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임승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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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의 저자 임승남씨는 제 생시도 모른 채 전후의 서울 하늘에 내던져져 질곡의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냈다. 그의 인생사가 소설이라면 어쩌면 더 공감하기 쉬웠을까. 전후 한국 현대사를 역사책에서 배운 MZ세대는 어떨까. 믿기 어려울 것이다. 핍진했던 그의 생을 진솔한 글로 만난 독자들은 저마다의 경험치에 따라 공감 포인트가 다를 것이나 어떠한 고난 속에서도 희망의 꽃을 피워낼 수 있다는 것은 공통적으로 느낄 것이다. 또한 그의 파란만장했던 삶은 독자들에게, 이해찬 전총리의 추천사처럼 ‘새로운 내일을 향해 서슴없이 한발짝 내딛을 용기를 선물’받게 되리라 믿는다.

저자는 교도소에서 처음 만났던 책 <새 마음의 샘터>를 통해 거듭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는 이 책을 통해 배움에 눈을 떴고 그야말로 자기주도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고 고치기 위해 자신의 이전 삶을 반추해보았다. 그것은 자신을 성찰하는 행위였으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지적 수준이 높은 다른 죄수들이 읽던 책 속 유명 지성인의 삶이 얼마나 허황되고 비현실적인지 스스로 깨쳐나갔다

저자가 1976년 대전교도소에서 출감한 후 그해 11월 태두출판사의 월급 3만원 짜리 영업 배본사원이 된 것은 어쩌면 운명 같은 일이었다. 그 후에 그가 돌베개 출판사의 사장이 되어 한국 출판계의 산 증인으로 활동한 이력들을 나는 몹시도 흥미롭게 읽었다. 70~80년대 출판 시장의 상황과 황석영 작가의 출간 이야기, 이해찬 전총리와의 인연 등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이었다. 책과 작가, 출판에 관심이 있는 나로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저자는 출판사에서 진심을 다해 일했다. 비가 새는 사무실에 책이 젖지 않게 하려고 비가 많이 올 것 같으면 아예 퇴근을 하지 않고 사무실 소파에서 자다가 바닥에 차는 빗물을 퍼냈다. 영업하는 서점에 가서 일을 거들다 사장과 같이 문을 닫을 때도 많았다. 그러면 집으로 퇴근하지 못하고 서점안 골방에서 자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렇게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그는 인문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좋은 책을 내면 사회를 맑게 만들 수 있으리라 믿었다. 자신처럼 교도소를 들락거린 이들을 인간쓰레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의 사랑을 받고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자들이 우리 사회를 더 흐리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악이 무엇이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소위 지식인들에게 배신감이 들었다.

<한국 경제의 전개과정>, <지식인을 위한 변명>과 <프란츠 파농> 같은 책들을 기획 판매했던 저자는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도 출간하였고 이소선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고 인세도 올려드렸다. 민중운동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무크지 <현장>을 1984년부터 3개월에 한번씩 발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전적 책 <걸밥>을 1986년에 출간하기에 이른다. 이 책에는 전두환 정권의 핍박을 받은 내용도 나오는데 영화 <서울의 봄>을 본 젊은 독자라면, 정권을 무력으로 찬탈한 전두환이 이후에 출판계에도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해찬 전총리와 엮여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저자가 쓴 최후진술서는 그의 인생 요약본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요즘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독했으면 좋겠다. 그의 생이 우리의 답답함을 위로해 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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