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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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는 이희영 작가의 신간으로 창비출판사의 서평단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다. 메타버스가 일상인 근미래가 배경이고 선우 혁이라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주인공이다. 혁은 형과 13살 차이가 나는데 형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죽었고 살아있다면 지금은 서른일 터였다. 형이 다니던 고등학교에 입학한 혁은 형 선우 진을 기억하고 있는 형의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형을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진을 언급한다. 형제가 쌍둥이처럼 얼굴이 똑같아서 마치 선우 진이 환생한 것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초반부를 읽으며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떠올랐다. 달리의 부모는 형이 죽은 뒤 바로 태어난 달리의 이름을 형의 이름과 같은 살바도르라 짓고 마치 형이 살아돌아온 듯 달리를 대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튀는 행동을 많이 했고 추후 그의 작품에도 반영되었다. 그래서 혁이 죽은 형과 경쟁하려는 구도일까 예상했으나 그렇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스터리적 요소는 있었다.


혁은 메타버스 공간인 가우디에 형의 아이디로 접속하면서 형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한다. ‘가우디는 가상의 집을 짓는 프로그램인데 지금은 이용자가 거의 없다. 혹시나 하고 접속했는데 형의 집은 단정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누군가 그동안 관리해오고 있었다는 뜻이다. 혁은 오랫동안 형의 집을 관리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으려 하고 형의 친구와 예전 담임 선생님에게 형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다닌다. 이런 혁의 활동 사이사이에 편지가 등장한다. 처음에 편지가 나오는 부분을 읽었을 때는 누가 누구에게 쓰는 것인지 모호했는데 혁이 형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수록 그 편지를 쓴 이가 누구인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소설은 고등학생 주인공이 어렸을 때 죽은 형의 고등학교 시절을 알아내려고 하는 게 큰 줄거리다. 주인공의 현재 학창시절과 10여 년 전 형의 학창시절이 병렬로 서술되면서 청소년 시기 인간관계를 주제로 다룬다.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을 꼽으라고 하면 인간관계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기에는 처음이라 어렵고 어른이 되면 더 쉬울까. 그건 아니다. 가족 간에는 모든 것을 다 드러내며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것도 아니다. 청소년기에는 부모나 가족보다 친구와 가장 가까이 지낸다고 하는데 그럼 친구에게 자신의 모습을 다 보여주는가. 그것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 책에서는 한 사람의 단면만을 보고 사는 우리의 모습을 청소년의 시각으로 보여준다. 시쳇말로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하지 않나. 친구의 말이나 행동을 자기 식으로 해석해놓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한 자신은 잘 했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다면을 보려는 시도는 잘 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겠다'는 말은 일견 사실적 공정함을 주장하는 것 같지만 보여진 하나의 사실을 본인이 잘못 해석할 가능성은 배제한 태도다. 저 스스로의 행동에 실수가 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결코 내 행동에 그릇됨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인간이다.


나도 몇 달 전, 내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큰소리쳤던 행동을 cctv를 확인하고 기 막혀했던 경험이 있다. 내 기억과 녹화된 내 행동이 정반대이면서도 절대 나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너무 부끄러웠고 앞으로는 절대, 결코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 기억을 100%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긴 했지만...


소설은 마지막에 편지를 쓴 사람을 확인시켜주고 반전이라면 반전이라 할 수 있는 내용도 들어있다. 혁은 형의 지난 시간을 유영하며 어렸을 때 형과의 기억을 떠올리는데 그 때 여름의 귤이 나온다. 청춘의 대명사 여름이라는 계절과 죽음이라는 상황이 아이러니하게 결합되었고, 그 기억 속에서의 귤은 달콤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귤은 언제나 상큼하고 달콤할 것이고.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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