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외계인이 가득하다면... 모두 어디 있지?
스티븐 웹 지음, 강윤재 옮김 / 한승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외계인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듯 하다. 실제로 외계인들이 등장하는 TV프로그램이나 영화, 공상과학 소설들은 지금도 끝없이 나오고 있으며 외부 세계의 지적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이론적 탐구도 계속되고 있으며 실제로 우주탐사선이나 우주로 쏘아대는 전파에 우리의 메세지와 흔적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이 끝없이 넓은 우주에 우리 외에도 지적생명체가 존재하리란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그 실체가 밝혀진 바는 없으며, 이에 당연히 다음 질문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하고 말이다. 이것이 바로 페르미의 역설로 알려진 문제이며, 이를 풀기 위해 저자는 50가지의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이 50가지 가설들은 크게 세 부류, 즉 그들은 여기 있다, 그들은 존재하지만 의사소통이 안 된다, 그들은 없다로 나누어 각기 그 타당성을 철저하게 분석하는데 개중에는 아주 어려운 이론과 복잡한 공식이 필요한 가설도 있고 과학적 근거 없이 그저 상상의 산물인, 약간 우습기조차한 가설도 있더라구.

 

 우선 '헝가리인이 외계인이다'는 황당한 이야기로 이 흥미진진한 지적여행은 시작되는데 곧이어 우리가 외계인에게 사육되고 있다는 동물원 가설과 우리 모두가 외계에서 이주해온 후손이란 가설, 그리고 모든 수수께끼를 쉽게 풀 수 있는 '신'의 존재까지 언급되는 '여기있다' 카테고리가 시작부터 흥미를 주더군. 아직까진 그저 흥미있는 상상력의 산물들일 뿐이었지만 곧이어 '의사소통이 안된다' 카테고리로 넘어가자 바로 과학 전반에 걸친 이론들이 잔뜩 등장해서 머리를 아프게 함과 동시에 지적욕구를 강렬히 땡기게 해주었다.

 

 '의사소통'에 나온 가설들이 내가 평소 생각해 오던 것들과 비슷했는데 우선 별들 간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과 '지적능력체'라고 통칭은 하지만 당연히 발전의 정도나 방향은 다를 수 있으니 거기서 오는 차이(생각해보면 같은 별 같은 종인 호모사피언스 간에도 문명의 격차가 존재하지 않는가말이다), 또 수학적, 과학적 언어의 해독문제까지 실로 그럴싸한 이론들이 척척 나오는데, 나같은 '뼛속까지 인문계체질'이 보기엔 좀 버거운 부분도 있었지만 비교적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백미는 '없다' 카테고리라고 생각하는데 이 카테고리에 나온 가설들은 지적생명체의 가능성을 애써 부정하기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의 세번째 별이 얼마나 축복받은 환경인지, 또 그러한 환경에서 우리같이 의식을 갖고 우주를 연구할 수 있는 지적생명체가 진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낮은 확률의 기적인지를 역설적으로 말하는 듯 하더라고. 우주의 구조에서 태양계같은 안정된 항성계 자체가 드물며, 암석과 무거운 원소로 이루어진 지구같은 별도 더욱 드물고, 달이나 목성같이 얼핏 보기엔 우리의 지구 모습에 별 도움이 안되는 것 같은 별들도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또 지구 내부의 문제로 보더라도 생명의 탄생부터 진핵생물로의 진화, 더더구나 지적능력을 갖춘 생물로서의 진화는... 이 모든 확률을 다 곱해본다면 정말 이건 기적이란 말로도 설명이 부족할만큼 기적이 아닌가말이다.

 

 저자의 개인적 견해는 이 리뷰를 보신 분이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듯, 세번째(즉 없다) 쪽으로 기운다. 하지만 저자도 말하듯 그것이 우리를 위축되게 하는 요소는 전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저 수많은 난관을 겪고 지금 스스로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에 긍지와 애정을 갖고 삶 자체에 대해 감사들 드리는게, 이 넓은 우주에서 어쩌면 유일한 존재인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하는게 저자의, 그리고 나의 생각이다.

 

 물리, 화학, 생물, 지질, 천문학 등 과학 전반적인 폭넓은 지식으로 쉽고도 진지하게 어쩌면 가벼워 보일 수도 있는 의문에 답하는 이 책은 단순히 외계인의 존재를 규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그리고 생명에 대한 경외심마저 느끼게 해주는 아주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과학적 이론과 기발한 상상력이 어우러져서 읽기에도 수월한데다 재미도 있는 편이고,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두고 있으니 일독을 권해본다.

 

 특히 호기심이 왕성하고 머리가 잘 돌아갈 나이인 중고교학생들에게 쉽고도 재미있는 교양과학서적으로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을 사람들에게 우선 읽기 전에 스스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둘쯤은 생각해보고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 질문 말이다.

 

 

 "우주에 외계인이 가득하다면, 모두 어디 있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