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어떤 꿈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 - 오십에 발레를 시작하다
정희 지음 / 꿈꾸는인생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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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는 내일보다 젊습니다. 계속 도전하세요."

그는 자신을 돌보기보다 습관처럼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을 먼저 챙겼고 엉덩이뼈가 골절된 줄도 모르고 참으며 명절을 지냈다. 어렸을 때 꾸었던 꿈을 이루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나이가 들었다해서 그 꿈을 잊은 건 아니다. 가슴속 깊숙한 곳에 남아있던 미약한 불씨를 끝끝내 살려낸 이들도 있다. 물론 그들의 도전이 직업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저자가 발레리나가 되려고 발레를 시작한 건 아니듯 말이다.

책 <어떤 꿈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를 단순히 ‘중년 여성의 발레 도전기’라는 이름 안에 가둘 수 없다. 발레와 글쓰기를 비교하는 내용뿐 아니라 발레를 배우는 과정에서 깨달은 삶의 진리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의 크기를 독자에 따라 다르게 느낄 것이다. 나는 저자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슷한 연배에 같은 직종이라서 그럴까, 사고 방식까지 너무나 흡사했다.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친정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에피소드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발레를 시작한 후로 나의 글쓰기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둘 사이에 비슷한 점이 많아서 그렇다. 발레와 글쓰기, 둘 다 아무도 나에게 시키지 않았다. 그냥 좋아서 한다. 당장 돈이 되는 일도 아니다, 하는 동안은 무척 힘들다, 그런데도 계속한다, 심지어 가끔은 짜릿하게 재미있다. 인생에 이런 건 하나로 족하련만 나에겐 둘이나 있다. 발레는 올바른 자세와 내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이라도 있지, 대체 글쓰기는 왜 이렇게나 오래 이어지는 걸까. 나는 왜 글을 쓰는지, 나에게 글은 무엇인지가 늘 궁금했다.

p.149

위 꼭지에서 내 고질병이 도지기 시작했다. 유사한 인생여정을 밟아왔는데 그러한 삶을 책으로 펴내는 이가 있고 그러지 못하는 (나같은)사람이 있구나.

그렇다면,

나는 글을 왜 쓰는가?

무슨 글을 쓰고 있는 건가?

몇 년 전부터 계속 고민해왔는데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서 그는, 75세에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구로다 나쓰코'를 예로 들면서 "도무지 이길 수 없는 마음의 충동" 이라고 했다. '어딘가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는 믿음, 비슷한 경험 속에 피어오른 낙심을 위로하고 행복은 같이 나누고 싶은 마음이 글쓰기로 이끈'단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1인 여기 있습니다!

서로 위로하고 행복을 나누고 싶은 마음?

나는 그런 마음으로 쓰는가?

내가 블로그에 발행하는 글은 대부분 책 리뷰이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쓴 게 아니다. 그럼 내가 쓴 글이 다른 사람에게 "비슷한 경험 속에 피어오른 낙심을 위로하고 행복은 같이 나누고 싶은 마음" 을 들게 할까...

모르겠다.

그러나 합리화 해본다.

내가 쓴 책 리뷰가 누군가에겐 어떤 의미로든 도움이 된다면 비슷한 것일 수도 있겠다고. 그러려면 진심어린 리뷰이어야 할것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예전 작가 교실에 다니며 들었던 말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좋은 문장 ,멋진 캐릭터, 탄탄한 플롯도 중요하지만 더 강한 것은 글에 들어 있는 에너지'라는 의미의 문장이었다. 다른 작가들의 수려한 문장에 기죽고, 너무 평범한 것 같은 자신의 이야기에 주눅들 때마다 제 안의 진심과 에너지를 똘똘 뭉쳐서 한 꼭지 한 꼭지 담으려고 애썼다고 한다.

나는 내 글에 진심과 에너지를 담으려 했는지 생각해본다. 책 리뷰에 100프로 담기 어렵다면 이젠 다른 글을 써야 할 때가 아닌가. 무엇이 되었든...

발레가 전해 준 깨달음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꼭 무엇이 되지 않아도,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결과라 해도 시작하고 이어가는 과정 속에서 나는 이미 많은 것을 얻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과 삶을 원하는 대로 꾸려 간다는 자긍심은 그것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됐다.

p.218

나는 지금 뭘하고 있는건가? 답답했던 내게, 꼭 무엇이 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삶을 꾸려간다면 충분히 의미있다는 말은 꽤나 위로가 되었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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