어 별자리의 운세까지도 말이다.

 

내가 스스로 좌우명으로 삼는 문구 중 하나가 있다면, "스스로 구하지 않는 자를 구하려 들지 말자"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스스로 자구책을 모색하지 않는 자는 도와줘도 구제할 수 없고, 기껏 도와줘봐야 개선도 안될뿐더러 도움을 끊으면 원망만 듣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나는 돕더라도, 수동적으로 떠먹여지길 원하는 사람보다는 어떻게든 자구책을 모색해 스스로 떠먹으려는 사람들만 도와줬다. 

 

⊙ 감식력이 뛰어난 사람은 행운을 누린다

꿀벌은 꿀을 얻기 위해 곧장 단 것으로 향하고, 뱀은 독을 만들기 위해 바로 쓴 것을 찾는다. 이처럼 어떤 이의 감식력은 바로 좋은 것을 구하고, 어떤 이의 감식력은 나쁜 것에 주목한다.

어떤 것에든 좋은 점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불행한 기질을 가진 많은 이들은 훌륭한 천 가지 중에서 단 하나의 결점을 차장내어 이를 비난하고, 그 모든 것을 다른 이의 의지와 지성이 내다버린 허접한 쓰레기라고 말한다. 그렇게 그들은 결점만 차곡차곡 쌓아간다.

이는 그들의 명민한 감각이 이루어낸 성과가 아니다. 잘못된 선택에 따른 죗값일 뿐이다. 그들은 늘 쓴 것만을 먹고 불완전함을 일용할 양식으로 삼으면서 슬픈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보다는 천 가지 결점 중에서 유일무이한 완전함을 택하는 다른 이의 감식력이 훨씬더 행복을 가져다준다.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업무역량이나 태도면에서 훌륭한 분들하고 근무하기도 하지만, 그에 못 미치는 분들하고 근무하기도 한다.

정말 맛있는 돈까스를 먹으면 돈까스의 기준값이 그에 설정되어, 다른 어떤 돈까스를 먹던 불만을 느끼듯이

훌륭한 분들과 근무하게 되면 직원을 판단하는 기준값이 훌륭한 분들에게 맞춰진다. 그렇게 되면 그보다 못한 사람들과 근무하면 단점밖에 안 보인다.

나는 최근들어 같이 일하는 팀장, 선임차장의 단점만을 찾게 되었다. 영업력 및 인적 네트워크의 부족, 보신주의적 업무처리, 목표미달성, 우유부단함, 업무전가, 업무태만, 근무 시간에 취미 생활 등. 타인의 단점만을 찾아내니 나도 회사 생활에 부정적으로 변하게 된 것 같다. 그라시안의 조언처럼 타인의 쓴 것이 아닌 단 것을 찾아내는 연습을 해야 겠다.

 

⊙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닌 단호한 사람이 되어라

우유부단만큼 일을 크게 그르치는 것도 없다. 액체는 고여 있지 않고 흐르는 한, 잘 썩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일에서든 결정을 못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언제나 외부의 자극이 있어야 움직인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이따금 판단력이 혼란을 겪는 데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행동력이 부족한 데서 비롯되기도 한다.

한편 어떠한 일에서도 망설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광범위한 분별력과 단호함을 가진 그들은 천성적으로 최고위직의 자리를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다. 그들의 깨어 있는 두뇌는 업무의 진행을 돕고, 일의 성사를 쉽게 해준다. 그들은 언제나 즉석에서 모든 일을 처리해낸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판단을 말하고 난 후에도, 그들에겐 언제나 그다음 일을 처리할 시간이 남아 있다.

 

요즘 내가 절실히 느끼는 부분이다. 팀장이 판단을 두려워하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처리 가능한 업무인지 아닌지 가능한 빠르게 검토하고 실무자에게 위임을 해야 하건만, 팀장선에서 적절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꾸역꾸역 나에게 업무가 하달되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가르마가 덜 타져있기에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두 세 번 시도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미 오랜 시간 팀장 아래서 계류되었던 일이기에, 내가 검토할 시간이 부족한 편이다. 나 또한 언젠가는 팀장이 될텐데, 훌륭하진 않더라도 제 구실을 하려면 신속한 판단력을 얻어야 겠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당시의 시대상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위선과 기만으로 가득 차 있고, 성공해야 할 사람이 실패하고, 실패해야 마땅한 자가 아첨과 권모술수로 성공한다고 보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서 세상의 모순에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항거하지 말고, 타인의 생각을 귀담아 듣되 자신의 생각은 외부에 누설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어찌보면 오늘날 사회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살던 시기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민생보단 정치적 생명을 중시하는 정치인들, 겉으로는 도덕을 외치지만 뒤에서는 불경을 행하는 권력자들, 그 아래에서 갈라치기 당하고 서로를 혐오하는 민중들, 옆에 있던 사람이 조금 더 노력해서 앞으로 나아가려 하면 비난하고 깍아내리는 민중들.

 

어찌보면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조언은 당대보다도 우리 세대를 위한 처세술인 것 같기도 하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항상 옆에 끼고 다니며 반복해서 읽고 음미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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