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 세계를 균열하는 스물여섯 권의 책
강창래 지음 / 글항아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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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무슨 스릴러 소설 제목 같지 않은가. 그 칼을 어느 한 쪽이 먼저 집어 들어 상대를 찌를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위반하는 글쓰기>, <책의 정신>등을 쓴 강창래 작가의 신작이다. 소설을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가워할 것이다. 목차를 훑어보면 읽은 책보다 읽어보지 못한 책이 더 많을 터인데 누구나 제목 한번쯤은 들어본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부제처럼 세계를 균열하는 스물여섯 권이라는 말이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사람이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 스물여섯권이 세계를 균열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싶다면 일단 읽어야 한다.


작가는 한 권의 책을 서너 번은 읽는다고 했다. 물론 훨씬 더 여러 번 읽은 책도 있단다. 이 책을 한 번 읽고 글을 쓰려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러니 감히 서평이라는 말은 붙일 수도 없다. 소개한 책들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알려주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제목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부터 시작해야겠다. 작가 보르헤스가 마지막 부인이었던 마리아에게 자신의 묘비명으로 써달라고 한 문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보르헤스의 묘비에 저렇게 쓰여 있지 않으며 그 말을 했다는 것도 확인이 안 된단다.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이 한강의 <희랍어 시간>이다. 읽은 지 오래되어 그 문장이 나왔는지조차 까마득해서 <희랍어 시간>을 꺼내보았다. 앞부분을 확인하고 몇 장 더 넘겨보았는데 아, 처음 보는 글 같아서 덮어두고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로 다시 돌아왔다. 소설의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으므로 강창래 작가가 설명해주는 내용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p.149

인간과 인간 사이에 놓인 서슬 퍼런 칼을 넘어서는 사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 의미를 확장해서 작가와 독자 사이에 놓은 칼을 넘어서는 방법에 대한 것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온 감각을 일깨우며 텍스트에 빠져들 때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으리라. 소설에는 감각 경험 없이 언어만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시적인 언어로 표현된 장면이 많이 나온다.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


다시 읽어봐야겠다. 아니, 처음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희랍어 시간>에서 뿐 아니라 강창래 작가는 다른 책들에서도 언어에 대해 계속 말한다.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에서는 텍스트의 해석에 대해, <새로 태어난 여성>에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남근중심주의이며, <2의 성>에서 강 작가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혼란스러웠던 여성의 행동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소설은 상상력에서 뽑아내긴 하지만 작가의 삶이 투영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작가는 카프카의 <소송>을 소개하면서 모든 작품은 작가의 일대기다라고 했다. 작가의 생을 이해하면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강창래 작가는 이 파트에서 독자가 직접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 안팎의의 맥락을 조사한다고 했다. 이런 순서다. <소송>을 네 번 읽는 과정에서 생긴 궁금증을 추적 조사한 다음 언급할 만 한 가치가 있는 내용을 고른다. 이 때 작가의 전기적 사실을 더 조사하여 카프카의 삶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부조리에 담긴 비유와 상징도 이해가 되었다고.


물론 일반 독자가 이렇게 읽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왠지 나도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저렇게 여러 번 읽고 작가의 삶의 서사도 조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이 책의 단초는 학창시절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카페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때 시작한 인문학 공부가 이 책으로까지 이어졌으니 어떤 글이든 행간에는 작가의 일대기가 담겨있다는 말을 직접 증명하고 있다.


또 말도 안 되지만 비교해보았다. 내가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미래의 언젠가 소환될 때가 올까? 이런 활동들이 무용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이건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란 착각 혹은 부작용? 해석을 잘못한 오독인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들 중 도전해보고 싶은 책은 <우연과 필연>이다. 내가 생물학을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과학 비문학을 이렇게 간단하게 핵심만 추려 써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 또한 부족한 실력으로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그러나 도전해보고 싶다. 강창래 작가처럼 영문판과 한국어판을 비교하는 그런 일은 못하지만...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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