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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강영호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받았을 때가 마침 시험 보기 이틀 전이었다.
책상에는 한번씩이라도 봐야 하는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옆에서 계속 이 책이 '날 좀 제발 읽어달란 말이야'라며 아우성을 쳤다.
인간이 무력하다는 말을 이 때 쓰면 될까나(?)
결국 그 산더미 같은 교과서들, 문제집들을 외면한 체 몇 시간 내내
오후의 나른한 햇살과 함께 책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마이클이 손을 뻗어 석의 몸에 붙은 아몬드를 하나하나 떼어 먹으며 다시
입 꼬리로만 웃었다. 석은 왼 어깨를 그리고 오른 어깨를 그리고 왼쪽 귀를
마이클에게 들이밀며 춤을 이어갔다'
'아몬드 인간' 중에서 -
마임니스트인 석은 '작은 공원'에서 공연을 한다. 그는 공원에 놀러온 아이들이
그 자신을 보면서 웃는 것을 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들 중 '마이클'이라는
아이는 석이 어떤 마임을 하더라도 웃기 않았다. 이 아이를 웃기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그는 온몸에 초콜릿을 부은 후 마이클에게 아몬드가 든 상자를 건네면서
그에게 뿌리라고 한다. 이때부터 마이클은 슬슬 웃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들의 행동이 미친 짓으로 보였는지 경찰을 부르게 했고, 마임을 할 동안은
입을 열지 않는 석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말하지 못한 채 아이를 위협한다는 이유
하나로 총에 맞아 죽게 된다.
'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는 주인공이 겪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엮어 만든
소설이다. 그들 중에서 가장 맘이 짠~ 했던 이야기가 아몬드 인간이었다.
석이 경찰의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데, 마이클은 웃으면서 석의 몸에
붙어 있는 아몬드를 떼어먹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읽자마자 뜨악!하는 소리가 절로
났지만 계속 보면 볼수록 가슴이 언친 것처럼 답답하면서 울컥울컥 소리를 낼 것처럼
이상하게 변했다.
'김탁환 작가의 글들은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살았기 때문에
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를 처음 알게 되고 읽을 수 있게 됐을 때 정말 많은 기대를
했었다. 처음 책을 폈을 때는 뭐 이런 이상한 책이 다 있나 싶었지만 에피소드를 하나 하나
넘길 때마다 더욱 더 흥미가 생겼다.
아, 책 곳곳에 나오는 사진들, 으악! 정말 섬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