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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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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리한 자가 쓴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역사는 대부분 왕조사였다. 하층민의 삶이나 생활사 같은 미시사는 쉬어가는 읽을 거리정도로 스쳐지나갔다. 즉, 시험에는 나오지 않았다. 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 초반이었다. 그 때 골랐던 책이 이덕일 선생의 역사서였다. 내가 그동안 배운 건 뭐지 싶었다. 그래서 학교 국사 시간에 배우지 못한 내용을 다루는 책을 좋아한다. 이덕일 선생 다음으로는 남경태씨의 책을 즐겨 읽었는데 10년 전 작고해서 아쉬울 따름이다.
시사인 구독할 때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작가인 김형민씨가 <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을 냈다고 해서 서평단 자격으로 받아 읽었다. 이 책의 부제는 ‘UNDERDOG’이고, ‘약자가 강자를 이길 때 역사는 새로 쓰인다’를 덧붙였다. 표지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언더독의 저항으로 역사가 뒤집힐 수 있었고 그러한 결정적 사건들을 다루겠다고! 5장으로 나누었고 각 장은 전략, 용기, 결의, 지혜, 신념이라는 주제하에 30가지의 사건을 다루었다.
소제목을 주욱 훑어보니 나폴레옹, 이순신 외에는 직접적인 이름 언급이 없었다. 나머지는 일반적인 독자들에게 생경한 사건들을 다루었을 거라고 예상되었다. 이런 책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소제목에 궁금증이 일면 끌리는 제목의 페이지를 먼저 펼치거나 각 장의 주제 중에 관심 있는 것부터 읽어도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기록의 중요성이다. 기록은 언제나 강조되지만 강자든 약자든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자신의 이름을 떳떳하게 내세울 수 있으며 계속 전해진다. 또 아무리 무모해도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자라고 지레 포기하지 말고 쉼없이 항거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균열을 낼 수 있다. 그 작은 균열이 종국에는 둑을 무너뜨리고 거세게 밀려든 물살이 역사를 바꾸는 것이다.
학교 역사시간 어디에도 나오지 않은 사건들을 다룬 이 책에서 저자는,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자존감을 고수하는 약자는 그 어떤 위기에서도 용기의 빛을 발하고 패하더라도 타인들로부터 존중 받는다고 썼다. 현실에서 우리는 대부분 약자다.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라고는 겨우 한 장의 투표권을 사용할 때 뿐이다. 그마저도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게 만들어서 역사를 뒷걸음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저항해야 한다. 아무리 미래가 암울해도 과거의 시련만 떠올라도 계속 시도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균열을 내려는 시도가 끊인 적은 없었으니까.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