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시 작가는 소설 <네 번의 노크>로 처음 만났고 인상깊었다. 이번에 신간 에세이 <아이 라이트>가 나와서 서평단에 당첨되었고, 이북으로 제공받아 읽었다. 제목이 아이 라이트? 무슨 뜻일까? 요리조리 짐작해봤지만 내 짧은 추리력보다는 빨리 페이지를 넘기는 게 빠를 것 같았다. 제목의 의미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알 수 있었다. “i Lite”에 대한 설명을 확인하니 작가의 스타일에 한발짝 다가선 기분이었다.
나는 소설을 읽을 때 마음을 활짝 열고 읽는 편이다. 작가가 구축해놓은 가상의 세계로 기꺼이 빠져들고 싶어서다. 특히 미스터리 소설일 경우, 밀도 높게 얽어놓은 서사의 빈틈을 찾고 싶어 집중하게 된다. 작가의 데뷔작 <네 번의 노크>는 끝까지 쫀쫀함을 유지했고 반전에 허를 찔렸으며 종내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런 작가의 에세이는 어떨지 기대가 되었다. 소설가들이 쓴 에세이에 자신을 전부 드러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그러할 것이라 믿고 읽게 된다.
소설에서의 문체와 에세이의 그것이 일치할 수 없음에도 나는, 나도 모르게 이번 에세이를 읽으며 <네 번의 노크>의 느낌을 찾으려했다. 초반부가 지나자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제야 작가의 일상과 생각을 천천히 따라 걷게 되었다. 나는 에세이를 읽을 때 소설만큼 몰입이 안 되고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기 쉽지 않았다. 에세이는 남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기분이라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그러다 내 생각과 비슷한 지점을 만나면 괜히 반갑고, 좋은 문장을 찾으면 월척의 손맛, 아니 눈맛을 느낄 때도 있다.
작가는 천천히 걷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서점에서, 길에서, 무심코 스쳐지나는 것들을 천천히, 유심히 살피고 생각한다. 그 생각의 편린들을 읽으며 ‘이렇게 생각하기도 하는구나, 나는 어땠던가?’하며 내 생각과 비교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