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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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나는 요 몇 년간 영화 26년의 미진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드글드글 끓었다. 물론 성공하는 미진 말이다. 죽이고 싶은 누군가가 생겼다. 누구나 그렇진 않겠으나 어떤 이를 죽이는 상상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능력 부족, 즉 상상력 부족 때문이다. 그런데 소설에서 주인공이 대단한 상상력과 치밀한 관찰력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들키지 않게 갈무리까지 깔끔하게 하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하게 된다. 그것이 소설이 주는 카타르시스다.


몇 해 전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읽으며 릴리의 실력에 탄복했더랬다. 그리고 그녀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죽인 게 맞는다며 동조하는 심정에 이르렀다. 사실 나는 킴볼의 뻘짓이 뜬금없게 느껴졌다. 마지막에 킴볼이 칼 맞고 경찰에서 쫓겨나게 되는 것도 당연한 거라 여겼고, 역시 릴리에게 엄지 척 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그들이 다시 만난다. 작가는 신작 <살려 마땅한 사람들>에 둘을 재등장 시켰다. 전작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후속작이라기에 가제본 서평단에 얼른 신청했다. 제목이 반대라서 기대되기도 했다.


전작의 제목에 공감했기에 이번 작품에서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누구일지 기대도 되었다. 그러나 전작과 유사하게 진행되어 좀 의아했다.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대체 언제 나오나? 전작에서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하나 하나 없애더니 이번에도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그런데 전작만큼 설득이 안 되었다. 죽여 마땅하지는 않아 보이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살려 마땅한 이들을 살려달라고! 스완슨씨!!(참고로 살려 마땅한이라는 말은 마지막에 한 번 나옴)


킴볼이 사설탐정을 하고 있는데 예전 고등학교 영어교사 시절 가르쳤던 학생 조앤이 사건 의뢰를 하러 찾아오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이후 줄거리 일부는 온라인 서점에 다 등록되어 있으므로 이 리뷰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200명의 가제본 서평단들이 어떤 찬사를 펼쳤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전작의 흥미진진함과 박진감을 느끼지 못해 아쉬웠다. 가장 큰 이유는 조앤이 릴리보다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허나 구성은 만족스러웠다. 각 인물의 일인칭 시점으로 구성된 챕터를 읽으며 그 인물에게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적절한 타이밍에 끊어버려 살짝 혈압상승하게 만들지만 얼른 다른 인물을 읽다보면 이어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나는 릴리의 등장 이후부터 릴리 편만 먼저 후루룩 읽어버렸다. 이 책에서 조앤이 나름 계획적이고 용감한 것 같지만 릴리보다는 부족하다. 릴리의 치밀한 준비와 계획, 대담하고 거침없는 행동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듣는(읽는? 아니 한글 못 읽겠지만ㅋㅋ) 작가 기분 나쁘겠지만 조앤은 얼치기 자아도취자에 불과하다. 작가가 릴리를 재등장 시킨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반전까지는 아니지만 릴리에게 박수쳤다. 역시!! 머찌심~~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뜬끔포 사랑 타령? 때문이다. 장르소설의 마지막을 굳이 사랑으로 장식하신 이유는? 작가에게 진짜 묻고 싶다. 물론 마지막 릴리와 킴볼의 대사에서 사랑의 정의? 비슷한 것이 나온다. 그래도 내 취향은, 스미추의 맛은 반전! 사랑 따윈 필요 없어! 포식자 같은 주인공의 거사!로 마무리 되어야 좋다. 그런데 아무래도 3편 나올 것 같은 분위기? 아니다! 살려 마땅한 것으로 추청되는 킴볼이 살아났으니 완결인가? 아니 킴볼이 살았으니 다시 탐정하는 3권 나오는 건가?ㅎㅎㅎ


사랑에 대한 킴볼의 대사 두 가지 중 더 공감했던 내용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그리고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어요. 괜찮은 것 같아요. 사실 인간이 자신을(조사 ’, 내 오타 아니고 책 그대로임, 문맥상 자신을이 아니라 자신이가 되어야 함)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탐욕스럽다고 생각하니까요. 책이나 영화, 자연을 바라볼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그런데 왜 사람에게는 사랑을 되돌려 받길 바라는 걸까요? 어쩌면 당신이 내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구태여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 내 사랑이 좀 더 우월할지도 모르잖아요?


위 인용은 폭발 사고로 킴볼이 병원에 있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상태로 하는 대사인데, 저 대사에 대해 내 생각을 쓰려니 자꾸 줄거리 스포로 연결되려고 해서 여기서 끄읏!


사족을 붙이자면 마지막 챕터에서 아버지와 릴리, 릴리와 킴볼이 주고받는 대화, 부러웠다. 나도 저런 대화를 하고 싶다. 바로 정희진 선생이 말하는 그런 류의 대화다. 궁금한 사람은 팟캐스트 정희진의 공부를 구독하길 추천함~ 싫은 사람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일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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