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런 제목 어때요? - 22년 차 편집기자가 전하는 읽히는 제목, 외면받는 제목
최은경 지음 / 루아크 / 2024년 8월
평점 :

22년 편집기자가 쓰는 ‘제목 뽑는 법’
글을 다 써놓고 제목을 어떻게 정할지 고민해본 사람의 시선을 잡을 멘트다.
제목에 대한 고민은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것이다. 작가라면 편집자와 의논해서 최상의 책 제목을 뽑을 것이고, 기자라면 데스크나 선임의 조언을 받아 기사의 제목을 정할 것이다. 그러나 나 같은 일반인은 욕심만 앞섰지 매번 능력 부족의 한계만 확인할 뿐이다. 나는 서평 제목을 쓸 때마다 고민고민하다가 ‘책 제목에 다 들어있는 걸 어쩌란 말이냐!’며 거대한 책 제목의 벽 앞에 무릎을 끓고 만다. 그렇다고 제목 잘 짓고 싶은 욕심이 수그러든 건 아니다.
배지영 작가님의 인스타에서 <이런 제목 어때요?>라는 책 이벤트에 신청했는데 당첨되었다. 이 책은 2003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편집기자를 하고 있는 최은경 기자가 쓴 책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읽힐 만한 제목, 독자를 끌어당길 제목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길 바란다고 썼다. 22년 간 제목 고민을 해온 사람의 노하우가 담긴 책이니 나 같은 사람은 고맙게 전수받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 한 권을 읽었다고 갑자기 제목을 기똥차게 뽑아내지는 못할 걸 알고 있다. 그래도 그동안과는 다른 결의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책에서 저자가 소환한 기사 제목들 중에는 유명한 것들이 꽤 있고 그 제목 탄생 사연을 알 수 있다. 책 제목이나 시 제목에 얽힌 이야기들과 자신의 경험담도 재미있게 소개한다. 이런 내용들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제목 짓기 힘들었던 이유와 접근 방법의 문제를 알게 되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2부 꼭지 중 ‘제목이 안 나올 때’ 였다. 글쓰기 모임을 통해 더 풍성해진 삶에 대해 쓴 다른 이의 글을 읽은 저자가 자신의 글쓰기 길을 돌아보는 내용이다.
홀로 글을 쓰는 당신에게, 내 글에 의심이 들고 포기하고 싶어진다면 글 쓰는 타인을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글쓰기는 혼자 하는 일이 맞지만 글로 향하는 길은 같이 걸을수록 풍성해지는 법. 누군가의 문장이 나를 쓰도록 움직였으니 한 번도 혼자 쓴 적이 없었다.
저자가 인용한 위 글의 제목은 ‘나는 한 번도 혼자 쓴 적이 없었다’이다. 저자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을 쓰게 된 것도 인용한 글의 제목과 같다고 생각했고 한다. 제목 역시 혼자 고개 빳빳이 들고 있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맥락들이 본문에 있다 고.
또 제목 뽑는 일이 아무리 힘들다 한들 그나마 할 만하다고 여기는 것은 내가 기댈 수 있는 문장이 어딘가에는 있다는 믿음 때문이며, 제목으로 쓸 만한 것이 본문에 반드시 있다는 믿음 이라는 부분에서 고개 끄덕끄덕했다.
역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진리, 즉 글의 내용이 좋아야 한다. 문장 하나하나를 허투루 엮어내어선 안 된다. 나는 그동안 일기를 써오긴 했지만 대외적으로 드러내는 글은 서평으로 시작했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평을 쓰면서 내 글쓰기 실력이 조금은 늘었다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 잘 쓰고 싶은데 매번 비슷비슷하게 결론 내어 급마무리 해버리는 때도 많다. 그러니 내 글 안에서 제목을 뽑아낼 문장을 못 찾았던 게다. 그리고 저자가 인용한 글을 보며 나는 글쓰기 모임에 나가지 않고 혼자 쓰기 때문에 글이 늘지 않는가 싶기도 하다. 일을 하다 보니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할 시간이 안 되는데 온라인 모임이라도 찾아봐야 할까.
2부의 또 다른 꼭지, ‘나랑 생각이 통했구나’ 에서는 박웅현의 <여덟 단어>에서 소통 잘하는 법을 인용했다.
사람을 움직이고 싶고, 주변에 영향을 주고 싶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지니세요.
저자 입장에서 사람을 움직이고 싶고, 주변에 영향을 주고 싶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은 것은 뉴스 이고,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은 제목을 짓는 사람이 가져야할 태도 라고 했다. 제목으로 소통이 된 사례 세 가지를 아래와 같이 들었다.
저자가 독자들의 행동을 움직이게 한 기사 제목, “고장난 우산 버리는 방법 아시나요?”의 사례, “50대 고학력 여성의 마음을 흔든 구인 공고”라는 글을 쓴 이가 <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라는 책을 출판할 기회가 된 사례, 기사 제목을 보고 들어와 ‘이런 글은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아서’라며 독자가 쓰는 사람이 된 사례까지. 소통이 잘 되는 제목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이며, 소통이 잘 되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뜻이다.
제목 잘 뽑는 비법을 배워보겠다는 얄팍한 심정으로 읽었는데 좋은 글이 좋은 제목의 선결 과제임을 배웠다. 그럼 내가 할 일은? 마감일에 쫓기듯 서평을 쓰지 않고, 내용을 충실하게 만든 후 제목 고민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