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23 - 피아니스트 조가람의 클래식 에세이
조가람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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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 서적을 즐겨 읽는데 음악 관련 책은 신간이 나올 때마다 챙겨 읽으려고 노력한다. 이번에 믹스커피 출판사에서 나온 <Op.23>를 서평단 자격으로 받아 읽었다. 저자 피아니스트 조가람씨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한껏 살려 피아니스트와 연관된 작품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피아노곡 소개 책이 아니다. 제목의 작품 번호 23번을 필두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예술가들이 온전한 자기다움으로 예술혼을 꽃피웠듯 독자에게도 각자의 Opus(작품)을 써나가길 바란다고. 모든 생은 예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앞서 밝혔듯 이 책을 피아노 곡을 소개하는 책으로 접근하면 어려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저자가 다루는 작품을 상세히 설명하는 부분에서 꽤 전문적인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곡 해석부터 각 악장의 연주 기법까지, 전공자이거나 조예가 깊어 어느 정도 전문 지식이 있는 감상자라면 저자의 해석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감상 초심자라면 이 부분에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그렇다고 어려우니 읽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연주자들의 삶이나 예술관, 공연에 대한 정보가 많기 때문에 읽으면서 배울 내용이 쏠쏠하다. 초심자가 읽기에 굳이 불편한 점을 꼽자면 QR코드가 없다는 것이다. 유명 곡이나 연주자 위주로 간단하게 소개하는 책들의 경우 대개는 연주 영상 QR코드를 첨부한다. 그러나 이 책에는 없기 때문에 저자가 소개하는 유명 연주는 찾아보아야 한다.


이 책은 세 파트로 구분되어 있는데, PART1에서는 8명의 피아니스트를 소개한다. 나는 이 책에서 디누 리파티알프레드 코르토를 처음 알게 되었다. 평소 음악 서적을 읽고 클래식 음악도 즐겨 듣는 편임에도 모르는 연주자가 있다. 그래서 계속 이런 책을 읽을 수밖에 없고 또한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 코르토와 리파티의 관계, 비운의 음악가 리파티의 삶에 대해 알았고 그의 연주도 찾아 들었다. 29살에 백혈병으로 사망한 리파티의 음반이 많지 않은 이유는 그의 생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1950년 프랑스 브장송에서의 마지막 콘서트를 유튜브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저자의 설명을 읽고 들으니 더욱 좋았다.


PART2는 저자가 고른 피아노곡들이다. 클래식 음악 중에 피아노곡 작품이 얼마나 많은가.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늘 듣던 곡 위주로 듣는다. 그런데 이런 책을 읽으면 또 새로운 곡을 소개받게 된다. 이 파트에서 낯설게 다가온 곡은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이다. 1악장 도입부를 들어보니 귀에 익었다. 그러면 아주 처음인 곡은 아니라는 건데, 계속 듣다 보니 전혀 새로웠다. 책의 설명을 다시 읽고 연주를 감상했다. 이 곡을 발견한 기쁨을 저자가 드뷔시의 말을 빌려 써놓아서 또 한 번 놀랐다.


소실되지 않았음에도, 작곡가가 널리 알려진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발굴되지 못한 미지의 명곡들은 은하수의 숱한 별처럼 셀 수 없이 많다. 클로드 드뷔시는 이렇게 말했다.

수세기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의 비밀을 우연히 알아냈을 때의 심정보다 더 아름다운 감정이 있을까? 그것이야말로 유일하게 가치 있는 명제다.”


PART3은 피아니스트 조가람의 이야기다. 1,2PART를 지나 세 번째에 도달하니 저자의 목소리가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글을 이렇게 잘 쓸 수밖에 없는 이유, 예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어떻게 펼쳐왔는지 이해되었다. 모든 생이 예술이므로 독자만의 삶을 예술로 만들어나가라는 당부가 진실되게 다가왔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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