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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지 한 장의 기적 ㅣ 라임 그림 동화 40
나가사카 마고 지음, 양병헌 옮김 / 라임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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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지 한 장의 기적>은 일본 작가 ‘나가사카 마고’가 그리고 쓴 그림책입니다. 아프리카 가나의 어느 마을에 나타난 화가가 아이들 세 명(베지, 오스만, 엘)에게 화가가 되고 싶냐고 묻습니다. 1세디(약 100원)로 도화지를 사는 사람에게만 그림을 가르쳐 주겠다고 합니다. 하루종일 아빠를 도와 일을 해야만 받을 수 있는 귀한 1세디로 도화지를 살까요? 베지는 사지 않았고 오스만과 엘은 도화지를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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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그림 그리는 법을 알려주지요.
“그림을 그릴 때 실력이 어떤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아. 이 도화지에 마음을 담아 그리는 게 중요해.”
마음을 담아 정성껏 그린 그림을 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10세디를 주고 그 그림을 삽니다. 우아! 1세디로 10세디를 벌었어요. 아이들은 이제 10세디로 무엇을 할까요? 엘은 1세디짜리 사탕 세 개와 7세디짜리 장남감 자동차를 샀고, 오스만은 사탕 세 개랑 도화지 일곱 장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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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줄거리를 보니 어떤가요? 경제동화 같지요? 1세디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힘겹게 노동해서 받은 돈 1세디를 도화지를 사는 데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한 아이와 산 아이의 행동의 결과는 다릅니다. 그림을 그려서 1세디가 10배가 되어 그 돈을 지출할 때의 모습은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소비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도 보여줍니다.
그런데 마지막을 보면 아주 작은 돈 1세디가 오스만에게 어떠한 열매를 가져오는 지를 보여주지요. 그리고 알게 됩니다. 이 책은 지금 당장의 욕구를 해소하기 보다 지연한 욕구가 꿈을 이룰 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런데 이게 실화라고 합니다. 작가가 실제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있는 아그보그볼로시라는 작은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과 함께 한 사연을 그림책으로 낸 것입니다. 그곳에는 전자쓰레기 재활용 처리장이 있어요. 선진국에서 전자폐기물을 합법 혹은 불법적으로 수출하는 바람에 이 곳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어요.
이런 내용을 마지막 페이지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좀 더 자세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림책이라서 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하는 바를 아주 간단히 소개한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어른의 지도가 들어갈 필요가 있는 책이니만큼 어른들이 읽고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그곳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사진, 또는 링크, 그리고 더 이상 그곳 사람들이 고통받지 않기 위한 방안이나 현재 노력중인 것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작가가 그곳에 직접 다녀왔다고 했으니까요.
물론 그의 활동도 칭찬할만하고 이런 책을 내어준 것이 고맙습니다. 저도 전자폐기물 쓰레기장이 가나에 있다는 것을 이 책으로 처음 알았으니까요. 파라과이 쓰레기 매립장에서 주운 것들로 만든 악기를 가지고 오케스트라를 결성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곳의 아이들도 재활용 악기로 연주자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이 이야기도 그림책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파라과이가 음악이라면 가나는 미술이네요. 쓰레기 매립장에서 예술이 피어나는 아이러니를 그림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되는 건 아름다운 일입니다.
가나의 어린이들은 어떨까요? 오스만 한 명만 그림을 팔 수 있게 되면 다른 아이들은요? 그곳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이런 일은 이제 멈추어야 합니다. 자신의 나라보다 가난한 나라에 쓰레기를 버리는 건, 아무리 합법적이라해도 무책임한 짓입니다. 내 나라, 내 국민을 지키기 위해 남의 나라 국민들은 피해를 입어도 되나요? 우리가 편하게 사용하고 버린 휴대폰이 다른 나라에 버려지는 현실을 알았으니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요?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