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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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세월>1941년부터 2006년까지 프랑스 사회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화자는 그녀로 지칭된다. 이 책은 논픽션이다. 현대 프랑스사회의 변화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한 눈에 그려진다. 전쟁부터 시작해 공산주의, 국가주의, 자본주의 ...... 페미니즘까지 점점이 펼쳐진 조각조각들을 읽으며 프랑스인들은 자신의 인생을 회상해 보지 않았을까. 나이는 상관없다. 어리든 나이가 많든 독자가 살아낸 시간의 흔적들을 아니 에르노의 작품 속에서 찾을 수 있었을 것이며 반가움과 뿌듯함, 회한어린 감정들이 교차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래, 거기 내가 있었지!’ ‘, 나도 저땐 저런 마음이었어!’라며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이었던 것이 작가의 시공간과 겹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개개인의 시간들이 모여 국가의 역사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처럼 머나먼 나라의 독자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 세월의 무늬를 더듬으며 나에게도 그녀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기억이, 그녀가 느낀 감정과 유사했던 적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처음 이 책의 소개를 읽으면서 공감 지점을 못 찾을까봐 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으며,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들을 보고 듣게 됐다. 오래전부터 허용된 규정에 따라 사용됐던, 특정인들만 들어갈 수 있었던 장소들, 대학, 공장, 극장이 모두에게 개방됐고 그곳에서 토론하기, 먹기, 잠자기, 사랑하기 등 본래의 용도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 노동자 지도자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공산당과 조합의 지도자들은 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계속해서 필요와 의지를 결정지었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 통합사회당에 남아 있었던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마오, 트로츠키주의자들, 엄청난 양의 이념들과 개념들을 알게 됐다. 사회적인 운동, 서적들 그리고 잡지들, 철학가들, 비평가들, 사회학자들이 곳곳에서 나왔다.”

단체, 사회적 신분, 불공정함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지식인이든 아니든 누구나 말하고 들을 수 있었다. 여자, 동성연애자, 계급을 벗어난 사람, 억류된 사람, 농부, 미성년자로서 무언가를 경험한 것만으로도 나를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공동의 언어로 스스로 사고하는 것에 흥분했다.”

“1968년은 세상의 첫해였다.”

 

혁명의 시기를 온몸으로 거쳐 온 사람들은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프랑스인에게 1968년이 그러하듯... 우리에게 진정한 혁명이 있었던가? 동학농민운동을 동학혁명으로 부르고 싶어하는 이들, 박근혜 탄핵 시 들었던 촛불의 시간을 촛불혁명으로 칭하는 이들, 모두 혁명 로망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촛불혁명의 주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자부심이란 게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뜸해지면서 이따금씩만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분명 모성 관계에서 불충분함을 느끼고 있으며 성적인 행위만이 아닌, 아이들과 지나가는 다툼에도 위로가 될 수 있는 애인, 누군가와 긴밀한 관계를 필요로 하고 있다."

 

아이들이 전적으로 엄마의 지원을 필요로 할 때는 얼른 성인이 되길 바라지만, 정작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나면 엄마는 외로워진다. 바빠도 돌봐주느라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더라도 그런 대상이 있었을 때가 그리운 법이다. 그러니 빈둥지 증후군은 참 잘 만들어 낸 조어이다. 긴밀한 관계가 될 만한 대상이 남편인 여성들은 거의 없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회자되겠나. ‘중년 여성을 웃게 하는 세 가지는, 친구, , 고양이!’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주어진 시대에 이 땅 위에 살다간 그녀의 행적을 이루고 있는 기간이 아니라 그녀를 관통한 그 시간, 그녀가 살아 있을 때만 기록할 수 있는 그 세상이다."

 

살아있을 때만 기록할 수 있는 그 세상이란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아니에르노가 자신의 삶을 책으로 펴냈기에 한국에 있는 독자에게까지 읽히고 기억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가 죽더라도 그녀를 기록할 이들이 있다. 나는 내가 살아있을 때만 기록할 수 있겠구나... 

 

 

 

우리는 세월 속에 사는 것 같지만 세월은 하루하루 쌓여가는 것이다. 켜켜이 쌓여가는 세월의 더께가 무거워질 때 우리는 그만 떠나게 될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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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의 정원 - 빨강 머리 앤이 사랑한 꽃, 나무, 열매 그리고 풀들
박미나(미나뜨) 지음, 김잔디 옮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 지금이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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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앤과 식물과 다정함! 너무 어울리는 조합이네요. 봄에 딱 맞게 출간되었네요. 앤의 정원으로 산책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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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 - 최고의 나를 이끌어내는 부의 심리학
롭 무어 지음, 이진원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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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무어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돈에 너무 관심이 없었나? 백만장자를 몰라봤다. 돈에 관심은 있었지만 백만장자는 언감생심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몰랐다.

 

롭 무어는 30세에 부를 거머쥔, 영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자수성가한 입지적적 인물이라고 한다. 그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기업인 프로그레시브 프로퍼티를 포함한 8개의 사업체를 운영중이다. 그의 전작 <레버리지><머니>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결단>과 함께 국내에서 2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는데 나는 이 책들도 몰랐다. 그러니 돈에 관심이 없었게 맞는 걸로...

 

그런데 이젠 돈에 관심이 생겨서 그의 책을 읽었다는 뜻? 그렇다고 인정해야겠다. 작년 이맘 때에는 주식 관련 책들을 많이 읽었었다. 그동안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주식투자를 해봐야겠다며 책부터 읽은 것이다. 그 때 삼성전자 주식을 샀더라면? 당시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 후반대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9만원 가까이 치솟았다가 요즘은 8만원 초반대다. 나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 못했다. 책 몇 권을 읽으며 이론은 정리했으나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그 이론에 맞게 할 자신이 없었고, 결정적으로 돈이 없었다. 지금도 돈은 없다.

 

그래서 다산북스의 홍보문구에 끌렸다.

 

"부자가 되려면 돈을 좇지 말고 자신의 가치를 따르라!"

 

부자가 되고 싶은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자신의 가치를 따르라고?

나한테 무슨 가치가 있을까?

 

"성공한 사람에게는 확신이 있고, 실패한 사람에게는 의심이 있다."

 

, 이 문장을 보면서 뭔가 찔리는 것 같은 이 느낌은? 그래, 난 뭐 하나 확신하는 건 없고 맨날 의심만 하지! 좋게 포장해서 비판적 사고를 한다며 합리화도 한다. 작년에 주식투자 책을 읽은 이후로 이런 류의 책에는 아예 관심을 끄고 살았다. 하지만 다산북스의 서평단에 신청했다. 롭 무어라는 이 대단한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서문

 

- 이 책은 15년 동안 수십만 명에게 꾸준히 받아왔던 질문, 즉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깨닫고 잠재력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는지에 관한 답이다.

그래! 나의 가치가 뭔지 정말 궁금하다! 어떻게 깨달을 수 있는지 빨리 알고 싶다!

 

프롤로그

- 나는 5만 파운드의 부채를 청산하고, 돈 한 푼 없이 1년 만에 20건의 부동산을 샀다. 나는 20대 중후반에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졌고, 서른 살에 백만장자가 되었다.

! 돈 없이 부동산을 산다고? 어떻게 가능하지? 영국은 가능한가? 점점 궁금증을 유발하는구만!

- 돈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돈은 판단하지 않는다. 돈은 죄의식도 수치심도 없다. 돈은 그저 돈일뿐이다. 돈에 의미, 목적, 기능을 부여하는 건 인간이다. 돈은 생각처럼 잘 변한다. 돈은 당신이 원하는 무엇이건 창조할 수 있는 수단이다.

... 돈은 징글징글한 느낌이다. , 평생동안 많이 가진 적 없었지만 많으면 많아서 적으면 적어서 문제인게 돈이다. 돈은 긍정적이기보단 부정적 이미지였다. ‘원하는 무엇이든 창조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표현! 낯선 설렘이었다.

- 이제 자존감 투자를 위한 6원칙을 따르라!

옛썰! 한 번 해 보겠습니닷! 자존감 투자를 위한 6원칙은 목차의 순서대로다.

 

 

1장 당신이 자존감에 관해 오해하는 것들 : 가난을 만드는 가짜 자존감을 버려라

- 자존감은 진짜가 아니다. 당신이 인식하는 자신에 대한 착각일지도 모른다.

- 부자와 빈자의 근본적인 차이는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달렸다.

- 욕구와 열정이 상당하더라도 강력한 정체성, 자기 확신, 자존감이라는 토대가 없다면 어떤 전략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특별해질 필요는 없다. 그저 당신이 특별하다는 사실만 명심하면 된다.

- 당신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임을 확신해야 한다.

-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찾아 연구하면서 자신에게만 있는 특별함을 찾아라.

나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1장에서 저자의 충고는 너무 쉬웠다. 내가 특별하다는 사실만 명심하면 된다!? 갑자기 <시크릿>의 향기가 스멀스멀... 그런데 또 내 전문분야를 연구하고 나만의 특별함을 찾으라고 한다. 어멋! 이 지시는 따라야해!! 하면서 생각해 봤다. 나만의 특별함이라...

 

2장 부정적 자기인식이라는 덫 : 자기 가치를 스스로 저평가하지 말라

- 당신은 세상에 당신의 이야기를 떠들어라. 그것은 타인의 삶에 영감과 도움과 가치를 줄 수 있는 경험과 지혜로 가득 찬 귀중한 당신의 자산이다.

- 자신이 가진 장점 50가지 내지는 100가지를 정리해보라.

- 자신의 가치를 인정할 때야말로 사람도, 돈도, 인생도 당신을 진심으로 따르게 된다.

내 장점 배, 백가지를 정리하라굽쇼?? 5가지 정도는 어떻게 해보겠는데요... 95가지라니!! 세상에 내 이야기를 떠드는 것! 내 이야기, 뭘 떠들어볼까? 이건 생각해보면 떠들 수 있을 것 같기도... , 텍스트로...

 

3장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힘 : 성공하려면 직접 운전대를 잡아라

-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6배나 적게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생각한다.

- 나를 가로막는 다른 사람들에게 저항하고 맞설 수 잇을 정도로 높은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그런 자존감은 당신을 구속하는 사람들을 멀리 밀어낼 것이다.

- 당신이 자신에게 충실하지 않다면, 그만큼 적들을 끌어들이게 된다.

- 다른 사람의 의견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신경 좀 꺼라!

이게 제일 문제다! 다른 사람들이 의견을 말하기도 전에 그들이 뭐라 할 건지 예측해서 신경쓰고 걱정한다. 나에게만 충실하자!

 

4장 내 안의 위대함을 이끌어내는 전략 : 자신에게 최고의 투자를 하라

- 당신은 모든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당신과 타인이 만들어낸 환상에 자신을 비교한다.

- 가치는 주관적이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천재답게 굴어라.

-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다섯 사람과 가장 닮게 된다.

- 감정을 관리하면 행복해지고, 행복해지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으며 부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원하는 인생을 끌어당기는 확신의 3단계

1단계 : 인식하라 : 지금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명명한 뒤 통제하라

2단계 : 수용하라 :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 없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나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만들지 직접 선택하라

3단계 : 행동하라 : 어떤 상황에서도 장단점의 균형을 찾아라. 이어 긍정적이고 선제적으로 행동하라.

, 남이 만든 환상과 나를 비교한다!는 말 너무 맞다!! 쓰잘데기 없는 짓인 줄 알면서 그만두자고 돌아서놓고 되돌아서 그쪽으로 걸어간다. 돌림노래의 늪에 빠진 것만 같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 다섯 명?이 없다. 고양이 세 마리와 가장 오래 같이 지내는데... 난 점점 고양이가 되어가는 건가??

 

5장 감정으로부터 자신과 부를 지키는 비결 : 돈보다 감정을 더 철저히 관리하라

- 현재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자신을 분리하면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다양한 감정의 속임수에 각별히 주의하라.

- 당신이 배운 모든 것은 언제라도 찾아 쓸 수 있는 은행에 보관되어 있는 현금과 같다.

- 균형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라.

- 사랑과 감사는 자존감을 낮추는 모든 감정을 고치는 해독제다.

감정에 휘둘려서 폭식이나 소비를 했다. 이런 짓은 그만하려고 꽤 노력했다. 계속되다보니 내 행동을 분석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행동의 시작은 감정에 휘둘린 것이었지만 그 행동의 기저에 숨은 욕망을 알아냈다. 사실 먹고 싶어서, 사고 싶어서 올라온 나쁜 감정을 이용한 것이란 걸... 그동안 내가 배운 것이 언제라도 찾아 쓸 수 있는 은행에 보관되어 있는 현금과 같다는 저자의 말엔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결론은 사랑하고 감사하란다!

 

6장 부와 성공이 찾아오는 사람의 내공 : 머니 콤플렉스를 이기고 소득 잠재력을 발휘하라

- 아래 세 가지 균형을 잘 맞출 때 열정이 느껴지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일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을 돕고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더 커진다.

당신이 살면서 실현해나가는 당신의 가치

당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 즉 당신이 성장하고 자아실현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내적으로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임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

당신이 타인에게 제공하려는 가치, 즉 타인이 높이 평가하는 것들

- 당신은 정말로 엄청난 가치가 있는 사람이지만, 먼저 그렇다는 사실부터 깨달아야 한다.

- 당신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과거의 짐을 치워 더 중요한 것이 들어올 공간을 마련하라.

, 외쳐보겠습니다!

나는 정말로 가치 있는 사람이다.”

 

에필로그

- 강한 자기 확신이 상위 1% 부자를 만든다.

- 자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여부가 당신의 몸값, 급여 그리고 소득 능력을 외부에 드러내주는 자신의 가치에 대한 유일하고 절대적인 척도다.

- 자신을 애써 소리쳐 알리거나 과장하지 말고 그냥 인정하라.

제목 나왔다! 자기 확신을 해야 부자가 된단다. 저자의 말처럼 다 따라할 수 있을까? 열심 정리한 만큼 열심히 실천해야한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안 되고 싶다면 작년처럼 하면 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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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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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를 읽은 독자들이 그랬듯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읽은 독자들이 직접 아버지에게 가든 전화를 하든 아버지 얘기를 들어보면 좋겠다.
옛날 앨범을 꺼내 시작해보자. “아버지, 이 때 얘기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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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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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려고 한번이라도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신경숙 작가의 신작 <아버지에게 갔었어>에서 주인공 딸이 수면장애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자문한다. 그런 질문을 한 곳은 백야 때문에 잠못이루던 핀란드에서였다. 소설 속 딸의 직업은 작가이며 핀란드에 출판행사를 하러가서 통역을 해야만 알아들을 수 있는 자신의 말을 진지하고도 골똘히 듣는 그 나라 사람들 때문이었다.

 

 

P. 373

먼 이국의 사람들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데 나는 내 아버지의 말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 아버지의 슬픔과 고통을 아버지 뇌만 기억하도록 두었구나, 싶은 자각이 들었다. 말수가 적은 아버지라고 해도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딸이 되어주었으면 수면장애 같은 것은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낯선 나라에 와서 겨우 백야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해 충혈된 눈으로 쩔쩔매다가 결국 옷장 속까지 기어 들어갔을 때에야 수면 장애를 겪는 아버지의 고통이 어떤 것일지가 떠올랐다.

 

 

인간이란 제 고통이 극에 달했을 때 그제야 남의 고통이 눈에 들어온다. 자식의 고통이라면 더 일찍 알아챘겠지만 부모라면 다르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그것을 증명한다. 멀리 떨어져 있고 부모가 일일이 어려움을 말하지 않는다면, 저 먹고 사느라 바쁘고 제 새끼 키우느라 정신없다면, 자식에게 부모는 한참 뒷전일 수밖에 없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헌은 몇 년 전 딸을 교통사고로 잃고 부모와 거리를 두고 살았다. 엄마가 위암 수술 때문에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몇 년 만에 고향 J시에 가서 아버지와 함께 지낸다. 그 때부터 이 집안의 가족사가 시작되고 헌은 자신의 무심함을 알게 된다. 그동안 자신의 고통이 너무나 커서 노부모가 겪고 있는 어려움, 불편함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소설은 한국 현대사를 살아낸 평범한 가족들과 아버지의 이야기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아버지는 '살아냈다, 너희들 덕분에 용케도 살아냈다' 고 유언처럼 말한다. 예스24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아버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처 듣지 못하고 놓쳤던 내면들을 깊게 들여다보는 마음으로 썼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아버지라는 단어는 희생, 책임감, 헌신 같은 낱말을 내포하고 있는 대명사로 읽힌다. 그 아버지는 개별적 존재가 아니며 개인의 삶이 있으리라고 상상하지 못한다. 작가는 그런 아버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 속 아버지는 1933년생이고 조실부모했는데 다정다감한 아버지로 나온다. 어린 나이에 농부의 삶을 살게 되고 스무 살에 결혼해서 자식 여섯을 낳았다. 시골에서 소 키우고 벼농사 지어 자식 여섯을 모두 대학교에 보냈으니 대단한 아버지다. 어릴 때 아버지에게서 한문으로 사자소학 배운 것이 지식습득의 전부였고 조그만 점방을 하느라 한글을 겨우 익힌 정도였다. 그럼에도 리비아에 일하러 간 장남과 편지를 주고 받기 위해 한글야학에 가서 맞춤법 공부를 했고 동네에서 사용할 농기구를 설명서만 보고 조립해서 항상 최초로 모는 사람이었다. 자식들을 살뜰히 챙기는 아버지였지만 한 때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 남자였다.

 

이 소설을 읽고 공감과 감정이입을 크게 할 독자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나이대가 비슷하고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일 것이라 예상된다. 3.15 부정선거와 4.19 당시의 시대 상황, 1980년대 사막에 일하러 떠난 남자들, 태생적 압박을 지고 살아가는 장남, 형제들 숫자가 많아서 생기는 여러 가지 갈등들은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들에게는 역사책 속 이야기로 읽힐 가능성이 높다. 그들의 부모세대조차 소설 속 형제들 나이보다 어릴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젊은 독자들이 전혀 공감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버지, 가족이라는 보편성이 가진 공감의 포인트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염두에 두었는지 작가는 소설에서 3세대에 거친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주인공 아버지의 이야기가 가장 비중이 높고 인터뷰와 편지 형식을 빌어 큰오빠 승엽의 이야기, 둘째 오빠의 아들의 이야기를 넣었다. 50년대에 시골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하는 효자로 살아야했던 큰오빠의 삶은 장남이라는 돌덩이를 지고 언덕을 오르는 시지프스 같았다. 90년대생으로 보이는 조카는 둘째 아이를 낳고서야 아버지의 무게를 실감하게 되었다는 고백을 고모에게 한다. 이 세 명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아버지로 살아가는 이들이 하는 고민의 지점은 다를지언정 모두 엇비슷한 무게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 존재들임을 알 수 있다.

 

그런 아버지들이 하는 말을 우리는, 자식들은, 들으려 한 적이 있었던가? 이 리뷰 처음에 한 질문은, 작가가 독자에게 한 질문이기도 하다.

당신들은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려고 한번이라도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아마 대부분 없을 것이다. 정말이지 한 번도 대화란 걸 적이 없었고, 아버지가 하시는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았고 그렇게그렇게 당신은 입을 닫은 게 아닐까.

 

<엄마를 부탁해>를 읽은 독자들이 한결같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읽은 독자들이 직접 아버지에게 가든 전화를 하든 아버지 얘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옛날 앨범을 꺼내 시작해보자.

아버지, 이 때 얘기 좀 해주세요!”

 

 

**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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