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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팔조로3길 ㅣ 더 나은 세상 3
강성은 지음, 손수정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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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새로운 것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옷이나 신발, 학용품처럼 물건이면 새것을 좋아할 터인데 집이나 마을이라면 어떨까. 불편한 곳을 고쳐서 그대로 쓰길 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조리 새롭게 바꾸길 바라는 이도 있다. 전자가 지나온 시간 속에 켜켜이 쌓인 기억을 소중하게 여기는 반면 후자는 편리함에 더 가치를 둔다. 살고 있는 동네가 재개발이 되면 일대가 탈바꿈되고 새아파트에 살 기회도 생긴다. 그러나 입주권이 주어진다해서 누구나 이사해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규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큰 금액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여력이 안되는 사람은 자신이 살던 동네를 떠날 수밖에 없다. 그 동네에서 평생 살아온 사람이라면 얼마나 자괴감이 들까.
이런 재개발을 소재로하는 동화가 출간되었다. 강성은 작가의 <안녕! 팔조로3길>의 주인공 유나가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가 사는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나는 할머니네 동네에 금방 정이 들어버렸다. 저를 챙겨주고 맛있는 반찬을 해주는 할머니가 좋다. 눈 마주칠때마다 아웅다웅 하는 엄마와 할머니가 서로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이사를 자주 다녀 진득하게 친구를 사귀어본 적 없었는데 수찬이, 민지같은 친구가 생긴 것도 좋다.
그런데 옆 동네 팔조로 4구역은 재개발 시공사가 선정되어 곧 철거예정이다. 유나네 동네도 재개발 예정지라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중이다. 유나 엄마는 재개발 동의서를 받으러 다니고 할머니는 반대한다. 한집에 재개발 찬성과 반대가 공존하는 것이다. 그런 어른들의 의견에 유나는 어느 쪽편을 들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민지와 헤어지는 게 싫은 것은 확실하다. 동네 사람들도 찬반이 나뉘어 의견이 분분하다. 주로 할머니 친구들인데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옛 흔적이 사라지는 것이 싫다.
그런데 재개발 될지 모를 이곳에 이사와서 가게를 차린 사람도 있다. 커피와 그림을 파는 가게를 연 화가 아저씨다. 아저씨가 키우는 개 뱅크시에게 홀딱 반해버린 유나는 아저씨와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며 이야기를 나눈다. 유나는 별것도 없는 이 동네에 아저씨가 왜 이사를 왔는지 궁금했다. 아저씨는 그릴 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라서 좋다고 말했다. 아저씨에게 동네 여기저기를 소개해주면서 유나는 깨닫게 된다. 자신도 할머니처럼 이 동네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좀더 쾌적하고 좋은 환경에서 딸을 키우고 싶어하는 엄마와 자신의 삶과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고 정든 이웃들과 함께 할수 있는 곳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할머니 사이에서 유나는 고민스럽기 그지없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도 어느 편에 서야할지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직접 겪어보지 못하는 일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주인공들의 갈등에 감정이입하는 것이 문학을 읽는 맛이기는 하지만 이 소재는 어린이 독자가 공감하기 쉽지 않다. 어른이 같이 읽고 독후 지도를 한다 하더라도 자칫하면 강건너 불구경식 감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 재개발 여부를 논제로 토론하려면 이 책만으로 다양한 찬반 논거를 대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그러면 토론은 제자리걸음만 할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이 소재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비경쟁토론이 적합하다.
청어람 주니어에서는 출간하는 책마다 독후활동지를 제공하고 있다. '배경지식쌓기'에서 도시정비사업의 종류와 재개발 찬반 논거를 제공한다. '독서퀴즈'와 '생각나누기', '생각펼치기'로 초등 중학년 이상의 학생들과 독후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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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독자가 당면한 과제가 아닌 소재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런 종류의 일에 대해 알고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 궁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이런 독후활은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와 지구의 문제를 숙론하는 태도를 키우게 해 줄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