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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3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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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금잔화라 불리는 메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다. 어쩌면 제목이 다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꽃말을 아는 독자가 많지 않을 것이니 세탁소의 이름이 왜 메리골드일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메리골드라는 동네에 마음세탁소를 개업한 소녀, 아니 백만번 다시 태어난 소녀 지은이 사람들 마음의 얼룩을 제거해 주는 이야기다. 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를 연상케했다. 이 세탁소에 오는 인물들은 요즘 젊은이들의 어려움을 표방한다고 할 수 있다. 젊은 독자층을 위한 설정으로 보인다. 대학 시절 신인 영화상을 받은 후 새 작품을 하나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재하, 연인의 배신으로 힘든 연희, 인플루언서지만 가족들 때문에 괴로운 은별 등등.
나이든 여성 독자를 위한 인물도 있다. 재하의 모친 연자인데 역시 나는 그녀에게 가장 마음이 쓰였다. 연자가 유부남에게 속아 임신을 하게 된 이야기는 전반부에서 소개되었고, 후반부에 마음세탁소에서 따뜻한 위로 차를 마시며 지우고 싶은 마음의 얼룩을 지은에게 이야기한다. 얼룩은 하나만 지울 수 있다고 어떤 얼룩을 지우겠냐고 지은이 연자에게 물었다. 이에 연자는, 자신의 아픔이나 불행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알겠다고, 모두가 다 아픔을 가지고 살더라고, 불행하다 느꼈던 상처를 지우고 싶던 때도 있었지만 이젠 그 불행을 지우고 싶지 않다고. 대신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 인생 싫어하지 않아요. 전엔 나마저 내 인생 싫어하면 너무 안쓰러워. 좋아하려 애썼는데, 이젠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좋아졌어요. 좋다고 생각해보면 내 인생이 너무 예뻐 보여요. 그래도 아들이 엄마 위해서 선물 주고 싶다니까 받을게요. 지우지는 않을 건데, 떠올릴 때 덜 아프게 주름만 조금 다려주세요.”
지은은 다린 옷을 돌려주며 다시 주름이 생길 거라 말했고, 연자는 주름도 이쁜 것도 모두 자신의 삶이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살아 있는 한 모든 얼룩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좋은 생각만 하기에도 인생이 짧음을 안다’는 연자의 생각은 흔하디흔한 표현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절감하는 말이기도 하다.
책의 마지막, 지은이 버스를 타보고 해인과 나누는 말은 내가 생각한 인생이 숙제의 연속이라는 것과 비슷했다.
“사는 일이 때론 매번 산을 넘는 거 같잖아요. 이 산만 넘으면 편안해질 것 같은데 다시 산을 만나게 되잖아요.”
넘어야 하는 산, 풀어야 하는 숙제들은 한 인간이 죽기 전까지 계속 된다. 그것의 결과로 남은 얼룩이 고울 리 만은 없다. 허나 그 얼룩과 주름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의 무늬가 되고 그 결들이 쌓이면 우리가 부르는 인문이 되는 것이다. 리뷰를 쓰면서 이렇게 내 생각이 정리된 것이 나에겐 글쓰기에 도움이 된 책이었다.
**위 리뷰는 전승환 작가의 인스타그램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